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이 주민 반대에 막혀 삽을 뜨지 못하고 건설 현장에서 쫓겨나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 생활형 숙박시설의 인기가 높아지자 시행사들이 생활형 숙박시설 건설을 늘리고 있는데, 인근 주민들은 ‘유사 아파트’를 동네에 짓지 말라고 맞서는 모습이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 부지의 2009년 모습. /네이버 항공뷰
2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월드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 인근 주민 반대와 부산시 건축계획심의 보류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부지는 2004년 개장한 부산 첫 놀이공원 ‘미월드’가 있던 곳이다. 2013년 미월드가 폐업한 이후 폐허로 방치됐다. 2019년 이 땅을 인수한 시행사 티아이부산PFV는 약 9376억원을 들여 최고 42층, 레지던스 550여실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근 롯데캐슬자이언트와 센텀비치푸르지오 아파트 주민들이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교통 체증 등을 문제로 삼으며 서명 운동과 오프라인 시위에 나섰고, 부산시는 지난 7월 개발 계획안 심의를 보류했다.
인천 루원시티에서도 생활형 숙박시설을 추진하던 시행사가 주민 반대로 개발 방향을 바꿨다. 2019년 루원시티 중심상업용지 3·4블록을 3030억원에 매입한 DS네트웍스는 생활형 숙박시설을 계획했지만, 생활형 숙박시설이 사실상 주택이나 마찬가지여서 학급 과밀화와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는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을 재검토하도록 하고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생활형 숙박시설을 불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DS네트웍스는 생활형 숙박시설 대신 상업시설과 오피스텔을 짓는 방향으로 사업을 선회했다고 인천시는 밝혔다.
여수에서도 생활형 숙박시설이 주민 뭇매를 맞고 쫓겨날 신세가 됐다. 미래에셋은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개발사업에 7500억원을 투입해 생활형 숙박시설 11개동, 1184실을 건립할 계획이었으나, 주민들이 막아섰다. 지역 시민단체와 시의회도 “관광시설 투자는 뒷전이고 수익성이 높은 생활형 숙박시설에 투자한다”며 반발했고, 시의회는 생활형 숙박시설 건설계획과 관련해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도 촉구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경도 개발과 관련한 미래에셋 계열사의 불법 대출 의혹을 조사하고 나서자, 미래에셋은 결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생활형 숙박시설은 유형상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주택으로 이용되다 보니 건설 과정에서 갈등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오면 학급이 과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클 텐데, 실질적으로 학급 과밀화와 주변 인프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