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신의전쟁 〃 017 〃 홀스 〃
올암이 울리자 클레이오는 다급해졌다. 올암이 울렸다는 것은 누군가의 침입이 있다는
소리였는데 홀스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 있다가 홀스가 정체모를
침입자를 만나기라도 한다면 어린 소년은 침입자의 밥이 되고 말것이다.
그는 한편으론 말없이 사라진 홀스에게 화도 나면서 그의 걱정이 앞섰다.
자신이 올암을 쳐둔 곳은 자신을 기점으로 100 m 전방에 쳐둔것이다.
혹여 몬스터들이나 산짐승이 나타 났을때 아직 아무런 힘도 없는 홀스는
짐만 되었기에 가까이 오기 전에 자신만 조용히 가서 해결을 하려 하였던 것이다.
그는 우선 올암이 울린곳으로 가서 침입자를 먼저 처지 하는것이 낫다고 생각 하고
그쪽으로 텔레포트 했다.
클레이오는 벌어진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눈을 한번 비비고 감았다 다시 떠봐도
눈앞의 광경을 바뀌지가 않았다. 대지를 붉게 물들인채 피투성이가 된어 쓰러져 있는 홀스..
그리고 홀스에게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배꼽아래쪽으로 반토막이 나있는 오크 한마리..
홀스가 피투성이 인채로 쓰러진것은 이해 할수 있었다.
하지만 반토막이 된채 널부러져 있는 저 오크는 대체 뭐라는 말인가.
고블린도 아닌 오크는 일반 성인 혼자서도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이다.
하물며 홀스는 갈비뼈가 드러나고 팔 전체의 두께가 일정한, 척보기에도 아주 연약한
10살 소년에 불과하다.
그는 홀스에게 다가가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다행스럽게 홀스는
미약하게 숨이 붙어 있었고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하다 여겨진 클레이오는
홀스를 번쩍 안아 들고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가장 가까운 신전에 가서
신관에게 홀스를 보일 생각 이었다. 그의 치유마법으로는 홀스의 외상을
치유하였지만 홀스는 내상을 입었는지 깨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가까운 곳으로는 이아소에 땅의신 판의 신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클레이오는 그다지 신앙심이
깊지 않은데다 자신은 창조신 칼리오페의 신자였고,
후렌의 국민이었기에 이아소의 판의신전이 탐탁치 않았지만
신전은 환자와 신자를 차별하지 않았다. 신관들은 온화한 표정으로 그들을 안내했고
클레이오는 대륙에서 10명도 채 되지 않는 7클래스 고위마법사였기에 보다 정중한 대접을
받을수 있었다.
" 외상은 클레이오 님께서 치료를 하셨기에 걱정할것이 없습니다만, 내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였습니다. 오크와 싸웠다면 내상을 입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시겠지만 오크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몬스터기에 내상을 입을 이유가 없지요.."
" 그렇다면...?"
" 추측입니다만, 스스로 내상을 만든듯 합니다."
" 스스로 만들었다...?"
클레이오는 시아스 신관의 말에 골똘히 생각하는듯 말끝을 흐리면서 말꼬리를 잘라먹었다.
클레이오의 말투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련만 이 중년의 신관은 눈가 주름의 갯수를
단 한개도 줄이지 않은채 말을 이었다.
시아스 신관은 비록 입은 웃고 있지 않았으나 눈은 웃고 있었고 주름은 아주 많았으나
피부는 아주 탱탱했으며, 머리카락이 없어 이마에서 정수리 까지 반짝반짝 빛이 났고
그의 푸른눈도 투명하게 빛났다. 아주 묘한 인상이었다.
클레이오는 내심 감탄을 자아냈다.
" 아주 묘하게 사람을 끄는 인상을 가지고 계시군요."
" 어허허허, 과찬이십니다."
" 나는...남자에게 흥미는 없소만, 더군다나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네에게는
더더욱 관심이 없소."
" 어허허허허,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허허허."
" 허나, 사람보는 눈은 아주 정확하며 맘에 드는 사람을 놓친적은 없습니다."
" 허허허허."
" 멀지않아 또 뵙게 될듯 하군요. 시아스 신관. 그나저나 홀스가 스스로 내상을 냈다는 뜻은..."
" 곧있으면 깨어날듯 하니..직접 들으시는게 훨씬 편할것입니다."
시아스 신관은 빙긋 웃으며 클레이오에게 말을 했고 그들은 홀스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그들을 홀스는 웃는 얼굴로 맞아 주었다. 생각보다 일찍
깨어났던 것이다.
" 사부님!! 헤헤헤, 제가 분명 오크를 잡았는데 깨어나보니 아프지도 않고 오크도
없길래 꿈인줄 알았지 뭐에요."
" 아픈곳이 없다니 다행이구나. 산속은 위험한곳이라 누누히 말했는데 어찌하여
그 먼곳까지 혼자 돌아 다닌것이냐."
시아스 신관은 클레이오가 생각보다는 자상한 성품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콧대높은 마법사들은 분명 제자의 안부를 묻기보다는 어떻게 오크를 쓰러트릴수
있었는지에 대해 묻기 바빴을 것이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마법사들로서는 궁금증 만큼
참기힘든것도 없을테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클레이오는 홀스의 건강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을뿐 궁금한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자신의 자식에게 대하듯 애정을
보이는 클레이오의 행동에 신관은 자신에게 꾸짖기 시작했다.
' 신관이라는 작자가... 선입견에 물들어 사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도 못했구나.
판님이시여, 소문과 선입견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한 사람을 나쁘다고 매도해
버렸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대륙에서 마법사는 아주 귀한 존재이다. 그리고 아주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륙의 국왕들도 마법사를 홀대 할수는 없다. 그만큼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신관과 기사들도 존경받기는 하나 그들의 수에 비해 마법사는
그수가 매우 적었다. 선천적으로 마나를 다루는 능력을 타고 나지 않는다면 배우기가 힘들고
발전도 매우 미비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법사들은 언제나 오만했다. 국왕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신의 발밑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국왕또한
자신의 발밑이라고 생각하는 마법사들도 꽤 있을것이다.
그중 클레이오의 소문은 대단했다. 한때는 드래곤이 유희를 나선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 정도로 천재적인 마법사로 불린 클레이오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통털어봐서 가장 어린나이, 24세에 7서클에 오른 하늘이 내려준 마법사였다.
'뛰어난 마법사는 1%의 확률로 죽기직전에 7서클을 마스터 할수 있다.'
수천년간 전해져 내려왔던 저 말은 클레이오의 등장으로 인해 이제는 떠돌지 않는
옛말이 되어 버렸다. 신관은 클레이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피투성이의 홀스를 안고 자신도 피범벅이 된채 신전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홀스를 살려내라 닥달하는 모습을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할수 있겠는가.
사람의 목숨을 개미목숨만도 못하게 생각해야 당연한 마법사 행동의 선입견이 깨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목소리를 깔고
최대한 애정어린 목소리로 제자를 걱정해주고 있는것이다.
시아스 신관은 왠지 클레이오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클레이오는 굳이 어찌된일이냐 물어 보지 않아도 되었다. 홀스는 자신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는 자만감에 오크를 물리친 이야기를 스스로 떠들어 대기 시작했던것이다.
" 그래서 너도 모르게 에어 블래스트를 썼단 말이지?"
" 예!! 그렇다니까요. 저번에 스승님께서 보여주셨던 에어블래스트를 상상 했는데
그게 그대로 나가서 오크가 반토막이 나버렸어요."
보통 마법을 사용할때는 마법을 증폭시켜주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팡이라던지 각종 악세서리라던지 각종 마법무기 등이다. 이들에는 보통 각종 마법의
시동어들이 새겨져 있는데 이것들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발동어만 외쳐서
마법을 시전할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마법사는 시동어와 발동어 모두를 캐스팅 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시간을 요하기에
적과의 싸움에서는 불리할수 밖에 없다. 홀스의 말은 이러한 것을 무시하고 발동어 만으로
마법을 시전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발동어 만으로는 마법을 시전할수 없다.
클레이오는 단순히 홀스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상황판단을 제대로 못했으려니
생각해버렸다.
" 그럼 홀스, 너는 어떻게 내상을 입은 것인지...알고 있느냐?"
" 내상이...뭔가요?"
클레이오는 단도를 꺼내들고 손가락에 가볍게 상처를 냈다.
" 쉽게말하자면 이렇게 피부가 다치는 것을 외상이라고 한단다.
반면에 몸안의 눈으로 볼수 없는 부위를 다치는 것을 내상이라고 하지."
" 음.. 이게 내상인지 잘 알순 없지만..제가 마법을 쓰면서 제 몸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마법을 쓰면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사부님은 대단하시다고..
그렇게 생각 하긴 했는데..그래서 마법이란게 무서워지기도 했구요..."
뒤에서 조용히 서있던 시아스 신관과 클레이오는 오랜시간 침묵했다.
알수없는 현상의 이유를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것이리라.
그들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채 홀스에게 편히 쉬라고 말한뒤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첫댓글 홀스는 대단히 순수하군요! 그나저나 홀리는 어떻게 될지.. ㅜ.ㅡ 불쌍한 홀리..
Harsis 님, 매편 이렇게 만나게 되니 정말 감사 드려요 ^^ 포보시아와 에우로스 둘다 주신때를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알게 모르게 각자의 성향이 묻어 나오죠 ^^ 그건 조금 지나야 보실수 있으실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