국방부가 4년제 여자대학 7곳에 대한 심사를 거쳐 숙명여대를 최초의 여성 ROTC(학군사관 후보생) 시범대학으로 선정했다. 학군단이 있는 기존 대학 중 6개 대학은 올해부터 여학생 후보생을 5명씩 선발할 수 있게 됐다. 여성 ROTC 장교는 2013년부터 임관하게 된다.
국방부는 현재 장교의 4.3% 3111명, 부사관의 2.9% 3051명인 여군(女軍) 비율을 향후 10년간 각각 7.7%와 5.5%로 늘릴 계획이다. 미국은 여군 비율이 16%, 영국 8.1%, 프랑스 13%다.
군의 각 분야에서 IT, 기계, 컴퓨터, 자동 제어(制御), 통신 등등의 비중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고려하며 능력 있는 여성에게 군 문호(門戶)를 더 활짝 개방해야 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수 89만4987명 가운데 여성이 37만5892명으로 42%다. 1997년 공군사관학교에 최초로 여생도가 입교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과 1999년엔 육사와 해사도 여성에 문호를 개방했다. 처음엔 이 움직임을 의문의 눈길로 지켜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지금은 뛰어난 장교를 배출하며 군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이 1.15명밖에 안 된다.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입대할 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군 복무 기간을 늘려야 하느냐 줄여야 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여자 대학 학군단 창설은 군 인력 자원 문제에 새로운 출구(出口)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여군이 우리 군 인력 문제의 돌파구를 만들게 하려면 단순히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여군들이 큰 포부를 품게 만들어야 한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군수(軍需) 담당 합참차장이던 여성 장군 앤 던우디 중장을 군 최고위직인 4성 장군으로 진급시켰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02년 간호담당관이 첫 여성 준장으로 승진한 이래 지금까지 별을 단 여성 장성이 5명에 불과하다. 모두 간호병과이고 소장 이상 진급자도 없었다. 현역 여성 장성도 국군간호사관학교장 1명뿐이다. 여성이 진짜 우리 군의 핵심 전력(戰力)이 되려면, 여군 장교들에게 알게 모르게 적용되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없애 간호병과만이 아니라 전투병과에서도 별을 다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 올해로 여군 창설(創設) 60년을 맞았다. 여군이 새 역사를 만드는 것은 곧 우리 군이 새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