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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후궁(神 後宮)
[2]
리영은 유서를 보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은장군은 생각했다.
분명 출생의 비밀 때문은 아닐거라고...
자신에 대한 배신감 때문은 아닐거라고...
그 만큼 그는 이미 리영을 자신의 딸로 받아 들였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렇기에 그는 리영을 잘 파악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는 이미 그 유서의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도.
"아버지... 이게 사실이옵니까?"
"그렇구나. 미안하다."
리영은 여전히 그를 아버지라 불렀다.
은장군은 그러나 끝끝내 자신이 경운왕 내외의 목을 베었다는 말만은 할 수 없었다.
자신의 딸이 되버린 리영이 자신을 등지게 될까봐...
또한 경운왕 내외의 마지막 명령을 위해 그녀를 도와야만 했기 때문에.
궁이 라는 곳.
그 곳은 세력다툼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나는... 나는... 지금 껏 현유국을..."
"안다. 알고 있음이야. 말하지 않아도 안다. 말하지 말거라. 나는 그 분들의 뜻을 따를 것이니라. 너는 그 분들의 뜻을 따를 것이냐?"
울먹이며, 분노를 금치 못하는 리영.
그런 딸을 보며 은장군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다독였다.
그리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리영이 곧 입을 열었다.
그러겠노라고...
"리영아. 니가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느냐?"
"네. 잘 아옵니다. 우선 세 왕자들 중 하나의 여자가 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찾아내야 합니다. 만파식적을! 마지막으로... 그 것을 부활시켜 소연국의 옛 영화를 다시 찾을 겁니다. 그래서 현유국을 처절히 무너뜨릴겁니다."
은장군은 그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피바람.
가녀리디 가녀린 자신의 딸이 과연 성공해낼지는 의문이 들었으나,
그녀는 소연국의 공주였다.
소연국 왕실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 것을 위해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버려야만 했다.
사랑이란 것에 눈 뜰 나이이건만.
'아... 내 딸과 다름없는 너를 내가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구나! 차라리 비밀로 해버릴 것을... 내가 죽어 천벌을 받으면 그 걸로 끝인 것을...'
"저도, 초간택에 나가게 해주실 거지요?"
"정말 그리 할 것이냐? 니가 다쳐도?"
"예 그리 할 것입니다. 초간택에서도 당당히 통과할 것이고, 재간택과 삼간택에서도 저는 통과할 것입니다."
(간택은 3번 합니다. 처음에 1차심사가 초간택이며, 재간택이 2차, 마지막으로 3차가 삼간택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니 정녕 그리 생각한다면 어쩔 수는 없으나..."
은장군은 은근히 걱정스러웠다.
전례없이 세 명의 왕자비를 동시에 뽑는 간택.
게다가 그 날 왕세자까지 뽑으니, 어느 가문이건 참가는 할 터였다.
원래 초간택에서 수도를 중심으로 서른여명의 처자들이 참가하는 법이지만
왕자가 셋이니 그 만큼 확률도 높은 것이라, 아마 배는 많은 처자들이 참가하리라.
그래서인지 은장군은 그 사이에 리영이 주눅이라도 들면 어쩌나하는
생각이 은연 중 드는 것이었다.
그 것을 읽은 듯한 리영.
간택일 까지 남은 날짜는 단 열흘.
그녀는 그 안에 최상의 여자가 되어야만 했다.
왕자의 여자가, 아니 더 나아가 왕의 여자가...
"그럼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리영아..."
"왜 그러시옵니까?"
"너는 내 딸이다..."
"아버님도 제 아버지시옵니다."
리영은 알고 있었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은장군의 마음을.
내 딸이 아니다라던 그 말에서 부터, 내 딸이다라는 말까지 하나 하나 담겨있는 사랑을.
모순과 역설로 보일지는 몰라도, 그 들은 부녀였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아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다른 집 처자들에 비해 조금은 작은 듯한 방.
그러나 거기서 풍겨지는 은은한 자태와 수수한 아름다움은 그 방을 한 껏 기품있게 만들었다.
리영의 성품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언제나 아늑하기만 했던 방.
그런 방에 돌아온 리영은 걱정스러웠다.
훗날 자신이 일으키게 될 풍파에 행여나 은씨 가문이 화를 당할까봐.
그러나 자신의 품에서 경운왕의 유서를 꺼내 보며 다짐했다.
'절대 지지 않을 것이야! 만파식적을 찾아낼 것이야!'
유서의 내용은 이랬다.
- 사랑하는 리영공주에게...
공주야, 내 아직 핏덩이 같기만한 너를 두고 떠나려니 가슴이 메어지는 구나!
그러나 나는 살릴 것이다.
이 나라의 마지막 불꽃인 너만은 살릴 것이다.
소연국 천년의 역사를 다시 불 피울 너만은 살릴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나는 너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다.
소연국 초대 왕이신 경민왕께서는 신비한 대나무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비오는 날 저절로 공명하여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대나무를 말이다.
경민왕께서는 친히 그 것으로 피리를 만들라 명하셨고, 나무는 즉각 베어졌다.
그리고 그 날밤 그 분은 꿈에서 적룡을 보셨다.
대나무에서 나오는 적룡을 말이다.
그 피리의 이름은 만파식적이다.
적룡의 혼이 담긴 대나무로 만든 피리라 그런지 그 소리가 영롱하기 이를데 없고
역병이 들 때 불면 역병이 소멸되고, 가뭄에 불면 비가 오고, 그 해가 풍년이 든다 하였다.
그러나 경민왕 이후 누구도 피리를 보지 못하였다.
그 것이 정말 피리의 생김새인지, 아니면 단지 전설화 시켜 감춘 그 무엇인지는 모른다.
다만 그 것이 현씨 가문에 흘러 들었을 것이라는 것만 알 뿐.
그렇기에 현씨 가문이 힘을 얻어 반역을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공주야.
내 유서를 볼 때면 너는 열 여섯이겠구나.
단 한번도 너에게 부정을 느끼게 해주지 못하고 떠나는 나를 용서해라.
너에게 이런 짐을 맡기는 나를 용서해라.
대신, 만파식적을 꼭 부활시켜다오. 찾아내어 다오. 마지막으로... 소연국을 지켜다오.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베어 혈로 쓴 이름.
그 것은 유리영과 유경운 이었다.
분명 리영은 경운왕에게 부정을 느끼지 못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을 뿐더러, 존재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소연국의 천년을 다시 세워놓아야만 한다고.
그렇기에 그녀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소녀의 갸날픔 따위는 버려야 한다.
처절히 복수하리라 다짐하며 잠드는 그녀였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 방울만은 어쩔 수 없는 듯 했다.
"오늘만 울자... 오늘만. 은리영. 아니... 유리영."
- 모르는 사항 있으시면 꼬리말이나 메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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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케리아s
E-mail : pramis1004@hanmail.net
출처 : 인터넷소설닷컴 (기타장르소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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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택령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간택은, 왕비 뿐 아니라 세자빈 및 왕실의 자손이면 누구나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뭐 그 정도는 아실테니 넘어가구요.
간택의 절차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솔직히 이 부분이 소설에서 많이 생략 되있죠.)
우선 첫번째로 초간택.
초간택에 참가하는 처자들의 복장은 송화색 저고리에 다홍치마, 저고리 위에
덧저고리를 입고 치마를 입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가마를 타고 몸종과 유모를 데리고 입궁하며, 수모(미용사)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없는 경우에는 유모가 대신하구요.
대궐 문에 도착하면 가마에서 내려 걸어서 궁문턱을 넘어설 때 미리 준비해 놓은
솥뚜껑의 꼭지를 밟고 넘어가는 특이한 풍속이 있다고 합니다.
입궁의 순서는 호주의 관직과 신분의 차에 의하여 고직과 신분이 높은 딸의
순서대로 입궁하게 됩니다.
심사방법은 30명 내외의 처자들을 한줄로 세우고 왕을 포함한
왕족들은 발을 치고 보는데 이 경우 당사자인 신랑은 참여치 않는 것이 전례였습니다.
간택의 심사가 끝나면 간단한 점심식사가 나오고 점심식사가 끝나면
처자들은 다시 먼저 들어왔던 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초간택 후에는 재간택.
초간택을 한 지 2주일 후 정도로 주로 하며 절차는 같으나
다만 인원수가 초간택에서 많이 줄어 5내지 7인이 입궁합니다.
합격자라는 말이죠.
재간택에서 세 사람을 뽑는다 하더라도 대개 발표하지 않으며
벌써 보이도록 특별 대우를 한다네요.
마지막으로 삼간택.
세번째 간택은 주로 재간택을 한 지 15일 내지 20일만에 행하여지는데
재간택에서 내정된 처자에 대하여 확인하는 겁니다.
삼간택에서는 왕이 이름을 지적하여 영의정을 통하여 공시한다네요.
삼간택에서 최후로 뽑힌 처자는 그 자리에서 벌써 왕비 또는 빈궁대우를 받아
다른 후보자들의 큰절을 받으며 왕, 왕비, 왕대비를 뵈옵고 나서 사가가 아닌
별궁으로 큰상궁이 모시고 가게 됩니다.
별궁으로 나갈 때는 대궐에서 준비한 원삼에 족두리를 쓴 대례복 차림이구요.
- 자자 제 소설에서 조금의 차이가 있다는 점 눈치채셨나요?
우선 왕자 셋이 동시에 간택 하는 경우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아마 없었지 않나 싶네요.
왕세자도 삼간택때 정하는 게 소설이므로 가능한거죠.
뭐 실제로 그런일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요.
어쨌든 그리고!!
3명의 왕자이므로, 마지막까지 3명을 뽑겠죠?
그러므로 삼간택때, 가장 뛰어나야 왕세자의 여자가 되겠죠.
흠...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제 소설이므로, 제 설정이란 역사적 사실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점 유념해주세요 ^-^
아 그리고 간택에 이러이러한 절차가 있다는 거 알아 두면 도움도 되겠죠?
그럼 수고하세요 ^-^
첫댓글 너무 잘쓰시는거 아녜요?ㅜㅜ 진짜 잼있어요ㅡㅇㅡ 빨리빨리 올려주세요~!
煐瑛瓔.. 다 영자시네요. 빛나고 옥돌에... 후후 ^-^ 영님 저도 빨리 쓰고 싶죠 ㅠ_ㅠ 그런데 중 3이라 많이써도 2편이상은 힘들거 같아요. 하루에 ㅠ_ㅠ 시험기간 되면... 아시죠? 약 2주 안 보이는거 ㅠ_ㅠ 그전에 완결 내면 몰라도요.. 어쨌든 열심히 할게요!! 본격적 내용은 다음 편 내지 다다음편에서 간택 하며 시작~
재미있어요 ^-^*//헤 앞으로도 화이팅
헤헤 감사합니다 ^-^ 힘이 불끈 납니다. 허허 -ㅅ-
너무너무 재밌어요.. 간택에 대한 지식도 많으시고.. 헤헤.. 담편보러 가야겠어요.. 건필하세요.. ^-^♡
헤헤 ^-^ 지식이야 지식검색이 책임졌죠 뭐 ^-^ 즐겁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꺄아>_< 재밌어요.. ㅎㅎ
라벤님 감사용 >ㅅ<
하핫 ㅋ 감사 ㅋ
꺄 재밋어욬ㅋㅋㅋㅋ
히히 고마워요 ㅎ
만파식적 'ㅅ'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이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6학년 국어책에 ;;
후궁이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