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인가,
아무 것도 부치지 말라했는데도 출판사에서 책과 함께 이거저거 여러 가지를 동봉한 소포를 부친 적이 있다.
그게 세관에 떨어져서 시내 외곽까지 트램 타고 가서 한참 기다렸다가 세금내고 가지고 오면서
"고마워요~~ ㅅㅂㅅㅂ..."
하던 기억이 난다. ^^;;
그 소포에 청계발도르프학교 혹은 출판사가 제작한 공책이 있었다.
대형, 중형, 소형 세 개인데 초등부 아이들의 공책 사진으로 속표지를 만들었다.
쓸 일이 없어서 몇 년도 넘게 그거를 책장에 꽂아두었는데,
뭐가 쌓이는게 질색인 성질이라 어떻게 처치해서 자리를 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요즘 슈타이너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을 한번 써보는 데 이용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공책 속표지를 잘 들여다 보니...
오잉, 이게 뭐야 하는게 눈에 확 띠었다.
이런게 바로 내가 GA 302a 역자 후기에 쓴 '욕설'의 대상이다.
'우리는 공책 예쁘게 꾸미기, 즉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게 모방하고
수업 내용 자체는 일반학교에서 하는 그대로 합니다~~'
하고 만방에 공표하는 하는 거.
(이게 순진인지 무식인지, 아니면 이 둘의 합작인지... )
공책 만들려고 그림을 모아서 사진 찍고 디자인하고 견본내면서
함께 들여다본 사람들이 적어도 한 다스 정도는 되었을 텐데
그 중 한 명도 알아채지 못해서 이대로 출판하고,
지금까지 아무도 지적해 주지 않아서 아직도 발도르프 학교 공책으로 쓴다면
정말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야 하는 거,
발도르프학교 담임교사라면 단번에 알아채야 하는 거,
그건 뭘까?
(이렇게 가르친 담임교사가 아직도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아직도 이렇게 가르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첫댓글 최혜경 선생님의 글입니다.
근데 왜 하는지 모른채 겉만 그럴싸하게 모방한게 과연 이것뿐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