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막회 종업원인 갑판장은 영업시간에는 당연히 바깥 출입이 자유롭질 못합니다. 한 명이 빠지면 남은 분들이 그 만큼 부담을 더 떠안아야 하기도 하고, 또 손님들께서도 늘 보이던 갑판장이 안 보이면 왠지 불편해 하시는 눈치입니다. 그래서 영업시간에는 가급적 바깥 출입을 삼가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합니다.
장사를 하다보면 대박인 날도 있지만 중박이나 쪽박인 날도 있게 마련입니다. 쪽박인 날은 갑판장 같은 뺀질한 종업원이 한 명쯤 빠져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후 8시까지는 자리를 못 비웁니다. 쪽박스럽다가도 느닷없이 오시는 단체손님도 있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예약을 안 하시고 삼삼오오 오시는 손님들로 늦은 시각까지 성황을 이루며 대박을 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날 쪽박으로 섣부른 예단을 하고 일찍 빠졌다간 귀가 후에 엄청난 봉변을 당했 할 수도 있습니다.
햇수로 8년째 강구막회에서 일을 하다보니 이젠 지인들도 평일 저녁모임은 갑판장에겐 아예 연락도 안 하고 지들끼리 잘 노는 분위깁니다. 갑판장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참석 못 할 모임이라면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낫지만 한편으로는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지인들의 저녁모임이 있는 날 하필 강구막회에 쪽박의 그림자가 드리우면 선장님이 갑판장에게 오후 8시 이후에는 나갔다 오라고 하는데 그건 갑판장이 싫습니다. 오후 8시에 강구막회에서 출발하면 모임장소에는 그로부터 30분에서 한 시간 후에나 도착을 하게 되는데 그 때쯤이면 이미 1차는 파장분위기입니다. 지들끼리 회포를 실컷 풀었으니 갈 사람은 가고 남은 사람들끼리 대충 여흥이나 즐기자는 분위기인데 애써 찾아 간 갑판장으로서는 그닥 영양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동참을 못 할 바에는 차라리 참석을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이 갑판장의 입장입니다.
갑판장은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대신 늘 강구막회를 지키고 있기에 소재파악이 참 쉽습니다. 영업시간중이라면 언제든 강구막회로 찾아오면 갑판장을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평일 저녁에는 대개 강구막회가 분주하니 갑판장의 지인들은 강구막회가 비교적 여유로운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저녁에 주로 찾아옵니다. 주말이다 보니 친구들끼리 어울리기 보다는 대개는 부부나 가족단위로 오는데 술 좋아하는 갑판장과 선장님을 위해서 맛난 술을 지참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래 오는 부부(또는 가족)가 여럿이다 보니 랜덤으로 거의 주말마다 강구막회에서는 이들 기쁨조(?)와의 오붓한 자리가 마련됩니다.
영업장인 강구막회에 오는 이상 친구지만 친구 아닌 손님 같은 친구이기에 계산은 정확히 합니다. 까칠한 갑판장은 갑판장과 선장님의 직계존속(어머니와 장모님)과 직계비속(딸아이)에게만 강구막회 무료이용권을 주었을 뿐 그 외에는 누구라도 예외 없이 값을 온전히 치루게 합니다. 더불어 가족이나 지인이 강구막회에서 일을 도왔을 경우도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반드시 지불합니다. 어찌보면 정내미 떨어지는 것 같지만 한 두 번 오고 말 사이가 아니라면 이러는 편이 서로에게 편합니다. 강구막회 기쁨조들도 이를 마땅히 여기기에 기쁜(?) 마음으로 댓가를 치룹니다. 갑판장도 당연히 그 값을 받고요. 그 대신 챙겨주지 않는 듯 챙기고, 2차로 이어져 바깥으로 진출이라도 하면 그 몫을 아낌없이 부담하려 합니다. 출연이 잦은 기쁨조에게는 때때로 특별메뉴를 하사할 때도 있습니다.
강구막회의 기쁨조들은 처음엔 갑판장으로 말미암았지만 출연이 잦아질수록 자연스레 선장님과의 관계도 돈독해집니다. 제수씨들이 선장님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발전을 하고 서로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그런 자리가 강구막회의 바깥에서 이뤄졌습니다. 제수씨의 생일을 맞아 동네중국집에서 오붓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지난 달 선장님의 생일을 맞아 일부러 시간을 내서 선장님이 좋아라 하는 뽀글이(샴페인)를 챙겨들고 방강(訪강구막회)을 했던 부부이기에 마땅히 선장님도 제수씨의 생일을 챙기는 것이 도리입니다. 작년에도 그랬었지 싶습니다.

대림동에 있는 동해반점은 갑판장네 부부가 동네에서 즐겨다니는 중국음식점입니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좋은 음식점이라 4~6명이서 술값을 빼고 10만원 정도면 만족스럽습니다. 주로 양장피, 오향장육, 팔보채, 탕수육 등을 주문하는데 이 날은 제수씨네 아이들이 탕수육 대신 덴뿌라를 원했습니다. 지난 번 방문 때 탕수육의 고기상태가 그닥 흡족하질 않았었는데 이번에 동해반점의 덴뿌라를 처음으로 먹어보니 고기는 물론이고 튀김의 상태도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아이들 몫으로 작은 것을 주문했기에 두어 점(사실은 다섯 점 이상) 덜어다 맛을 봤는데 왜 그간 이걸 왜 몰랐을까 할 만큼 입에 쫙 붙는 맛입니다. 선장님도 대만족!(나중에 붙이는 첨언 : 일주일 후에 방문하여 한 번 더 먹어보니 처음보단 확실히 못했습니다. 편차가 있으니 몇 번 더 먹어보고 재평가를 하겠습니다.)

덴뿌라/대림동 동해반점
맛이 강한 소스로 마스킹이 가능한 탕수육에 비해 재료와 공력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정면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덴뿌라는 조리하는 입장에서 훨씬 까다롭습니다. 갑판장도 예전에는 즐겨먹던 메뉴였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메뉴판에 있는 경우도 드물 뿐더러 제대로 하는 경우는 더 드물어 수년간 잊고 있었습니다.
갑판장이 맛 본 덴뿌라중에서 인상이 깊게 남은 것을 꼽으라면 1980년대에 관철동 YBM어학원 뒷길에 있던 '금강(지금은 없음)'의 것과 2000년대 초반에 맛 본 방학동 '수정궁'의 것입니다. 특히 수정궁의 덴뿌라는 요새 유행하는 팝콘치킨처럼 자잘하게 튀겨 안주삼아 먹을려다가 '손이 가요. 손이 가~ '라는 예전의 새우깡 CM송을 떠올리며 이성을 잠시 놓아두고 마구 집어 먹게 만드는 마약같은 중독성이 있었는데 그 이후(2000년대 중반 이후)에 몇 차례 방문해서는 아쉽게도 그 때의 그 맛을 느끼질 못했습니다.
지우개로 깨끗히 지웠던 추억의 메뉴인 덴뿌라를 동네 중국집인 동해반점에서 다시 만나니 더욱 반갑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작은접시가 아닌 큰접시로 주문했을겁니다. 원통하지만 다음 기회를 다시 노랄 수밖에요. 덴뿌라 때문에 조만간 동해반점에 또 가야겠습니다. ㄹ~
<갑판장>
& 갑판장네 식구(食口)들에게 고함 : 오후 2시에 동해반점에서 만나자면 기꺼운 마음으로 달려가 덴뿌라에 이과두주 한 병 쏠테니 언제든 (미리)연락하시라. 2차는 커피예술의 커피 or 가리빙의 빙수.
첫댓글 어휴! 집근처인데? 걸이가도 되는데
대개 11:30~13:30 사이에는 운동을 하느라 연락을 못받는다는 소문입니다.
기쁨조 멤버 모집 공고군요.
들켷네요. 암튼 오늘은 꽝!
@강구호 갑판장 ㅆ
@강구호 갑판장 이제 더욱 자주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랄랄라~~~
@푸른 꼭 그러리라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