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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영 도와주지 않았던 5월.
매주 남해를 찾았건만 황사 아니면 안개로 인해 탁 트인 시야는 언감생심이였다.
아! 내게는 보여주지 않으련가?
흐린 하늘을 보면서 남해행 버스에 올랐다.
7시 마산발 남해착 버스는 쌩~ 달렸다.
1시간 40분여 뒤 익숙한 남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해 어느 길로 갈까 잠시 망설였다.
구운몽길 시작점인 벽련마을행은 8시55분 바로 탈수가 있었고,
앵강다숲길 초입 가천다랭이마을행은 9시 30분..
처음 생각대로 앵강다숲길을 걷기로 하고 40여분을 터미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살짝 설레임을 일으켰고
미리 알아온 정보를 다시 되새기면 가야 할 길을 더듬었다.
다랭이 지겟길을 걷고 나면 끝에서 앵강다숲길과 연결이 됩니다.
40여분 이리저리 터미널을 거닐며 시간을 즐기다 버스를 기다리는 남해 어머니들과 대화를 시도해보았다.
삼동면에 살고 계시다는 두 어머니
이른 시간 장에 왔다 들어가시는 길이란다.
두분의 대화가 쫀득하니 찰지다
살포시 대화에 끼어 들었다.
19살에 시집을 와 처녀시절의 추억이 없다는 아쉬움을 말하시면 시집 살이의 고됨을 푸념처럼 말하신 앞의 어머니..
정이 많아서 동네 사람들 다 챙기고 말도 걸어주신다는 돌아선 어머니 (사진 찍기 싫다며 웃으셨다).
어릴적 보리밥에 멸치조림으로 먹었던 밥상이 젤루 기억이 난다며 어려웠던 그 시절을 추억하셨다.
어머니들 몸에선 바다의 비릿한 내음이 났다.
금산 입구 휴게소 어머니는 어릴적 집 안에 나는 비린내가 싫어 수건을 아주 깨끗하게 삶고 또 삶는다고 하셨는데..
물이 들고 갈라진 손이 그간의 고생스러웠던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애잔했다.
마실 거라도 드리고 올 것 버스가 떠난 뒤 한참 후에야 후회를 했다.
10시 30분경 가천다랭이 마을에 도착을 했다.
햇볕이 장난이 아니다.
모자와 수건으로 자외선을 최대한 가리려 노력하면서 바다쪽 길로 내려갔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앵강다숲길로 가지?
다랭이 마을은 이곳저곳 손질하는 소리가 웅웅거렸다.
더불어 마을냄새도 온 마을을 뒤덮고 있었다.
바다쪽으로 계속 내려가니 이쁜 길 양쪽으로 허브가 아기자기하게 가꾸어져 있었다.
허브차도 한잔 마시고 뿌리는 천년스킨도 충동구매를 하였다.
여드름쟁이 아들에게 줄 요량으로..(아들이 좋아할까?)
허브가 이쁜 길을 바다를 보면서 잠시 걸었다.
보라색 라벤터가 무척이나 이뻤다.
햇빛은 따가운데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마음으로 그리며 바다를 보니 조금 답답했다.
아~ 바다야 제발 좀 시원하게 보여줘!!!
낚시 배인가 바다에 떠 있는 배 한척이 모터소리 시끄럽게 바다를 메우고 있었다.
드디어 다랭이지겟길의 단정한 길이 끝나고 길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은 앵강다숲길의 초입을 찾았다.
아직 열리지 않은 길이라 풀이 길을 덮고 있었다.
저길이 맞을까?
허브차 시음장 아저씨 말대로 도로길로 넘어가야하는 거 아냐 하며 갸우뚱 앞으로 나아갔다.
앗! 드디어 발견!!
남해바래길 안내 표시...반갑다 ..
풀이 우거진 숲길의 시작이다.
숲읖 헤치며 온 몸에 도둑놈(우리가 부르는 이름)을 붙여가며 풀숲을 지나가니 시야가 확 트인 커다란 바위 옆길이 나왔다
와~ 우 원더풀! 원더풀! 이 저절로 나왔다.
멀리서 보면 길이 있을까 했던 곳으로 숨을 길이 나 있었다니...
숨겨진 길이라 그런지 너무 맘에 들었다.
혼자라는 생각조차 잊을만큼 푹 빠져서 풀숲길을 걸었다.
이름도 모르는 꽃과 열매가 눈을 즐겁게 마음마저 즐겁게 만들어 주니 호젓한 숲길이 기쁜 색으로 칠해졌다.
풀이 우거진 길을 헤쳐나오니 길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
오래된 길,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길.
참 마음데 드는 길이 아닐수 없다.
차를 타고 휘 둘러가면 확 트인 바다의 아름다움을 볼 수는 있겠지만 이런 숨겨진 풍경들은 결코 보지 못하리..
돌아보니 바다옆 능선을 타고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이어져 있었다.
폐쇄된 초소도 지나게 되고...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건물앞을 지나려니 으스스 했지만 초록이 충만한 길위에선 견딜수 있었다.
잠시 다른 생각으로 빠질려고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노란 리봉..
니 참 이쁘다, 사랑스럽다, 반갑다, 기쁘다...노랑아!!
갑자기 어두워지는 길이 수상해 돌아보니 안개가 내려오고 있었다
무섭게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회색의 저 녀석이 과연 안개가 맞나?
괜히 빗방울이 날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바람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나 계속 가야하나 마나 망설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 눈앞에 짠~ 나타난 노랑이가 기운을 불끈불끈 주었다.
오래전 누군가 걸었을 이 푹신한 길이 이루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주다니.
이 길을 연 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감사함을 느꼈다.
오른쪽으로 바다의 소리를 들었지만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더니
한 순간 좁은 계곡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아~~ 감탄사 연발.
여전히 보이지 않는 수평선
하늘인가? 바다인가?
어지러운 풀길이 끝나니 오래전 포장된 길이 떠억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선택이 잘 못되어 오늘 걷기는 글렀구나 하던 차에 포장길은 새로산 신발의 능력을 아주 맘껏 발휘를 했다.
거금을 주고 산 트레킹화
이건 그냥 아웃도어용 신발일 뿐이야!!
정말 쿠션은 굿이였지만 돌길과 흙길, 숲길, 풀길을 걷기에 꽝!
아~ 그냥 운동화였어......아까비.
신발에 대한 불평을 단박에 끊어버린 이 빨간 녀석이 뭐란 말인가?
길 양쪽으로 도열안 이 빨간 이쁜이들 때문에 불만사항은 까맣게 잊어버렸다.
배도 고플 시간에 왠 횡재란 말인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따 먹음 짐승들 밥이 없어지니 조금만 먹자며 이곳저곳에서 골고루 따 먹었다.
새들이 와글와글 난리다
'그만 무요 우리밥'
날곤충들도 들러붙는다
'마 무몬 안되요 우리 밥'
아라쏘 아라쏘 내도 양심이 있는 사.람.인.겨!!
'
길은 계속 이어지고
여전히 바다는 하늘과 붙어 있었다.
하늘과 바다에게 제발 떨어지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가노라니 이쁜 펜션이 눈에 확~
도대체 저런 곳을 어떻게 개발을 한거지?
허가가 나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였다.
국립공원일진데..신기신기..
그러나 자리는 탐이 났다.
저런 곳에서 편히 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펜션에 맘을 빼앗기고 도대체를 연발하는 사이 홍현마을에 당도했다.
가천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포구다.
바다를 끼고 걸으며 바람을 실컫 즐기면서 파도 소리에 정신을 또 홀리며 걸었다.
바닷길 바위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 힘들어(신발 때문에) 제방으로 올라 서서 걸으려니
한가로이 풀을 먹던 흑염소 두마리가 깜놀 표정으로 시선을 떼지 않고 보았다.
"얌마! 니들 뭘봐! 풀이나 무!"
꿈쩍 않고 쳐다보기를 그만두지 않는 두녀석...
"쨔식들 이쁜 여자 구경 처음인 모양이지 푸하하하 하긴 할매할배들만 보다가 ㅎㅎ"
두 녀석에게 풍성한 내 뒤태를 보여주면 아슬아슬 약간 높은 제방위를 걸었다.
아~ 운동 좀 하고 올 걸..
숙호해변인가?
바다 옆 숲에서 잠시 땀을 식히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푹 쉬고 싶었으나...
(바람이 엄청 시원하게 불어와서 숲에 놓여진 평상에 드러눕고 싶었다는)
멀리서 팔랑이는 노랑이를 따라 산길로 올랐으나 노랑이는 있는데 길이 끊어졌다 ㅡ.ㅡ;;
이리가도 저리가도 없다
산위로 가도 흔적없고
바다쪽 바위로 가도 길 흔적 없고
우야노 !!
바래길 사람들에 전화를 해서 물었더니 그 길이 아니란다.
다시 돌아와 포장된 농로로 다시 접어 들었다.
노랑이 큰 녀석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그걸 못 보았다니....
땀 범벅이다.
바다길 끝무렵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갑니다
(아직 개통이 안된 길이라 )
길을 잃고 헤매다 접어 든 농로길.
신발은 신이 났고 땡볕에 얼굴을 야단이 났다.
그러나 만난 이 풍경은 뭐란 말이냐?
남해청소년수련원을 지나 언덕위의 하얀집이 나타난 것이다.
눈이 희번덕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 이런 왕거니가 왠 횡재라니?
아름답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혼자서 감탄을 연발하면서 걸었다.
이거이거 정말 걷지 않았더라면 결코 찾아내지 못했을 곳이 아닌가..
손바닥 만한 보리밭을 지키는 비니루 옷을 입은 허수아비 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는 건 왜 일까?
포장길이 밉지가 않았다.
잘못 선택한 신발에 대한 원만도 잊었다.
아~ 남해야 너 왜 이제 나타난거니?
이거 나 혼자 보고 싶다 정말...
그 길위에 또 어김없이 지키고 있는 노랑이 리봉..
아~ 시원하다.
길이 다 열린 것이 아니라는데 어디까지 가야하는 걸까?
월포, 두곡 해수욕장을 길게 지나니 돌담위에 얹혀진 마늘과 바닥에 깔려 썬탠을 하고 있는 마늘들이
노릿한 마늘내음을 날리며 뒹굴거리고 있었다.
남해는 역시 마늘왕국이야!!
지나온 바다 옆 숲에서 마늘대를 자르고 계셨던 그 할머니 그 많은 마늘작업을 다 했을까?
좀 해주고 올 걸 또 뒤늦은 후회를 했다.
두곡해수욕장의 끝자락에 나란히 선 펜션 두 녀석..
멜로디 와 재미들 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좋은 자리에 앉은 이쁜 펜션을 아주 원없이 본 것 같다.
지중해 풍 멜로디 펜션도 이쁘고
보일듯 말 듯 재미들 펜션도 이쁘고..
재미들 펜션을 왼쪽으로 두고 다시 포장길로 진입을 하니 노랑리봉이 안내를 해준다.
이길을 쫌 걸었다.
차들이 씽~씽~ 달려서 겁이 좀 났지만
신발은 신이 났다.
산쪽으로 난 노랑리본을 무시하고 내처 국도로 걷기로 했다.
산으로 내려앉고 있는 안개 때문이라고 해도 되고 다소 지치고 다녀올 곳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에
미국 마을까지 가는 도중 혹시 군내버스라도 만나면 타고 읍으로 갈 생각으로..
바다로 향한 바둑판 논이 신기해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읍으로 들어가는 남흥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아뿔싸..
진짜 미국마을까지 걸어야만 했다.
2시30분경 앵강다숲길 걷기 일단 끝
(열리지 않은 길 때문에 미국마을까지만)
버스를 놓친 덕분에 택시로 읍까지 이동을 해야만 했다
13,000원의 요금을 지불했고..
관광남해엔 여전히 대중교통 이용은 턱걸이 하는 것처럼 힘들었다.
경남도민일보에 난 남해 앵강다숲길 이야기
시내버스 타고 즐기기 : 남해 가천∼홍현마을 http://2kim.idomin.com/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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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오~ 가보고 싶었고 계획도 잡았던 남해길!!
구경 잘했네요^^*
꼭 한번 가보시길 ..
곧 갑니다*^^*
아~ 이런 길이였군요,,, 설레입니다
오늘부터 잠이 올까나 ?
오홋^^* 여기까지 뻗칠라고??
나도 사진보고나니 맘이 동하는걸,,,,호호
특히나, 오유림여사의 제3의 활동이 아주!!!! 흡,
전 매주 남해 가는데 갈때마다 설레입니다
햐~~~
길도 글도 모두 멋집니다 그려~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곧 갑니다 아직 코스 수정중인대 뭐 날마다 그러고 있긴 하지만 여긴 꼭 코스에 넣어두고 가볼려구요
지나는 길이면 꼭 들렀다 가시길
아~ 정말 사진도 글도 넘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나눠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그 글 솜씨에 퀴즈방에도 도전해 보심이~~ㅎㅎ
그러게요 ^^
오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맛깔나는 글과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올레의 그리움을 남해 바래길에 요즘 쏟아 붓고 있답니다
민중각은 여전하지요?
시원합니다. 잘봤습니다.
초록이 아주 상큼한 5월의 남해길이였습니다
멋진 구경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사진도 글도 넘 멋집니다. ^^
헤헤 부끄럽습니다
오 이번에 가는 팀들 부럽습니다. 너무 좋은 길 눈으로나마 잘 당겨왔습니다.
가시는 분들이 계신모양입니다
올레길, 둘레길 또 다른 길들 항상 떠나고 싶지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