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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이 지배하는 낮이다. 주위의 사람들은 제각각 멋을 내며 걸어가고 있고, 가족끼리 다정하게 이야기하는게 보이기도 하는 공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공간에 누구에게도 들리지않을 낮은 음성이 울려퍼졌다.
“꿈을 꿧어 ”
모자를 깊숙하게 눌러쓴 남자는 벤치에 홀로앉아 아무도 없는 공간에 말을걸고 있다.
“그래, 악몽이야 언제나 그렇듯 네 피가 흥건한 악몽이야 ”
남자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서 알약을 몇 개 입속으로 털어넣었다. 손을 들었다. 검지를 들어서 하늘을 가리켰다. 그리고 남자의 입속에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소리가 났다.
“탕 - ”
정적이 흐른다. 시끄러운 아이들의 소리도 아이를 보며 웃음짓는 어른도... 단 하나의 소리 이 남자의 목소리만이 하늘을 향해 울려퍼졌다.
“너는 좋은꿈 꿨어?”
“필립아 내일 고등학교 동창회라고 했지? ”
“응 여섯시까지니까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
“나도 같이가고 싶은데 ”
“너 오늘 중요한 강의 있잖아 ”
“쳇 ”
필립은 이 귀여운 여인을 어떻게 달래줄까 하다가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에.. 왜이래 ”
여자는 볼이 빨개져서 말했다.
“뭐 어때 애인인데 ”
“후후, 이렇게 하면 더 귀여울 것 같아”
여자는 필립의 머리를 뒤로 쓸어념기며 말했다.
“술 많이 마시지 말구, 아 그리고, 다음주 일요일에 교회 친목회도 잊지말고 ”
“알고 있어 지아야 시어머니 같이 잔소리는 ”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 우는 것 같이 내 눈에 비가 한방울 떨어졌다.
“비는 눈물을 대신 할수없어, 비는 눈물과 다르잖아 그러니깐, 지금 울고있는거 아니지? 울지마, 그러면, 내 마음이 더 아파지니까 ”
그리고 나는 앞을 바라보았다. 사냥감이 널부러져 있다. 참을수 없는 욕구가 찾아왔다. 나는 내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럴생각도 하지 않았다.
“좋은 꿈 꾸었어? ”
사냥감이 떠는게 느껴진다. 겁먹은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마
푸욱-
사냥감의 몸에 비수가 파고들었다. 가장 뜨겁게 뛰고있는 심장을 찾아가서 찌르는 거다. 피가 나온다. 내 몸에 피가 튀었다. 내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윽고 지금 흐르는 빗물과는 다른 색다른, 물방울이 내 눈에서 흘러나갔다. 뜨겁게.. 내 몸에 묻은 피를 손가락으로 찍었다. 그리고 내 얼굴에서 나온 눈물을 다른손가락으로 찍었다. 봤다. 빨갛고, 투명하고, 둘다 뜨거워 느껴져 뜨거운게..
“이건 눈물.. 이건 피야.. 너무 다르네? 보여? ”
부르르릉-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고 차는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필립은 행사때 입고가라고 지아가 사준 와이셔츠와 정장바지로 차려입고 동창회가 잡힌 주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띠리리리링- 발신인 [반장님]
“여보세요 ”
[아! 필립이냐? ]
“예 반장님 왠일이세요? 휴가 나가셧잖아요”
[그거보다 오늘 뉴스봤냐? ]
“뉴스요? 저 지금 동창회 가려고 차운전중 인데요”
[그래? 지금 완전 난리도 아니다. 내일부터 바빠질거야]
“뭔데 그래요? 휴가 나가신분이 사건을 다 신경쓰시고 ”
[ 성수 연쇄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다시 나타난거 같아 ]
“뭐! 뭐라고요? 정말 그 미친놈이 확실해요? ”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2명이 죽었는데 살해방법이 2년전 그놈과 완전 흡사해! ]
“모방범죄일 가능성은요? ”
[그럴수도 있지 어쨌든 난 내일부터 일선에 복귀한다. 그 사건이 우리팀에 맡겨질거 같아서 ]
“우리만으로 되요? ”
[상황을 봐서 더 붙여주겠지 그럼 이만 끊는다. ]
정말인가? 한참 내가 신입 일때였다. 내가 존경한 선배가 미치도록 쫒아다녔지만, 내가 본 끝은 심각한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선배였다. 그 베일에 싸인 용의자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간 사람은 선배였는데.. 거기가 어떻게 된건지 수사일지가 남겨지지 않았다. 그 역시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역겨울 정도로 끔찍한 숫자를 죽인 남자 하지만, 경찰은 그 남자의 신원은 커녕 머리카락 하나도 얻지 못했다. 몇가지 특징은 죽인 사람은 모두 깔끔하게 심장을 찔러서 죽였다는 것 그리고 살인마가 그 사람들의 몸에 꼭 칼로 글을 쓴다는 것 하지만 상식적으로 인간을 그렇게 깔끔하게 죽일수는 없다. 아니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인 자식이 증거하나 남기지 않았을까?
“필립아! 이필립! 무슨생각해?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 ”
누구였지? 아 정석이구나 강정석 나랑 많이 친했었는데..
“아 미안해 중요한 사건이 터져서 ”
“짜식, 우리 7반의 가장 출세한 스카이 멤버까지 모였는데 좀 집중좀 해라 ”
옆에서 또다른 남자가 나서서 건배를 유도했다. 이름이.. 송병석이였던가..?
모두 소주가 담긴잔을 들고 한데모아 잔을 부딪쳤다.
[ 영원한 7반의 우정을 위하여! ]
그때 필립의 머릿속에 지릿하고 전파 지나가듯 생각이 떠올렸다.
“정석아, 우리도 옛날에 클럽같은거 결성하지 않았엇냐?”
“음.. 맞다. 그런게 있었지? 너랑 나랑 지수랑 또 누구였더라? 5명이였는데 ”
앉아있는 애들을 쭉 둘러봤다. 다들 꽤 많이 변했다. 많이 출세한 놈들도 있고, 옛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왁자지껄.. 가끔은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필립은 생각했다. 정석이가 그 틈에 말했다.
“아! 성진이 유성진 그리고, 한명더.. 음.. 전학왔었지 아마..? ”
그래, 분명 전학왔다. 2학년 초에 전학왔었던.. 아, 용준! 배용준
“아 맞다. 용준이! 배용준 이잖아 걔가 리더 아니였냐? ”
배용준.. 뭐였지? 분명히 나와 뭔가 있었는데, 잘 생각나지 않았다. 뭐였더라.. 필립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았다. 뭐였지? 왜 이렇게 떠올르지 않는거야 뭔가 중요한거 같았는데.. 그때, 우리가 점거한 주점 방안의 문이 덜컹 열렸다.
“안녕 얘들아? 나다 ”
“필립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쟤 용준이잖아! ”
아, 저모습이였어, 필립의 뇌리에서 드디어 용준과의 추억이 몇가지 떠올라졌다.
“우와 용준인 월래 멋있었는데 더 멋있어졌네? ”
배용준은 필립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정석이와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필립은 중간중간 끼어들어가며, 그렇게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티비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늘 오전 고양시 j산에서 특이한 시체가 발견되었고, 멀지 않은곳에서 1명의 시신이 더 발견 되었습니다. 두 시신에는 칼자국으로 글이 써져있었고, 어제밤에 피살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수용 기자 나와주세요 ]
정석이가 필립을 찌르며 말했다.
“으으 저거봤냐? 2년전에 나타났던 그놈이지? 성수 연쇄사건때! ”
“음 그런거 같아 우리팀에서 저 사건 맡았어, 정석아 근데, 잘아네? ”
“뭐, 그때 사건 잊을 사람이 어디있냐? 너도 조심해라 옛날에 경찰도 저놈한테 당했단 말도 있었잖아”
“이거참 세상살기 무서워서 어디.. ”
옆에서 준수가 거들었다.
[이 수법은 2년전에 나타나 우리나라를 공포에 떨게했던 희대의 살인마와 비슷한걸로 보입니다. 경찰은 벌써 다시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고, 증거찾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2년전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서장 윤영재씨는 무슨일이 있어도 잡겠다며 의욕을 내비치고 있는 상태입니다. ]
“필립아, 너 이제 바빠지겠다. ”
“응 월래 바빳는데 뭘.. ”
“국민의 지팡인데 어련하겠냐? ”
“애인이랑 오붓하게 보낼시간도 없는 바쁜 지팡이지.. ”
“아 맞아 제수씨는 왜 안데리고 왔냐? ”
“제수씨는 무슨.. 그쪽도 바쁜몸이라 힘들어 ”
울린다. 귀가 몸이 떨린다. 머리가 몸이
왁자지껄하다. 벌떼같이 윙윙 거린다.
아 싫다. 너희는 너무 시끄러워
많이들 집으로 돌아갔고, 3차까지 억지로 합류된 필립은 자제하면서 마시긴 했지만, 많이 취해서 머리가 빙빙 돌고 알딸딸하다. 이제 파한 듯 대부분 헤어졌다.
“응? 용준아? 집이 어디라구? ”
“상세동 ”
“내가 사는곳이랑 얼마 안걸리네? 가치가자 ”
“으응.. ”
필립은 만취한 용준을 택시에 태우고 자신은 앞좌석에 탔다.
“필립아.. ”
필립은 왜인지 계속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밤이라 그런가? 차 거울을 통해 뒷차석을 보았다. 용준이 누워있다.
“응? ”
“경찰생활은 어때? ”
“뭐 힘들지 ”
“그래... ”
어색하다.. 월래 우리가 어색한 사이였나? 아니다. 필립의 기억으론 분명 둘도없는 단짝이였다. 게다가 둘사이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특별한 비밀이.. 아, 뭐였지? 그게.. 갑자기 생각나지 않네..?
“아.. 미안 술깨게 라디오라도 틀까? 아저씨 라디오좀 틀게요 ”
술이 깨려고 라디오를 튼다는건 이상했지만, 택시 운전수의 허락을 받았고 거울로 용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다. 라디오를 틀자 음악이 흘러나왔다. 클레식..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용준이 말했다.
“슬픈소리지? 들려? ”
“뭐? 뭐가? 월광 소나타? ”
“그래.. ”
“으..응.. ”
시간이 지나고 용준의 집에 다왔다. 용준은 내렸다.
“필립아 잠깐 집에 들어와서 커피라도 마시고 가지 않을래? ”
왠지 껄끄럽다. 에이 뭐어때 오랜만에 만난 친군데 좀더 가치 있다가는게 났지.
“그래 ”
필립는 택시비를 지불하고 용준을 따라 집으로 들어갔다.
후루룩-
사진이 보였다.
2명이 찍힌 사진.. 하나는 용준이고 또 하나는?
“용준아 저 액자는 왜 너밖에 안보여? 다른 사람이 찍힌거 같기는 한데.. 잘 안보이네? ”
그때 세상에서 가장 슬프다고 해도 과장아닌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내 옆에는 아무도 없어.. 알지? 이필립 너는 알거야 나와 너의 꿈을..”
소름이 끼쳤다. 슬프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모순된 용준의 목소리에 그리고 그가 말한 내용에..
“꿈? ”
꿈.. 아련한 기분이다. 그래, 꿈이다. 뭐지? 꿈이 뭐지?
“그래... 이필립... 정말 기억나지 않는거야? 내가? ”
기억나 넌 배용준 난 이필립.. 분명히 난 기억하고 있어 내가 뭘 기억하지 못한다는거야!
“아.. 아냐 난 기억해 너를 잊을 리가.. 없잖아 ”
정말? 정말이야? 내 마음이 나에게 계속해서 물어봤다. 그 말이 정말이야?
“그럼 내가 꾸는 꿈도 기억해? ”
“... ”
니가 꾸는 꿈? 그게뭐야..? 무언가 나올 듯 나오지 않았다. 답답해.. 답답해..
“너라면 알텐데.. 강정석도 서지수도 유성진도 5인방도 모르는 나의 비밀 우리반의 누구도 모르는 나의 비밀 너라면 알텐데, 너라면.. ”
용준은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 정면으로.. 필립은 용준의 섬뜩한 뒷모습만 보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뭐를?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데..
“너라면.. 내가 받앗을 누구보다도 심한 고통을 알텐데.. 아니, 내가 내 원치않는 꿈으로 어떤 인생을 살지, 아니 살았을지 알텐데.. ”
내 눈에서 흐르는게 뭐지?
필립은 눈에서 뜨거움을 느꼈다. 한마디도 할수없다..
“그건 눈물이야.. 니가 흘리는거 ”
그리고 용준은 액자의 사진을 꺼내었다. 그리고 지워진 부분을 손으로 훑고 말했다.
“이건 피야.. 내가 흘리는거 ”
정적이 흐른다.
“나를 기억해줘 이필립 난.. 배용준이야.. 정말 기억안나? ”
그리고 필립은 아련한 기분속에 정신을 잃었다.
- 작가 曰
이건 얼마 길지 않은 소설입니다.
예전에 한 2년전인가? 연재했던건데..
귀차니즘을 핑계로 접고 (사실 인기도 없었던 글-- ㅋ )
복수를 쓰다가 이야기가 안풀려서 심심풀이로 이거 고쳐서 써봤어요
좀 정신병자 같은 이야기입니다. 노래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가 어울리는데
저는 그쪽으로는 능력이 없어서-- ㅋ 어쨋든 복수는 한 3편정도 써둿으니깐 오늘 2편 올리고
내일 2편 올리려고요~ 모두 수고하세요~
첫댓글 이건.. 웬지 담수/처수 이런 이야기 보다 용준 필립 우정이야기 같은?? 추리물인가? 그런거 좋아하는데 ㅎㅎ 재밋어요
이야...잘보고 갑니다 !~!.담편도 ..기대기대욧 ~!!
왠지 먼가 무섭다는....ㅋㅋㅋ잘보고가요^^
흐르는게 눈물이 아니라피라니 정말 무섭네요 ㅋㅋ
재밌어요 꼭 담편 써주세요 막기대되용
와우;;; 굉장히 섬뜩하다는 ㅎㅎ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