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다"라는 말을 아십니까?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들다."라는 뜻입니다.
가구나 악기, 침구와 주방용품 같은 목재로 된 물건을 만들 때 톱, 끌, 대패는 나무를 연마하는 대표적인 연장입니다.
모든 나무에는 고유하고 독특한 방사조직이 있기에 결을 살리고 적절한 굴곡을 가지 훌륭한 작품이나 유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잘 연마된 예리한 연장이 필요합니다. 무딘 연장으로 나무를 깎으면 작업자는 나무에 대한 감을 잃어
시간이 지나면 작품이 뒤틀리거나 쪼개져 버리고, 혹 이 빠진 연장으로 작업하며 나뭇결에 생채기가 나서 제품이 손상
됩니다 그래서 연장을 벼리는 것은 작업자에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벼릴 필요가 없이 작업대 한쪽에 고이 걸려있는 연장이 좋은 연장일까요?
무뎌지지 않은 연장이 있다면, 그것은 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연장만이 항상 예리한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무뎌진 연장보다 더 나쁜 것은 벼려지지 않는 연장입니다. 좋은 연장은 매일 사용되어야
하고 무뎌질 때마다 벼려야 합니다. 대구 세나뚜스가 승격 20주년을 보낸 이번 한 해, 우리는 사랑받는 하느님의 자녀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뢰 그리고 성모 마리아를 본받는 성모님 군단의 단원으로 무엇보다 꼬미시움을 이끄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간부로 성실히 또 기쁘게 살아왔습니다. 그뿐 아니라 크고 작은 봉사와 헌신과 회사로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웠습니다. 그야말로 하느님과 교회 그리고 성모님의 연장(도구)의 역활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마감하는 지금!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쓰기만 하고 벼리지 못해 내 마음이 너무 무져져 있지는 앟은지?
마치 이 빠진 연장처럼 열심히 사용되었지만 상처 입은 마음과 손상된 관계만 남은 것은 아닌지?
혹시 작업대 한쪽에 걸려있기만 하고 사용되지 않아 연마할 필요가 없지는 않는지?
뭉툭해진 연장은 기쁨과 보람이 되어야 할 일들이 무거운 짐으로 다가옵니다. 이 빠진 연장은 상처를 남깁니다 반면 사용
되지 않은 연장은 아무런 수고와 자극이 없습니다. 매일 사용되어 이가 빠지고 심하게 무뎌질수록 벼리는 시간과 정성도
깊어집니다.
분명 우리는 하느님의 도구, 성모님의 연장입니다. 그래서 작업대 한쪽이 아니라 그분의 손에 들려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야
합니다. 그렇게 매일 사용되다 보면 시간이 지나 무뎌지고 때로는 이가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벼리면 됩니다.
잘 사용된 한 해에 감사하며, 잘 벼려지는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 손 안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하느님의 연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