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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강원, 충북, 전라, 경상 내륙 곳곳에는 소나기가 내렸다. 기상청은 “현재 서울 등 수도권의 습도는 60% 수준, 남부 내륙 50∼60%, 그 외 지역은 6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은 ‘습한 폭염’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폭염을 ‘건조한 폭염’과 ‘습한 폭염’으로 나누고 있다. 30%대 이하 습도일 때는 건조한 폭염, 60% 이상은 습한 폭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반도는 대체로 푹푹 찌는 습한 폭염 지대에 속한다.
● ‘습한 폭염’ 불러온 더블 고기압…앞으로 더 잦아질 듯
이같이 축축한 폭염이 찾아온 것은 현재 한반도 상공에 두 개의 뜨거운 고기압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우선 우리나라의 주요 여름철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맛비를 뿌리던 정체전선을 밀어내고 한반도 위를 점령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적도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흘러온다.
이렇게 유입된 뜨거운 수증기와 여름철 강한 햇볕으로 소나기가 내리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표에서 달궈진 공기가 상승해, 위의 찬 공기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적란운이 발달해 비가 내린다”고 설명했다. 최근 강한 소나기가 전국 곳곳에 내린 원인이다.
한반도 상공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고기압인 티베트 고기압은 습한 폭염을 더 오래가게 만든다. 중국 내륙에서 발원해 고온건조한 특성을 지닌 티베트 고기압이 북태평양 고기압(상공 5km)의 위인 상공 10∼12km에 위치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뜨거운 두 고기압이 위아래로 겹쳐 있어 더위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상공에 열돔(Heat dome)이 형성됐다는 것. 단, “31일 기준 오키나와를 지나는 제6호 태풍 ‘카눈’의 진행 방향이 매우 유동적이다. 태풍이 정체돼 있을 경우 주변 기압계가 흐트러져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 습한 폭염엔 열 배출 더 어려워
문제는 지구 온난화와 함께 한반도에 ‘습한 폭염’이 앞으로 더 이르게,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한국기상학회장)는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면 바다에서 수증기를 더 많이 내뿜기 때문에 연안 국가인 한국은 습한 폭염이 더 많아지고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습한 폭염이 건조한 폭염보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고 말한다. 습도가 높으면 공기가 인체의 수증기를 잘 뺏어가지 않아 열 배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더울 때 땀이 나는 건 피부에서 땀이 증발하면서 열을 식히기 위해서인데,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되지 않아 체온 조절이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의 폭염 연구에 따르면 4단계 열 스트레스 지수(안전, 주의, 극도의 주의, 위험) 중 건조 폭염의 경우 열 스트레스가 ‘주의’ 수준이었다. 반면 습한 폭염은 ‘극도의 주의’ ‘위험’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 교수는 “습도가 높을 때 열부종이나 열실신 등 온열질환이 더 잘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습한 폭염에 대비하는 방법도 건조한 폭염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온이 높은 낮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하고, 물과 전해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예방이 최선이다. 강 교수는 “실내에 있을 때는 에어컨이 없다면 제습기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만약 오심, 구토, 의식 변화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땀이 나지 않는다면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한다. ‘땀이 나지 않는’ 열사병은 뇌의 체온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므로,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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