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은 등산학교에 들어오기 수년 전 겨울 여행 중 우연히 딴산 빙장을 보고 세상에 이런 신기한 것을 하는 사람들과 신비롭고 아름다운 얼음으로 된 벽이 있다니 하고 깜짝 놀랐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몇 년후 암벽반, 그해 겨울 빙벽반을 들어가게 되었고 여러 빙장을 다녀보았지만 화천은 가보질 못했었다.
이번 등반지가 화천이라는 얘기에 지금 다시 그 곳에 가서 보면 어떠한 느낌이 올까 설레고 궁금한 마음 가득했다.
역시 이번 여행에 있어서도 화천은 내게 잊지 못할 많은 추억을 안겨주었다.
1. 토요일 밤- 신비로운 밤
최성근 선배님과 저녁 7시 도농역에서 만나 출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신나게 달렸다.
1시간 정도 앞서 출발하신 주안과 택희 선배에게 온 전화, ‘ 여기 펜션 도착 7km 남았는데 큰 웅덩이가 길에 있고 험한 길이니 조심해서 오고, 거기 지나다가 지금 주안이 차 타이어가 펑크가 나서 차 서비스 기다리고 있어..’ 수고하시라고 위로를 하며, 기다리는 동안 웅덩이 좀 메우고 있으라고 농담하며 계속 달리는데.. 13km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차가 덜컹하며 패인 길을 들어갔다 나오더니 바로 미끌미끌 빙판길을 만나고 ,,, 최선배님이 아무리 핸들을 조절하며 차를 멈추려 해도
차는 멈추지 않고 미끄러져 마치 U턴을 하듯 오던 반대방향으로 돌아 길 옆 도랑으로
기울어지며 처박혀 멈추었다. 차 오른편이 많이 손상되었지만 둘 다 부상은 없어 다행이라 위로를 하며 차 긴급서비스를 기다리는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사고는 정말 예상할 수 없게 들이닥치는구나…. 우리 팀 차 두 대가 다 사고가 나다니 마음 아프다 ㅜㅜ…. 후배 격려 차 오신 최 선배님께 죄송스런 마음,,, 화천에서는 별이 정말 잘 보이는구나…..
펜션에 도착하여 모인 네 명 약간 침울한 분위기 가질 뻔 했지만, 우리를 찾아주신 바름 선배님들, 이두언 선배님과 합류하여 이내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주안선배님처럼 나 역시도 화천 빙장 곁에서 본 별이 가득한 밤하늘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2. 일요일- 포근하고 아름다운 딴산 빙장
꽤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아침 7시 시계처럼 일어나서 바로 줄을 걸러 나가시는 두 분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난 남아서 여유를 부리며 창 밖으로 두 분이 멀리서 줄 거는 모습을 보면서 아침을 준비하고, 두 분이 데려오신 네 분의 방송국 팀원들과 인사 나누며 즐겁게 아침 식사 후 출발,
최성근 선배님은 차 견인 때문에 바로 출발하셨고 이지영, 종일선배님이 도착하셨다.
빙장에 가선 바로 촬영 모드로 들어갔고, 아무 등반 경험 없는 카메라맨과 그를
데리고 올라가는 등반 대장 모두 고생하였다.
지영과 종일선배님은 몸풀기로 옆에서 등반하였다.
등반하는 모습 촬영 후 갖는 인터뷰에서 주안 선배님은 평소 진지하신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고, 한택희 선배님은 너무 자연스럽게 잘 하여 전에 방송 촬영 경험이 있는 듯 보였다.
딴산 빙장은 아침부터 한 낮까지 해가 비추어지고, 또 전날 내린 비와 포근한 날씨로 얼음이 많이 녹아 바일을 얼음 기둥 사이로 걸고 당기면 잘 부셔지고, 낙빙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계속 비추는 햇살 덕분에 물에 우유를 풀어 얼린 색깔이 아닌,
투명하고 반짝이는 얼음 기둥들이 많아서 오르는 동안 그 아름다움에 기쁘고 상쾌했다.
펌핑이 두어 번 났는데 다를 때 같으면 내려가서 쉬었다 다시 하자 했겠지만 , 촬영팀이 내 몸통에 채우고 주머니에 넣어준 소형 캠코더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을까 하는 부담감에 쉬었다 오르기를 반복했다. 높이 올라가서는 주머니의 카메라를 꺼내어 아래와 옆을 비추며 동영상을 찍는데 색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등반사랑에 들어온 촬영 제의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즐거웠고,
우리 팀원들이 같이 촬영하는 모습들을 옆에서 보는게 재미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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