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교육관 마무리를 잠시 중지하고 바심(가을걷이)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고구마를 캤습니다. 순 50개짜리 40단, 순 2천개를 심었습니다. 올해 교육관 공사가 예정돼 있어서 그리고 심을 때를 놓쳐서 풀이 많이 자라서 오랜 만에 비닐을 씌우고 심었습니다. 그런데 극심한 가뭄으로 2/3가량 죽었고 대신 어머님이 옥수수와 콩을 심었습니다. 가물어서 큰 기대를 안했지만 10고랑을 하루 만에 다 캤습니다. 갈라지고 굼벵이가 먹은 것을 합해도 10kg 상자로 12박스 정도 나왔지 싶었습니다. 이런 결과는 처음입니다.
다음날(화요일) 오후에 그나마 좀 나은 것을 골라서 7박스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저희 초원교회 고구마 판매에 있어서 단골손님이 2가정(수원과 화성) 계신데 선물로 드렸습니다. 올해 돈을 안 받는 것은 아니 못 받는 것은 지난해 고구마가 너무 맛이 없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올 고구마 농사는 고구마 순 값과 퇴비 값도 못 찾았습니다. ㅠㅠ 그동안 가물어도 비가 많이 와서 고구마 농사가 잘 안됐다고 해도 늘 기본은 했는데 이번처럼 비참한 결과는 처음입니다. 고구마에 관심을 덜 쏟은 제 책임이지 싶었습니다.
화요일 오전에는 들깨를 베었습니다. 다른 해에 비해 많이 심었는데 가물어서 그런지 거름이 없어서 그런지 키도 작고 송이도 작고 그러니 알맹이까지 작습니다. 그렇게 작은 들깨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런 것 짜도 기름이 나오려나 싶습니다.
수요일 오전에는 건축업자와 정화조 호스를 수리하고 오후에는 풀을 좀 뽑았습니다. 뽑다 보니 제비꽃이 피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개나리도 벚꽃도 또 진달래도 가을에 핀 것을 봤는데 제비꽃은 처음입니다. 철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뽑아 버렸는데 이러다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가을에 다시 한 번 나왔다가 씨를 남기지 못하는 것이 늘어났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요일에는 개인적인 일들을 보고 금요일에는 교역자 회의로 서산에 다녀왔습니다. 한 주가 이렇게 빠르게 지나는지 때론 무섭기도 합니다. 짧은 가을 하루처럼 우리의 인생도 흐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