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늑대 새끼.
다섯 살배기, 우문 사로는 요즘 바쁘다.
일황 하루 빈 賀褸 彬 천부장이 군사 훈련 도중에 발견하여 잡아 온, 늑대 새끼 네 마리를 선물 받았는데,
그 늑대 강아지들을 돌보느라 정신이 없다.
다 자라면 회색 털을 가진 늑대가 되나, 강아지 때는 털 색깔이 누렇다.
땅의 지표면 地表面과 비슷한 보호색 保護色으로 위장 僞裝하고 있는 것이다.
땅굴 속이나 바위틈 사이에 숨어 있다가 인기척이 나거나 다른 큰 동물이 가까이 접근하면,
머리를 바닥에 파묻고 숨을 멈춘 채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아니하고 가만히 있는다.
그러니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짐승이나 식물이나 스스로를 자연에 순화적응 馴化 適應 시키며 살아가는 그 이치 理致가
오묘 奧妙하다 못해 경이 驚異롭기 그지없다.
늑대 새끼는 집에서 키우는 누렁이 강아지와 흡사하다.
집에서 키우는 어린 강아지와 태어난 지, 두 달 전후 前後의 야생 늑대 새끼의 구별은
전문가라도 장담 壯談하지 못한다.
생김새나 사람에게 대하는 행동이 강아지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 집에서 키우려면 태어난 지 보름에서 20일 전에 데려와야만 한다.
늑강지는 태어나서 열흘 정도 되면 눈을 뜨는데 눈을 뜨고, 열흘이 지나면 길들이기가 어렵다.
눈을 뜨고 열흘이 지나면 제 어미를 알아보고, 주위 사물 事物을 분간할 줄 안다는 것이다.
자기를 키우는 사람을 따르기보다는 야생 본능이 우선한다.
제 어미와 형제 외에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가까이 다가가면, 벌써 경계심을 드러내고
사나운 눈빛으로 “캬르릉” 대며 오히려 위협한다.
그때는 사람이 우유나 고기를 줘도 먹지 아니하고, 사납게 앙탈만 부리다
결국은 스스로 굶주려 죽어버리는 고집 센 녀석들도 상당하다.
늑대뿐만 아니라 초식 草食. 육식 肉食을 막론하고, 야생에 태어난 대다수 동물들의 본능이다.
또, 늑강지가 눈을 뜨기 전, 어릴 때부터 집에서 키운다고 다들 말을 잘 듣는 것도 아니다.
각자 개성에 따라 행동한다.
그런 것이 일반 강아지와는 다른 점이다.
그리고 사람을 잘 따르는 늑강지라도 그 기간이 1년에서 1년 반이 한계 限界다.
대체로 수놈은 열 달, 암놈은 1년이 지나면 자신의 종족 본성 種族本性
즉, 사나운 맹수 猛獸의 기질 氣質을 드러낸다.
늑대 새끼는 태어나 달포가 되면 송곳니가 자라기 시작하여 4개월 정도 되면, 긴 송곳니가 날카롭게 다 자란다.
큰 동물도 사냥할 수 있는 맹수의 기본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1년 정도가 되면 산식 産殖할 수 있다.
이때부터는 거친 야수 野獸의 본능이 되살아난다.
주변의 가축들을 물어 죽이기도 하고, 성질이 나면 심지어 키워준 사람도 해코지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야생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늑대 새끼는 보통 강아지 못지않게 애교 愛嬌를 부린다.
자신의 생존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문 사로는 다른 가축보다 늑강지들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고, 진심으로 사랑을 베풀고 있다.
그러니 늑강지 네 마리는 우문 사로만 보면 사족 四足을 못 쓴다.
애교쟁이들이다.
늑대와 개의 유전인자는 99% 이상이 같고, 다 같은 회색늑대종 種으로 분류된다.
그러니 두 개체 간에 후손을 번식 繁殖할 수 있는 자연교배 交配는 별문제가 없다.
늑대와 개의 다른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늑대는 울 때 하늘을 바라보며 “우~우~”하며 하울링을 하는데 비하여,
일반 개는 하울링[howling]을 하지 않는다.
시베리안 허스키 등, 일부 종 種은 늑대처럼 하울링을 하기도 한다.
야생 늑대의 고유한 유전인자가 아직 살아있다는 징표 徵表다.
둘째, 늑대는 암놈의 발정 發情 기간이 1년에 1회인데, 개는 연 2회다.
늑대에 비해 주위가 안전하며, 먹이 공급이 규칙화되어
영양 보충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이다.
셋째, 개는 눈동자 주위에 흰자위가 있는데, 늑대는 흰자위가 없다.
세 번째가 특이 特異하다.
눈동자 주변의 흰자위는 모든 동물을 통틀어서 인간과 개 그리고, 소수 小數의 말과 인가 人家의
가축화 된 소들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의사 표현의 창구 窓口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맑고 눈망울이 큰, 순수함의 대명사인 사슴과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마저도 눈동자를 감싸는 흰자위는 아예 없다.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침팬지를 비롯한 지능이 높다는 고등 유인원 類人猿들 조차도
눈동자 주변의 흰자위는 없다.
집안에서 애지중지 愛之重之 키우는 고양이에게도 흰자위는 나타나지 않는다.
3만 년 동안.
사람과 친밀히 생활한 탓인지 오로지, 개와 그리고 가축화된 소와 말에게만 흰자위가 있다.
그러니 흰자위가 적은 개일수록 늑대의 유전인자 遺傳因子를 더 많이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버팔로 (buffalo)나 들소, 야생 물소에게는 흰자위를 발견하기 어렵다.
얼룩말이나 야생말에게도 흰자위는 보이지 않는다.
개와 말, 한우, 젖소는 긴 세월을 대 代를 이어 사람에게 충성 忠誠하며, 한 집안에서 동거하여 왔으며,
따라서 인간과의 교감을 중하게 여긴 부산물 副産物로 흰자위를 획득하였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반려동물 伴侶動物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볼 수도 있다.
흰자위가 있음으로 인하여, 흰자위 중앙에 위치한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그 눈빛이
내포 內包하는 의미를 상대방이 재빨리 파악할 수가 있다.
인간과 개는 서로가 눈이 향하는 방향을 향하여, 반사적으로 즉시 초점을 맞추어 정확하게 응시한다.
대상물을 신속하게 즉시 卽視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냥감이나 예기치 못한 위험 요소를 재빨리 파악하고, 즉시 대응할 수 있다.
그런데,
침패지나 고릴라등 영장류 즉, 고등 유인원들은 단순하게 얼굴이 향하는 방향을 응시한다.
초점 焦點이 정확히 한곳으로 집중되질 아니하고, 피사체 被寫體가 흐트러지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상대의 관심사에 대한 대상 對象이나, 그 목적물의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하기에는
시간이 소모 消耗되고, 자연히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눈자위의 흰 동공이 없기 때문이다.
기초배경이 취약하기에 스포트 (spot)를 받지 못하는 이유다.
연말 시상식이나 큰 행사 시에 주연 主演 연예인들이 돋보이게끔 바닥에 레드카펫[red carpet]을 깔아,
주위의 주목 注目을 한 곳으로 집중시켜, 의도적으로 관심받게 만드는 원리와 같다.
눈동자 주변의 흰자위는 종 種을 떠나, 상대방 相對方의 의도 意圖를 재빨리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 窓口 역할을 한다.
그걸, 그 어려운 진화 과정을 개와 가축화된 말과 한우, 젖소는 만년 萬年 이상을 수백, 수천 세대 世代를
거치면서, 인간 친화 親和적으로 진화 進化하여 이루어 낸 것이다.
한편,
우문사로가 귀여운 늑강지들을 게르 안으로 자꾸 데리고 들어와 장난을 쳐,
게르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일쑤였다.
그래서 우문청아는 게르 바깥 출입구 옆에 큰 돌로 무릎 높이까지
늑강지의 집을 한 평 坪 정도로 제법 넓직하게 지었다.
마른 풀을 바닥에 두껍게 깔아 놓아, 바람만 크게 불지 않으면 따듯하다.
돌 사이의 큰 바람구멍은 사로가 스스로 알아서,
작은 돌에 마른 풀을 감싸 구멍에 욱여넣어 틀어막았다.
우문사로는 낮에는 늑강지의 집안에서 살다시피 한다.
늑강지 중 덩치가 가장 큰 녀석이 사로를 제일 잘 따랐다.
여름철에 이중부가 방문하니, 다른 세 마리는 낯선 사람을 피해 꼬리를 말고,
경계의 눈빛을 띠며 입구에서 가장 먼 구석으로 옹기종기 모여 숨는데,
덩치가 큰 늑강지 한 마리는 숨기는커녕, 대범 大泛하게도 처음 보는
중부에게도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친한 척 애교 愛嬌를 부린다.
오던 중에 사냥한 마못(타르박) 한 마리를 친한 척하며, 애교를 부리는 귀여운 늑강아지에게 주었다.
사로가 그 늑강지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아버지에게 부탁하였다.
중부는 그 늑강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니, 늑강지는 ‘좋아라’하며 중부의 손등을 혀로 핥는다.
다른 늑강지에 비해 앞발도 크고 생김새가 우람 튼실하게 생겼고, 성격도 친화적이고 대범해 보이는
그 녀석의 이름을 ‘범털’이라고 지어주었다.
사로는 중부에게 “범털이 무슨 뜻이에요?”하고 물으니, 중부는
“혈통이 좋아 크고 잘 생기고 용감해 보인다는 뜻이다”라고 설명하니 사로는 좋아하였다.
사로와 범털은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냈다.
범털은 자라면서 다른 늑강아지 형제와 달리 특이하게도 눈동자 주변에 흰자위가 얼핏 보인다.
돌연변이다.
아니면, 선대 先代에 개의 피가 섞인 비밀스러운 내력 來歷이 있는 ‘늑대개’일 가능성이 높다.
늑대 암컷 강아지가 인가 人家에서 자라다가 목양견 牧羊犬의 새끼를 잉태한 체,
야생 野生으로 되돌아간 유형도 가끔 있었다.
이제 응달의 눈이나 얼음도 대부분 녹아버리고, 초원은 노란 양지꽃과 흰민들레 등,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여러 종류의 봄꽃과 푸르름으로 가득 찼다.
인간도 가축도 겨우내 움추렸던 신체를 길게 쭉~ 펴며 크게 기지개를 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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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늑대의 습성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