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등을 밀어주는 사람 -
文霞 鄭永仁
사우나에 갔다. 등을 낑낑 거리고 밀고 있을 때였다.
“어르신, 등을 밀어 드릴까요?”
뒤에서 중후한 바리톤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다보니
한 사십쯤 되 보이는 끌밋하게 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
키도 훌쩍 크고 남자인 내가 탐날 정도로 몸매가 빠진 남자였다.
얼굴도 미남 탤런트 이상의 얼굴이었다. 목에서부터 발까지 한 마리의 푸른 용 문신이 파득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등을 맡겼다. 멀끔히 등밀이를 해준 다음 비누질까지 해준다.
시원하게 등밀이가 끝났다. 내가 등을 밀어준다니 손사래를 친다. 그러고선 그 사내는 샤워를 훌훌 하고 욕탕을 나갔다.
남탕에서는 다른 사람의 등을 밀어주는 경우가 드물다.
또 여간해선 부탁하지도 않는다. 여탕에선 서로서로 밀어준다고 했다.
아마 그 남자에게는 내가 아버지뻘쯤 되었나 보다. 혹시 시골에 계신 아버지 등을 밀어드린다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따라 가뿐한 마음으로 목욕을 하였다. 그후, 코로나로 인해 사우나에 가 본지 오래다. 어렸을 때 다니던 동네 목욕탕은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시설 좋은 사우나가 대세이고, 거기다가 찜질방이 생겨 목욕 문화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더구나 때밀이하는 세신사가 있어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때를 밀수가 있다. 때밀이 직업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유망한 직종이라 한다.
이젠 손 하나 까딱 안하고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자율운전 자동차, 커피머신 로봇, 공장의 자동 로봇 등. 글쓰기도 그림도 진찰도 AI가 대신한다.
물론 그 AI 기틀을 마련하는 것은 인간이다. 자의식을 가진 AI가 등장할 줄 모른다고 한다. 혹은 AI가 인간을 지배하고 명령하는 가상 세계가 현실화 될 것 같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야 통 안에 들어가면 로봇이 모든 몸의 때를 밀어주는 시대가 올 것인가? 이 늙은이의 등을 밀어주던 그 젊은이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세신사의 손을 빌리는 것에 비하랴! 천사표가 따로 없다.
아직도 우리는 손 하나 까딱 안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손이 게으르면 머리가 늙는다고 했고, 손은 밖으로 나온 뇌라고도 한다. 머리가 좋아지려면 또는 치매를 예방하려면 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한다.
갖난 어린이에게 잼잼, 짝짝쿵 등 손을 움직이게 하는 것고 조상이 경험에 의해서 터득한 뇌 개발법이다. 젓가락질을 잘하는 것도 뇌를 발달시키는 조상들의 지혜이기도 하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