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별곡
*이 작품은 작자가 창평(昌平)에 살 때, 그의 처외재당숙인 김성원(金成遠)을 위하여 지은 것이다. 창평면 지곡리에 있는 별뫼(星山)의 춘하추동 4계절의 변화와 서하당(棲霞堂)의 주인인 김성원의 풍류를 읊은 것이다.
서사>전원에 심취한 식영정 주인(김성원)과 식영정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
어떤 지나가는 사람이 성산에 머물면서(하는 말이)
서하당 식영정 주인아 내 말 들어보소
인생 세간(속세)에도 좋은 일이 많은데
어떠한(어쩌자고) 강산(자연을)을 갈수록 좋게 여겨
적막 산중에 들어서는 아니 나오시는고
소나무뿌리를 다시 쓸고 대나무 침상에 자리 보아(자리를 잡고)
잠깐 올라앉아 어떤가 (자연의 모습을) 다시 보니
하늘 가에 떠 있는 구름 서석을 집을 삼아
나는 듯 드는 모양이 주인과 어떠한고
맑은 시내의 횐 물결이 정자 앞에 둘러 있으니
직녀가 짠 아름다운 비단(은하수)을 뉘라서 베어 내어
잇는 듯 펼치는 듯 야단스럽기도 야단스럽구나
산중에 책력(달력) 없어 사시(계절)를 모르더니
눈 아래 혜쳐 있는 경치 철마다 절로 나니
듣고 보는 것들 모두가 신선의 땅이로다.
서사> ‘지나가는 손’이 '성산'에서 생활하는 이유를 '식영정 주인(김성원)'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러면서 '천변(天邊)의 떳는 구름'을 '주인'의 모습에 비교하면서 '정자' 주변의 운치 있는 자연 환경과, 무한히 반복되며 계절마다 저절로 빚어지는 자연 경관을 선경(仙境)에다 비유하고 있다.
매화가 피어있는 창문의 아침 볕에 향기에 잠을 깨니
선옹이 할 일이 딱히 없지도 않다.
울 밑 양지 편에 외씨를 뿌려 두고
매거니 돋우거니 빗김에 다루어 내니
(옛날 중국의)청문(이라는 사람의) 고사를 이제도 있다 할까
신을 바삐 신고 대지팡이를 흩던지니
도화 핀 시냇길이 꽃다운 풀 우거진 물가에 이어 있구나
잘 닦은 맑은 거울 속에 저절로 그려진
석병풍 그림자를 벗을 삼아 서하로 함께 가니
도원은 어디메오 무릉이 여기로다
본사1-봄> '청문고사(靑門古事)'를 인용하면서 봄날 ‘선옹(仙翁)의 할 일’ 즉 산중 생활을 노래하고, '방초주(芳草洲)'를 무릉도원에 비기면서 봄날 한가로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삶의 여유를 노래한다.
본사2-여름>성산의 여름 풍경
남풍이 건듯 불어 녹음을 혜쳐 내니
계절을 아는 꾀꼬리는 어디에서 오던가.
희황 베개 위에(태평스럽게, 편안하게) 풋잠을 얼핏 깨니
공중 젖은 난간이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구나
삼베 옷을 여며 입고 갈건을 기울여 쓰고
굽을락 기댈락 보는 것이 고기로다
하룻밤 비 내린 기운에 흥백련이 섞어 피니
바람기 없이도 온 산에 향기로다
염계 주돈이를 마주보고 태극(이 무엇인지)을 묻는 듯
태을진인이 옥자를 헤쳐서 얻었듯
노자암 건너다보며 자미탄 곁에 두고
큰 소나무를 차일로 삼아 석경에 앉으니
인간 세상은 유월이지만 여기는 삼추(늦가을)로다
깨끗한 강에 떴던 오리가 흰 모래밭에 옮아 앉아
백구를 벗을 삼고 잠 깰 줄 모르나니
무심하고 한가함이 주인과 (비교해서)어떠한가
본사2-여름> 성산의 한가로운 여름 경치 속에서 '괴꼬리' 노랫소리에 '픗잠'을 깨어 '공중(空中) 저즌 난간(欄干)'에서 '고기'를 보며 즐기는 내용이다. '홍백련(紅白蓮)'의 향기 속에 인간 만사를 모두 잊고 태극(太極)에 대해 묻고, ‘옥자(玉字을)를 헤치는 듯하며 진리를 탐구하고 신선이나 된 듯 느끼면서 대자연의 품속에서 안온한 삶을 누리는 내용이 전개된다
본사3> 성산의 가을 풍경
오동나무에 서리달이 사경(밤 1시-3시)에 돋아 오니
깊은 산이 낮인들 그러할까
호주 수정궁을 뉘라서 옮겨 왔는고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올랐는 듯
짝 맞은 늙은 솔은 조대(낚시터)에 세워 두고
그 아래 배 를 띄워 가는 대로 던져 두니
흥료화 백빈주 어느 사이 지났관대
환벽당 용의 못이 뱃머리에 닿았구나
청강 푸른 풀이 우거진 물가에 소 먹이는 아이들이
석양에 흥겨워 짧은 피리를 비껴 부니
물 아래 잠긴 용이 잠 깨어 일어날 듯
연기 기운에 나온 학이 제 깃을 던져 두고
반공에 솟아 뜰 듯
소식(송나라의 시인)은 적벽의 추칠월이 좋다 했지만
팔월 십오야를 모두 어찌 칭찬하겠는가
고운 구름이 사방에 걷히고 물결이 다 잘 때에
하늘에 돋은 달이 소나무 위에 걸렸거든
잡다가 빠진 줄이 적선(이백)이 야단스럽구나
본사3-가을> '은하수를 뛰어 건너 광한전에 오른 듯한‘ 기분으로 오동나무에 환한 달이 걸린 풍경을 읊고, 낚시터 아래 배를 띄워서 배 가는 대로 맡겨 '용의 소'에 이르는 뱃놀이의 풍류가 목동들의 단적(짧은 피리) 소리에 한층 운치를 더함을 노래하고 있다.
본사4> 성산의 겨울 풍경
공산(빈 산)에 쌓인 잎올 삭풍이 거둬 불어
떼구름 거느리고 눈조차 몰아오니
천공(조물주)이 호사로워 옥으로 꽃을 지어
만수천림(산의 숲과 나무)을 꾸며도 내는구나
앞 여을 가려져 얼어 독목교 비꼈는데
막대 멘 늙은 중이 어느 절로 간단 말인가
산늙은이 이 부귀를 남에게 자랑 마오
경요굴(=성산) 은거지를 찾을 이 있으리라
본사4-겨울> 온 산 가득 눈으로 뒤덮인 새로운 겨울 성산의 풍경을 그렸다. 성산의 겨울 경치에 매료되어 '늘근 중'에게조차 '남들에게 자랑하지 마오'라고 당부하며 자연 속의 삶을 지키고자 하였다. 그러나 자연을 즐기는 마음의 부귀를 혼자서만 누리려 함은 아니었을 것이다. 속세의 유혹으로부터 행여나 마음 잃어 흔들릴까 저어하는 몸짓이 아닐까 한다.
<결사> 자연 속에 사는 멋과 풍류
산중에 벗이 없어 책을 쌓아 두고
역사 속의 인물들을 거슬레 생각하니
성현도 많거니와 호걸도 많고 많다
하늘이 사람을 태어나게 할 때 곧 무심할까마는
어떠한 시운이 흥했다 망했다하였는가
모를 일도 많거니와 애달픔도 그지없다
기산의 늙은이(허유) 귀는 어찌 씻었던가
(표주)박소리도 귀찮아서 지조만 가진 행장이 가장 높다
인심이 낯 같아서 볼수록 새롭거늘
세사는 구름이라 험하기도 험하구나
엊그제 빛은 술이 얼마나 익었는가
잡거니 밀거니 실컷 기울이니
마음에 맺힌 시름 조금이나마 낫는구나
거문고를 연주하니 풍입송(곡이름) 이어지는구나.
손인지 주인인지 다 잊어 버렸어라.
장공에 떠 있는 학이 이 골의 진선이라
신선사는 땅에 행여 아니 만나셨는가
손이 주인에게 이르되 그대가 그(신선)인가 하노라.
결사> 험하디 험한 세상의 모든 시름 접어 두고 '술'과 '거문고'로 '손' 과 '주인'도 잊을 정도로 도도한 흥취에 젖은 산 속 풍류를 노래하고 있다. 어찌 보면 아무래도 잊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강한 미련을 드러낸 것으로도 보인다. '마음'에 맺힌 시름'이 다름 아닌 현실에의 갈등으로 생각되며, 때를 기다리며 자연 속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성산의 자연 속에 묻혀 지내는 '주인'을 '손'이 '장공(長空)의 떳는 학(鶴)'에 비유하며 '진선(眞仙:진짜 신선)'이라 칭송하면서 작품을 매듭짓고 있다.
첫댓글 성산의 가을 풍경을 읊으니, 나또한 어느덧 늦가을의 맨 끝자락에 와있네요.^^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열심히 밑줄 쳐가며 외웠던 기억이 나요 ㅎㅎㅎ
이제는 뜻을 음미하며 읽어야겠어요`ㅎ
히잉~왜 사진이 안 보이지?ㅠㅠ
사진이 안 보이니 안타깝지만, 정철의 글을 역시 대단한 것 같습니다. 좋은 자료 잘 읽었어요^^*
별곡이 별미군요
오오 정철느님. 수능볼때 아름다운 글로 저를 왜 괴롭히셨나이까
잘 읽었어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