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배달부의 정체성은 둘.
본업으로써의 글쟁이와 생업으로써의 배달부다. 야누스도 아닌데 얼굴의 앞뒤가 다른 까닭은... 당연히 먹고사는 문제 때문이다. 무명배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다. 배우라 우기고 싶은데 라면 값도 못 벌면... 알바라도 뛸 수밖에.
꽃 피는 봄날 굳이 정체성 들먹이고 본업과 생업 구분하고... 왜?
저작권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본업으로써의 글을 쓰기 위해선 가끔 남의 지식이나 정보가 필요하다. 남의 보따리를 털어오려면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비용은 둘째 치고 빼앗기는 시간이 만만찮다. 따라서 포탈이나 유-튜브를 통해 눈치껏 빼내오게 되는데 이때 찜찜한 게 바로 저작권이다.
지적재산권
저작권&공업소유권을 말한다. 공업소유권에는 특허권/실용신안권/의장권/상표권이 있으나 관심분야가 아니므로 통과, 저작권만 살펴보면...
저작권 보호객체로써의 (어문/음악/미술/연극/건축/사진/영상/컴퓨터프로그램 등)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다. 따라서 보편적 재산권과는 다른 보호&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22조 2항(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에 기초해 1957년 「저작권법」을 제정했다.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권리는 ‘저작권’ ‘저작인접권’ ‘출판권’으로 나뉜다.
‘저작권’은 다시 어쩌고저쩌고 나누어지고 세분되는데... 시험 칠 것도 아니고 피곤하니까 걍 도표로 정리.
영화 얘길 하다가 삽입곡을, 오페라 얘길 하다가 등장 아리아를, 문학 얘길 하다가 참고가 되는 시를 소개하고 싶으면 어찌해야 하나. 정식 절차를 밟으려면...
“초면에 대단히 실례합니다만, 제가 글을 쓰는 놈인데... 혹시 저작권자 되시나요?”
먼저 백방으로 수소문해야 하는데
“여기 홍콩반점입니다.”
혹 연락이 닿았다 해도
“초면에 대단히 실례합니다만, 제가 글을 쓰는 놈인데... OST/노래/시를 꼭 소개하고 싶거든요. 괜찮으신가요? 흙 파 장사 하시는 건 아닐 테니 5천 원으로 안 될까요?”
“원 별...”
안 봐도 비디오. 얼굴 화끈거릴 게 뻔하다. 차라리 내용을 수정하거나 아예 글을 포기하는 게 속 편하다. 그것도 아니면 ‘법대로 하든가’ 드륵 URL을 긁어오거나.
본업으로 글을 쓴다.
본업이라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건 아니다.
출간을 하고 스타작가가 되고... 어이쿠, 감사한 일이지. 바람둥이가 열 미인 마다할까. 준다면 고맙게 받는다.
하지만 그런 것은 부수적이고 가능성 희박한 머~언 훗날의 일이다. 당장은 안 쓰면 견딜 수 없으니까 쓰는 것이다.
누군가 내 글을 퍼간다면
고맙지 뭐. 퍼간다는 건 느낌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인연이 닿아 내가 쓴 시/수필/잡글을 읽어준 것만도 감사한 일인데, 느낌이 넘쳐 긁어가기까지 한다면 그야말로 삼생의 영광이다. 거기에 저작권이 어떻고 딴지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왜곡만 없다면) 퍼간 글로 국을 끓이든 찜을 찌든 상관할 생각도 없고.
예술의 제1 당위는
위로와 감동이다. 돈을 벌기 위해 제공하는 위로와 감동은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미 예술이 아니다. 하지만 예술가도 밥은 먹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이해가 상충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최소 안전장치로서의 저작권이다.
예술가 입장에선
쌀과 밥이 되는 저작권의 등장이 고맙다. 그런데 고맙기만 한 것일까. 만약 (예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문턱이나 걸림돌이 된다면?
“아비는 곤궁한 지경에 이르러서야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선비는 곤궁한 처지로 외롭게 있어야 뜻을 터득할 수 있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중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 말. 어차피 (상업예술이 아닌) 대부분 창작물의 저작권자는 돈과 인연이 없다. 결과적으로 재물을 손에 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조차도 애초에 자신의 창작을 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않았다.
돈은 뙤놈(되놈)이 챙긴다고,
혹시 저작권이란 것이 일부 상업예술 저작권자를 위해 제정된 것은 아닐까. (저작권의 혜택 입을 일 없는) 순수예술 저작권자가 도매금으로 넘어간 듯 싸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글쟁이의 숙명
옛말에
책도둑은 도둑 아니랬느니
하물며
널린 글 넘치는 자료
눈길 한 번 주기도 감지덕지
읽어주고 느껴주고 그래도 감흥이 남아
이곳저곳 퍼 나르고 동네방네 소문내면
어이쿠, 감사한 일이지
독 짓는 늙은이 문 잠그고 돌아앉는
가문의 비법이라도 삼으려느냐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홇배이셔도
아무렴 세종 할아버님이
돈 되자고 머리칼 쥐어뜯으셨겠느냐
저작권이고 다 좋다만
돈 되는 방법이 그것뿐이겠느냐
고마해라 열어놔라
가난하고 어린 백성들
마참내 제 뜻 시러펼 수 있게
냅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