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잔은 갈증을 면하기 위하여, 둘째 잔은 영양을 위하여,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하여,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하여 마신다. - 로마 속담
★맥주를 마시는 것은 좋은 식사를 하는 것과 같다. - 독일 속담
★우리의 운명에 용기를 북돋기 위해서는 한잔의 맥주를 - 스코틀랜드 메리여왕
★맛있는 맥주의 부탁이라면 나는 바지를 팔아들고, 신발도 전당포로 갖고 간다. - 핀란드 국민시인 한즈
★맥주는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 맛은 쓰지만 마음을 여는데는 묘약이다. -일본 후쿠자 유기치
맥주에 대한 세계 각 국의 한 마디들이다. 점점 기온이 높아져 간다. 한 낮의 내려쬐는 태양에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고, 해가 서산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이면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온다. 목줄기를 따라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맛에 취하면 피곤했던 하루도, 비릿하게 젖어오는 땀냄새까지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더운 여름날 목줄기를 타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 맥주는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3% 가량 매출이 늘어나게 되며, 20℃에서 30℃로 온도가 10℃ 상승하면 매출은 약 130% 늘어난다고 한다. 반면 소주는 20℃를 고비로 매출이 하강하기 시작해 20℃에서 30℃로 기온이 오르면 매출이 5%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름엔 맥주, 겨울엔 소주'가 괜한 말은 아닌 것이다. 더울수록 맥주가 당기는 것은 아무래도 차갑게 마셔야 제맛인 그 성질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입안을 톡 쏘는 듯한 탄산의 상쾌함까지 더해지면 한 낮에 흥건했던 땀이 모공속으로 쏙 숨어드는 기분이다. 이렇게 시원하고 짜릿한 맥주, 알고 마시면 조금 더 즐거울 수 있다.
■맥주를 더 맛있게 마시는 비결
▷일단 유통기한을 확인하자. 물론 맥주는 유통기한 표기 예외제품이다. 하지만 국내 맥주제조업체들은 작년 8월부터 '음용권장기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제조일자로부터 6개월~1년 이내에 마셔야 가장 깔끔하고 상쾌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장기간 보관하면 맥주 속 단백질 성분이 자연 응고돼 뿌옇게 변할 뿐만 아니라 산화가 심해져 본래 맛을 잃어버리기 때문.
▷풍성한 거품을 즐기는 것도 좋은 맛의 비결이다. 가끔 맥주 거품이 넘치도록 따르면 "술도 제대로 못 따른다."며 타박을 주게 마련이지만 넉넉한 거품이야말로 신선한 맥주를 즐기는 첫 걸음이다. 거품은 맥주 속 탄산가스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고,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는 것을 막으려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맥주를 따를 때 20~30% 거품이 생기게 따르는 것이 좋다. 처음 반 정도는 천천히 따른 뒤 몇 초 정도 멈추었다가 힘있게 맥주를 부어 거품이 치솟도록 따르면 된다. 맥주를 한 잔 가득 한꺼번에 마시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반 잔씩 따르는 것도 좋다.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는 것보다는 거품을 헤치고 한 번에 시원하게 들이키는 것이 제맛이기 때문.
▷맥주는 시원할수록 맛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너무 차가우면 오히려 혀를 마비시켜 맥주의 맛이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여름철 4~8℃, 겨울철 6~10℃가 맥주의 최적 온도다. 탄산가스가 제대로 살아나 거품도 넉넉하게 발생하고, 특유의 청량감도 최고조에 달한다. 자칫 급한 마음에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맥주를 얼리면 녹인다해도 제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맥주, 이런건 어때?
▷대부분 술은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맥주의 특성을 모르고 말한 잘못된 속설. 알코올로 섭취된 칼로리는 탄수화물로 섭취된 칼로리와는 달리 혈액순환 촉진이나 체온 상승에 이용되며, 10분의 1 가량만 체내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모두 배출된다고. 하지만 맥주를 마시고 살이 찌는 이유는 식욕이 증가해 과식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맥주로 목욕을 하고, 맥주거품으로 세수를 했다고 한다. 이는 유럽지방에서는 대대로 전해져 미인을 꿈꾸는 여인들에게 애용된 비법이라고. 맥주거품은 주름살 제거와 피부 미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맥주목욕법은 체온보다 1~2℃ 정도 높은 온도의 물에 술 720㎖ 정도를 부어 혼합시킨 후 목욕을 즐기면 된다. 이 때 놀랄정도로 때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신진대사가 촉진돼 체내 축적된 독소가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맥주세안은 먹다 남은 맥주를 세숫물에 약간 섞어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긴장이 풀린 피부에 쌀뜨물로 다시 한번 세안해 주면 미백효과가 탁월해진다고 한다.
■알고 마시면 더 재미있다
▷맥주 병마개의 톱니바퀴 수를 세어본 적이 있는가? 놀랍게도 전 세계의 맥주가 모두 21개의 홈을 가지고 있다. 원래 맥주 뚜껑은 포도주처럼 코르크로 돼 있었지만 맥주에는 탄산이 많아 뚜껑을 연 후에는 샴페인처럼 흘러넘치는 불편함이 많았다. 이를 해결한 것이 영국의 윌리엄 페인트다. 그는 1892년 현재와 같은 쇠로 된 병마개를 발명했는데, 이 때 만든 톱니가 21개였단다. 특허 신청을 한 것이기 때문에 병마개를 쓸 경우에는 처음 발명된 모양과 똑같은 형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같은 양의 물보다 술을 더 잘 마시게 되는 이유는 뭘까? 보통 물은 소장에서 80%, 대장에서 20%씩 천천히 흡수되는 반면 맥주는 위장에서부터 흡수가 시작돼 대장까지 이어지며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이다. 또 맥주는 항이뇨 호르몬을 억제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소변을 생성해 체외로 배출시키므로 빠져나간 소변 양 만큼 더 많은 술을 마실수 있게 된다고. 술이 취하면서 뇌를 흥분시켜 더 먹고 싶은 작용을 일으키는 것도 이유가 된다. 술은 약물이나 담배 등 처럼 우리 몸의 보상센터(reward center)에 작용해 술이 술을 부르는 경향이 있다.
#맥주맛의 비밀을 찾아서
세상에는 수만 가지 맥주가 존재한다. 와인이나 소주와 달리 천차만별인 맛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맥주의 매력. 맥주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물, 맥아, 홉, 효모 그리고 기타 첨가물이다. 국내 한 맥주회사가 '100% 지하 암반수'를 내세워 맥주 시장을 뒤집었듯이 물은 맥주 맛의 생명이다. 적당량의 미네랄 이온이 있어야 하고, 특히 칼슘 이온이 중요하다고.
홉(hop)은 맥주 특유의 상쾌함과 쌉쌀한 맛과 향을 내는 원료로 뽕나무과의 다년생 넝쿨식물의 이름. 맥주 원료로 사용되는 부분은 작은 솔방울 모양의 꽃으로 말려서 가공한 뒤 맥주에 첨가한다. 맥주 역사가 기원전 4천~3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홉을 사용한 것은 8세기 무렵 유럽에서다. 그 전의 맥주는 보리나 밀을 발효해 만든 것으로 우리의 막걸리나 동동주 비슷한 맛이 아니었을까 짐작케 한다.
효모는 맥주의 생명이다. 발효 술인 맥주를 만드는데 효모가 없으면 안된다. 맥주효모는 단세포식물로 사람의 적혈구 크기 정도의 미생물로 최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을 만큼 맥주효모는 풍부한 영양덩어리로 알려져 있다. 먼저 구성성분 중 50%가 양질의 아미노산이고, 천연비타민 B군은 맥주효모에서 추출할 정도로 풍부하다. 아울러 크롬, 아연, 셀레늄 등 미네랄이 단일식품으로는 가장 풍부하다. 미국의 영양학자 아델 데이비스는 "맥주효모는 지금까지 알려진 어떠한 식품보다도 많은 훌륭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맥주 맛의 차이는 이들 재료에서 비롯된다. 벨기에 체리비어는 홉 대신에 버찌 열매를 사용하고, 두송나무열매인 주니퍼베리를 사용하는 맥주도 있다. 야생효모를 써서 3, 4년씩 숙성시키는 벨기에 람비크 맥주도 있다. 아울러 과일향이나 오렌지 껍질 등 첨가물을 통해 색다른 맥주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저온살균, 비열처리 등 마지막 살균방법에 따라서도 맛이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