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살짝 벗어나서, 문학을 한다면 그래도 알고 있어야 할 소설도 한 편 보겠습니다.
나는 소설 ‘보봐리 부인’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문학으로서’가 아니었다. 임진수 교수에게서 정신분석학을 공부하면서 였다. 불문학이 전공인 교수께서 프랑스에 가서 ‘라캉’을 공부하면서, 정신분석학에 매료되어, 정신분석학자가 되신 분이다. 임교수는 ‘보봐리 부인’을 교재로 욕망에 대하여 강의하였다. 욕망이란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현실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환상의 존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보봐리 부인을 다룬 대부분의 글에서 그의 남편는 말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의사들이 모인 문학 모임에서 올린 글에, 그의 남편인 의사 보봐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남편 보봐리는 정원의 나무 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바람난 아내 때문이라니, 나로서는 무척 흥미로웠지만, 보봐리 부인을 해설하는 어느 문학서에서도 다루지 않았다. 이것 또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맞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말하지 않겠다.,
여기서는 ‘욕망’이라는 시선으로 읽기를 해보자. ‘욕망’은 무의식에서 바라는 욕구이다. 현실 세계가 아닌 환상의 세계에서 바라는 욕구를 말한다. 이런 이유로 욕망은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특성이다. 따라서 욕망이란 항상 현실의 바깥에서 존재할 뿐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시골 처녀 ‘엠마’에서 시작한다. 지루한 시골 생활을 소설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소설 속의 세계는 시골 생활에서 결코 맛볼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엠마의 환상을 만들어 주었다. 소설 속의 세계는 흙 먼지가 날지도 않았고, 투박한 농군들의 거친 태도 대신에 예의바르고 깨끗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엠마의 집에는 아버지를 돌보려 자주 들리는 의사 보봐리가 있었다. 어렵게 의대를 졸업하고, 결혼하였으나, 지금은 상처를 하고 나이도 들고 혼자 사는 홀애비이다. 엠마의 눈에는 읍내에 살고, 농촌 사람과 달리 깨끗한 용모여서, 소설 속의 인물들과 닮아 보였다. 의사 보봐리가 청혼하자, 처녀 엠마는 보봐리 부인이 되어서 읍내로 갔다. 욕망에 빠져 있으면, 다른 것들은 결코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욕망의 속성이다. 농촌을 벗어나는 것만 보였지, 의사 보봐리가 나이가 많다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읍내로 가서 생활해보니, 시골 처녀 때는 보이지 않던 온갖 현실들이 눈앞에 나타났다. 남편은 나이가 많고, 먼지는 날지 않더라도 단조로눈 새활은 시골보다 더 지루하였다. 이때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도시 청년이었다. 외모도 단정하고, 예의도 바르고, 무엇보다도 활기가 넘쳤다. 소설 속의 주인공과 닮았다.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남자로 보였다.
그 총각과 도주하였다. 그가 파리에 갔을 때 백마를 타고 온 왕자 같던 그 청년은 자기가 챙겨간 돈만 빨아먹었고, 돈이 떨어지자 떠나버렸다. 현실에서는 백마를 탄 왕자가 절대로 나타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환상에서나 가능하다.
이후로도, 환상을 쫓아 이곳저곳을 헤메다가 실망하는 뒷 이야기는 생략하겠다.
보봐리 부인 앞에 나타나는 것은 언제나 현실이었다. 꿈꾸었던 환상의 세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환상, 즉 욕망의 주소지는 현실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욕망의 결과는 죽음으로 끝이 났다. 보봐리 부인이 걸어갔던 욕망의 끝은 바로 그 길이다. 임진수 교수가 강의한 주제도, 욕망이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준 소설이 ‘보봐리 부인’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는, 우선 나부터 숱한 욕망에 사로잡혀 사느라 인생살이에서 수 많은 헛발질을 하고 있다. 아마 이 나이에 문학공부를 한답시고 이러고 있는 나도 지금 헛발질을 하는 것일게다.
내 욕망 중의 하나는 젊은 시절에 좋아하면서도 다른 욕망에 사로잡혀 흘러보내버린 문학공부를 좀 더 깊이 공부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문학 사랑방’이라는 공부방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모여 같이 공부하는’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만들었다. 욕망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같이 공부하면서도 언제나 헛헛한 심정이다.
문학단체에 가입하고서도 헛헛한 마음은 마찬가지이다. 욕망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믿으면서도, 이 방에 반응도 없는 글을 올리고 있다.
기회가 있으면, ‘보봐리 부인’을 또 다른 각도에서 읽도록 해 보겠습니다.
첫댓글 박사님의 욕망이 " 문학공부를 깊이 해보자"라는 것이라면
욕망의 대상을 잘 선택하셨습니다.
사회적 인격을 잘 닦으시고
그림자의 내적 요구를 균형있게 억압할 수 있었던 것은
자라면서 흡수한 어머니의 자애로운 사랑과
문학을 통해 얻은 시야의 확장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욕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음~~~ 흥미로운 이야기 입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