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7월11일(토) 맑음
새벽 숲으로 들어가다. 엷은 안개가 흐르는 숲속 오솔길을 걷는다. 처녀지를 탐험하는 소년처럼 경이감으로 몸을 떨며 한 마리 새와 같은 가벼운 몸짓과 발걸음을 ‘새벽 숲길’이란 제단에 바친다. 제단에 헌공하는 느낌으로 땅위에 한 발 한 발 놓는다. 발길이 숲의 품속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나뭇가지에 걸렸던 어둠은 엷어져 박명이 비쳐든다. 오솔길 중간 정도 왔을 때 사슴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등성을 올려보니 사슴 세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거리며 약간 놀란 듯, 그러나 익숙한 듯, 조금은 어색한 듯 내 쪽을 바라다본다. 털빛이 잘 구운 빵 껍질 색깔이다. 재래종의 노루나 사슴이 아닌 듯하다. 선원장은 이 녀석들은 대만산 꽃사슴인데, 몇 해 전 국립공원에서 키우다가 속리산에 방목된 것으로 이제는 속리산의 환경에 적응이 잘 됐을 거라 한다. 오늘에야 사슴을 보았다!
내일부터 센 비가 내리리라는 예보가 있어, 마호(磨糊, 풀 쑤는 소임)스님이 풀을 쑤어놨단다. 과연 밤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2015년7월12일(일)비
센 바람 불어 빗줄기 날려 창에 부딪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하염없다. 나무들 머리채를 흔들며 울부짖는다. 나도 구름 따라 바람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나 좀 데려가 주세요. 나무는 발이 없으니, 제 자리를 떠날 수 없다. 수평 이동을 할 수 없으니 수직 상승을 꿈꾼다. 그래서 나무는 별에 가닿고자 하는 대지의 꿈이라고 시인이 말했다. 오전 정진 내내 행복. 몸 안에서 따뜻한 기운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행복감과 빛줄기 nimitta니밋따. 지복감bliss.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귀에 아름다우니, 시상이 흐른다.
星林雲草芽, 성림운초아
天工自成茶; 천공자성차
壺中日月精, 호중일월정
今朝簷滴下. 금조첨적하
별들의 숲에서 자란
구름 풀 어린 싹
자연의 조화로 저절로 만들어진 차
하늘 차관에 해와 달의 정기 우리어
오늘 아침 처마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네.
하늘이 하나의 큰 茶壺차호, 땅은 큰 찻잔. 구름은 찻잎이다. 자연의 조화로 구름찻잎이 법제되어 차로 만들어지니 天工自然茶천공자연차. 해와 달의 정기가 하늘 차호(天壺천호)에 담겨 우려진다. 차호에 가득한 영액(靈液 신령스런 물 즉, 차) 오늘 아침 따른다. 처마에서 찻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하늘의 공양(天供천공)이다. 비, 그것은 하늘에 땅에게 차 대접을 하는 것이다.
요즘 서양엔 기독교 영성의 부활이 눈에 띈다. 20세기에 일어난 의미심장한 사건 가운데 기억할만한 것이 동서양의 영적인 조우이다. 동양의 스승들이 서양으로 옮겨가고 서양의 구도자들이 동양의 오래된 지혜에 귀를 기울였다. 이러한 추세가 벌써 100여년이나 된다. 동서양의 영적인 접촉은 사회문화, 종교, 예술분야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켰다. 이런 흐름의 선구자로는 신지학회Theosophy, 구르제프Gurdjieff, 크리슈나무르티Krishnamurti, 토마스 머턴Thomas Merton 신부와 알랜 와츠Allan Watts, 게리 스나이더Gary Snyder, 잭 케루악Jack Kerouac, 알랜 긴즈버그Allen Ginsberg, 레너드 코엔Leonard Cohen, 비틀즈Beatles, 스즈끼 다이세쯔, 파라마한사 요가난다Paramahansa Yogananda, 비베카난다Vivekananda 등이 있다. 그런데 기존의 전통적인 기독교는 영성이 메말라 빈사 상태에 있었는데 전위적인 기독교 영성가들이 불교, 도교, 힌두와 교류하여 기독교에 영성과 신비주의를 불어넣었다. 그들이 새로이 개발한 수행방법이 Centering Prayer중심 찾는 기도, Meditative Silence명상적인 침묵, Contemplative Prayer관상기도이다. 이러한 것들을 Spiritual Transfusion영적인 수혈이라고 한다. 영적으로 빈사상태에 있던 기독교가 동양의 영적전통에서 수혈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기성의 기독교, 천주교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 영적인 수혈이 그들의 유일신관唯一神觀, 창조주와 구세주 사상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두고봐야한다.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레너드 코헨이 부른 노래: Suzanne(1967,수잔), Bird on a Wire(1969, 전깃줄 위의 새), The Partisan(1969, 빨치산), Famous Blue Raincoat(1971, 유명한 푸른 비옷), Hallelujah(1984, 할렐루야), Everybody Knows(1988, 누구나 알지요), I`m Your Man(1988, 난 너의 남자), Democracy(1992), In My Secret Life(2001, 나의 비밀스런 삶). 배게 머리에서 In My Secret Life를 듣고 자다.
*눈의 황홀-마쓰다 유키마사 지음/송태욱 옮김/바다출판사
미인의 몸이 사후에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 9장의 일본 회화.
2015년7월13일(월)비
점심 후 포행 나갔다가 스마트폰을 땅에 떨어트려 화면이 켜지지를 않는다. 선원장 스님의 배려로 書記서기스님의 차를 타고 청주까지 외출하다.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액정을 교체하니, 스크린이 뜬다. 법주사와 청주는 왕복 2시간 남짓 걸린다. 길가의 풍경은 물에 젖은 청록이다.
밤 정진 끝나고 이어폰을 꽂고 레너드 코엔Leonard Cohen의 노래를 5분 동안 들었다. 그의 가슴에는 깊은 슬픔이 고인 것 같다. 깊이 모를 심연의 애수, 이를 파세틱Pathetic悲愴美이라 해야 하리.
2015년7월14일(화)맑음
공양간 가는 길 능소화가 유혹하듯 피어있고. 수정봉을 배경으로 보면 그림이 좋아. 오늘 맑아진단다. 안개가 산이마를 훑고 올라간다. 태평교까지 걸어가 고기에게 먹이를 주고 돌아오다. 수정교 밑 흐르는 개울이 제법 불어났다. 항상 이 정도의 물이 흘러준다면 법주사가 윤택해질 텐데. 입승과 선원장과 포카라의 풍광에 대해 담소를 나누다가 돌아오다. 점심에 칡 냉면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수정봉을 오르다. 내일 올 의성보살님들의 쉴 곳인 선원접견실을 깨끗이 해놓으라고 부탁하다.
2015년7월15일(수)맑음
아침 먹고 큰 절 도량을 포행하다. 아름다운 도량이다. 잘 배치된 전각, 수승한 자연배경, 그러나 건물과 도량의 끝마무리의 마감을 잘 하지 못했다. 섬세함과 꼼꼼한 정성이 부족했다. 전 주지스님이나 소임자들의 마음이 온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두 마음이었던 것이다. ‘큰 절 주지 한 번 해본다.’는 마음과 ‘내 것을 따로 챙겨야지.’라는 두 갈래로 찢어진 마음. ‘남들에게 주지 잘한다는 표를 내야지.’라는 마음과 ‘이만하면 됐지, 적당히 하자.’라는 두 갈래 용심. 두 갈래로 갈라진 마음으로 하는 불사가 어떻게 잘되겠는가? 비슷하게 한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끝마무리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름다움이 없다. 전통적인 멋과 어우러지지 않고 생경하다. 오히려 전통미를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까지 말해야할 지경이다. 도대체 이렇게 의식 없이 불사를 하는 주지들의 과보는 어떠할까?
‘지금 여기’ 말고 다른 데 가 있을 수 있는가?
‘지금 여기’ 말고 다른 때가 있는가?
‘지금 여기’ 말고 있을 곳이 따로 있는가?
지금 있는 곳이 있을 곳이며, 지금 있는 때가 있을 때이니, 지금 여기를 피하려 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저항하지 말라. 지금여기는 다만 지금여기일 뿐. 지금여기를 떠나 따로 별다른 지금여기를 구하지 말라. 더 나은 ‘지금여기’나, 더 나쁜 ‘지금여기’란 마음이 지어낸 것일 뿐 그런 건 없다. 지금여기에 그냥 그대로 현존하라. 무엇이 문제인가? 여기서 꼼짝이라도 하면 어긋난다. 뭘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 마라. 제발 쫌 가만히 있어라. 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이렇게 물으면 벌써 지금 여기가 아니다. 그러나 그 역시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일.
점심 때맞춰 의성불자 선진, 수광화, 정인보살이 대중공양을 왔다. 점심 먹고 선원접견실에서 오미자차를 한 잔 하며 회포를 풀다.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 모두 잘 살았다, 장하다고 칭찬해주다. 오늘은 결제한지 반이 되는 날. 쉬어주기 위해 울력을 한다.
울력 마치고 보살님들과 숲속 오솔길을 함께 걷다. 제1석문을 지나, 제2석문에 이르다. 중간에 이끼로 그려진 그림-달마가 혜가를 만나는 장면-을 찾아보라고 하다. 제2석문에 숨 돌리고 조금 앉았다가 하산하는데 갑작스레 소나기를 만났다. 숲속으로 쏟아지는 소나기라 빗방울이 굵지는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이 상당히 멀었으므로 홈빡 젖었다. 보살님들은 깔깔거리고 수다를 떨며, 소풍 온 여고생처럼 즐거워한다. 비에 젖고, 물에 젖는다는 것 새초롬한 경험이다. 돌아와 샤워하고 빨래하여 말리다.
저녁 예불 후 含周함주 선덕스님의 소참법문 듣다.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정진하라. 진실한 마음으로 정진하라. 인격을 갖추어라. 대인격자가 格外禪者자격외선이다 라는 요지의 말씀.
밤에 보살님들과 일주문 밖으로 통하는 자연탐방로를 걷다. 돌아오니 9시 취침시간이다.
2015년7월16일(목)맑음
아침 공양 후 보살님들과 태평교까지 포행 갔다가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지다. 그들은 세심정까지 계속 걷다가 돌아갈 것이다. 오후에 문자 보내온 것 보니까 문경새재로 해서 돌아다니는 중이다. 오늘 하루의 여유를 끝까지 즐길 심산이다. 휴가 받은 군인처럼 될 수 있으면 늦게 귀대하고 싶겠지. 맨날 밥해서 가족을 먹여야하는 일이 질릴 만도 하다. 스님 찾아 절에 오는 것이 일상에서 탈출하여 자유를 맛보기 위한 몸짓이기도 하다.
오후에 선원장 스님의 가사가 도착했다.
2015년7월17일(금)흐림
새벽 정진에 몸에 딱딱함(地大의 성품)이 증가됨을 느끼다. 섭씨 14도에 저기압이다. 태풍이 올 징조. 기후와 몸의 상태는 밀접히 연결되어있다. 인연의 소치이다.
요즘 이마에 토돌토돌한 게 생겨서 섭생보살에게 문의해보니 木氣목기가 치성해서 비위가 피곤해졌단다. 金氣금기를 보충하라 한다. 죽염을 애용하라고.
현재 절에서 먹는 것 중 金氣가 들어있는 것: 검은콩, 다시마, 도라지, 두부, 배, 수박, 복숭아, 생강, 우유가 있다. 커피는 삼갈 것.
2015년7월18일(토)흐림
새벽정진. 상카라(몸의 형성, 身行)의 생멸과정이 지속적이기에 알아차림(sati)이 전면에 늘 현전해 있다. 항상 선명한 앎(sampajana)이 있다. sati-sampajana가 현전해있기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금방 한 시간이 지나서 죽비소리에 방선한다. 입선과 방선이 마치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여기에 하얀 연꽃이 있네.
입선죽비에 꽃잎이 오므라들고, 방선죽비에 피어난다.
꽃을 피우고 지게 하는 자는 없다.
꽃이 핀다고 즐거워하거나 진다고 아쉬워하는 자도 없다.
죽비를 치는 자도 없고, 죽비의 주인도 없다. 죽비는 사방승가의 공유물일 뿐, 누구의 소유가 아니다. 다만 자연과정일뿐. 누가 무엇을 함이 없다.
과정대로 진행될 뿐이다. 해가 떠서 비추고 질뿐. 나무가 푸르듯, 새가 울 듯, 다만 그럴 뿐이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앉았다 일어났다 하느냐고? 무엇 때문에 안거를 하고, 죽비를 치느냐고? 해는 왜 아침에 뜨는지 해에게 물어보고, 나무에게 왜 그 자리에 서있는지 물어보라. 笑而不答心自閑소이부답심자한, 다만 미소 지을 뿐 마음은 한가로워.
페이스북Facebook에 전생을 알려주는 질문이 있어서 답을 했더니 나의 전생은 여왕이라는 것이다. Created by Kate Walker. Who were you in your past life according to your memories? 케이트 워커 지음. 당신의 기억에 의하면 당신의 전생에 누구였는가?
답: 당신은 여왕Queen이었다. 당신의 기억은 전생에 매력적인 여왕이었다는 것을 드러내 주고 있다. 당신은 매혹적이며, 낭만적이고, 강력하며, 단호하였으며, 예술의 진정한 애호자였다. 당신은 왕국의 백성에게 숭배를 받았고, 모든 남성(심지어 여성에게)에게서 끊임없이 구애를 받았다. 당신은 아름다움이 이생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으며, 당신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모두 당신이 가슴 깊이 왕의 기품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당신은 나방이 불에 이끌리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사랑의 힘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왕폐하!
아이큐는181(이상하게 높지만 재미로 본 것이라 진짜로 머리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나왔고, 고도의 지각능력perceptibility이 있으며, 예술가적인 모험가Artistic Adventurer이다.
2015년7월19일(일)맑음
진주 도과선원에서 대중공양 오다. 24명.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왔다. 날이 흐려서 산행에 지장이 있을까 염려했는데, 하늘이 점점 쾌청해져 마음까지 쾌청. 선원접견실에서 인사 나누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침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듯 비갠 후 안개구름 산을 타고 올라가듯. 初鹿초록이라 이름붙인 새 얼굴 불자부부, 해성보살 가족, 보화보살과 딸, 端正단정이라고 새로 법명을 준 불자와 그 엄마, 정안과 정산, 단송과 문아, 향지와 하림, 아미화와 수정, 송계거사 부부, 호연과 원정, 도향과 초암 그리고 반야성보살. 모두 떠올려본다. 각각의 想에 무한하고 미묘한 내용이 담겨있다. 영원을 살아온 흔적과 경험이 담겨있다. 개인의 相은 홀로그램이다. 허공에 걸린 외줄 자전거를 타고 영원과 무한을 건너가는 자여, 완전히 건너갈 때까지 모두 안전하고 평온하기를. 그러나 필경에 허공에 걸린 외줄을 태워버려서 흔적까지 없애버려야 하리. 자전거도 자전거를 타는 자도 지워버려라. 그러면 어디서 어디로 간다느니, 떨어질까 말까라느니, 일체의 욕欲과 識식이 고요해지리니.
점심공양을 하고 석문1을 지나 석문2까지 가다. 반야성보살의 손을 잡아주며 높은 곳으로 끌어주다. 스승의 할 일은 낮은 데서 높은 곳으로, 구석진 곳에서 넓고 밝은 곳으로, 외통수에서 개활지로, 험악한 곳에서 안전한 곳으로 끌어올려주는 것. 그리고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가게 함. 석문2를 조금 지나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나온다. 선원장스님이 소나무 하나씩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라고 한다. 나무야, 오십년 후에 다시 만나자라고 이야기 해준다. 오늘 나눈 나무와의 대화는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으리라. 큰 절로 내려와 잠깐 쉬면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세속(세간)과 산중(출세간)의 통섭을 이야기하다. 출세간이 세간으로 들어가 세간을 맑히고, 세간이 출세간으로 들어가 출세간의 멋을 누린다. 세간과 출세간이 교류함이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는 것과 같다. 손이 차면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손이 따뜻해지면 빼면 된다. 다시 손이 차면 호주머니에 넣으면 따뜻해지니까, 호주머니 안이 출세간이요, 바깥이 세간이다. 세간에 물들고 지치면 출세간으로 들어와 고요한 평화를 누리다가, 힘을 길러 세간으로 다시 들어간다. 출세간이 출세간에만 머물면 고루해져 쓸모가 없어진다. 출세간은 세간과 충돌하여 깨져야 한다. 찬란히 깨져서 세간 속으로 들어가 빛을 발한다. 이것이 화광동진和光同塵이다.
수정교를 건너 태평루까지 이어지는 호젓한 길을 불자들과 함께 걸어 태평루 앞 벤치까지 오다. 태평루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호수가 나타난다. 호수를 끼고 돌면 이색적인 풍광이 연출되면서 비경 속으로 들어간다. 점입가경. 나무 등걸과 바위거죽에 입혀진 푸른 이끼가 고색창연한 멋을 더한다. 오른 쪽 시선은 낙타 등 바위, 공룡 똥 바위를 훑다가, 종내 큰 판때기 바위(板岩)에 가 머문다. 바위 아래로 난 길로 줄을 잡고 내려가니 부도전이 다소곳하니 기다리고 있다. 소박하고 아담한 부도가 위쪽에 다섯 基, 아래쪽에 세 基 서있다. 예를 표하고 물을 건너 길 위에 다시 오른다. 세 갈래 길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지다. 모두 안녕. 진주에서 새 날 새 얼굴로 다시 만나요.
2015년7월20일(월)맑음
아침 차 마시고 석문 포행 나가다. 홀로 가는 길, 너무나 초연한 멋이다. 좌선할 때의 기분 그대로이다. 몸이 환경 속에 녹아들어, 다가오는 모든 것, 나타나는 모든 것이 축복이다. 지금여기 이대로 청정무위평화. 구름은 산마루에 누웠는데, 물가에 해오라비 발을 담그고 섰다. 점심 후 호숫가로 나가 호젓한 길을 즐기다.
첫댓글 눈감으니 도량과 그숲길...한번 경험만으로 완벽히 스캔되어 재생 시키니 스님의 일상과 느낌들이 그대로 현존입니다^^
빝을즈는 중학교 다닐때부터 좋아했는데, 인도 철학과 인도 음악에 심취했던 조지 해리슨의 자작곡을 제일 좋아했었죠.
here comes the sun, my sweet lord,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