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부패없는 투명한 기초생활수급제도 마련하자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내년 10월 대대적인 개편을 할 예정이다. 그동안 사실상 자식들의 지원이 끊겼어도, 법적인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대상자가 아니었던 경우와 상대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차상위 계층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기초생활수급제도는 2000년 시행되어 빈곤을 공공부조를 통해 해결하려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며 자립에 대한 희망을 가진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기존의 제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한 국민들도 있을 것이다. 13년 만에 기초생활수급제도가 대대적인 수정에 들어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의 기초생활수급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포괄적인 통합급여수급이다. 즉 기초생활대상자가 되면 7가지 급여가 전부 지원되는 구조이다. 이 급여는 생계·주거·의료·교육·자활·해산·장제로 나누어져 있으나, 수급대상이 아니면 이중 어떤 것도 지원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일할 능력이 있는 수급자가 열심히 노력해서 소득이 증가하게 되면, 모든 급여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로는 부양의무자에 대한 해석이다. 지금은 부양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부양의무자 가구와 빈곤 대상자의 최저생계비 185%선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차상위계층의 범주를 확대하여 지원. 특히 이 기준을 최저생계비 120%에서 상대적인 지수인 중위소득의 50%로 설정(4인 가족 기준 월 192만원 이하)
· 포괄급여제도를 개별급여로 개편하여 선정기준 별 급여수준을 별도로 마련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30% 이하, 의료급여는 중위소득 40% 이하, 주거급여는 중위소득 40~50% 이하,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50%이하 등의 기준으로 검토하고 있다.)
·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하여 부양의무자가 빈곤 가족에게 최저생계비를 지원하고도 중위소득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때에만 부양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
· 주요 소득자 사망·질병·화재 등 가정이 위기에 닥쳤을 때 정부가 도움을 주는 '긴급 지원제도'와 취약계층에 대한 '법정 지원사업'의 선정기준 완화 등
개정안을 살펴보면 그동안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던 부분을 수정하려는 의지가 보인다. 이를 통해 수급대상자가 확대되어 더 많은 국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개정안에도 크게 2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첫 번째로는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개별적인 수급체제로 바뀌면서 일부 수급자에게 오히려 급여가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다. 7가지 급여에서 2,3가지 선별적인 급여만 받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혜택이 줄어드는 경우는 모니터링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두 번째 우려되는 점으로는 대상자가 증가함에 따라 늘어난 재정부담이다. 현재의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유지하는 데 드는 연간 비용 8조5000억원에다 2014~2017년에 총 6조9000억원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한다. 그런데 발표된 자료에는 이런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없어, 일부에서는 개정안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실 추가 예산 규모도 구체적인 제시를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개정안은 정부 보도자료에 따라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고 향후 세부 개선방안은 금년 말까지 확정한다고 한다. 그러니 2가지 우려 모두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벼룩의 간도 뺏아 먹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다. 최근 지적장애인에게 공사일을 시킨 것도 모자라 기초생활수급비를 갈취한 부부가 등장했다. 이 부부는 지난 2009년 6월20일부터 최근까지 고향 선배의 아들이자 지적 장애인 3급인 A(40)씨를 4년간 집에 데리고 있으면서 공사일을 시키고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기초생활수급비 1800여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정부의 인증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돕는 것처럼 속인 한 복지센터가 회원을 모집한 뒤 130여 명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수급비중 약 2억 원을 받아 챙긴 사건도 발생했다. 이 단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회원들에게서 첫 달에는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비 전액을, 다음 달부터는 20%씩을 떼 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파렴치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진짜 수급이 필요한 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 허위로 포함되기 위한 시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의 기준인 근로능력평가를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일부 병원에서 친분이 있는 환자에게 발급해주는 경우가 나타난 것이다. 브로커를 통해 돈을 받고 기초수급자들의 근로능력평가 진단서를 발급해 준 정황이 포착된 병원도 있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을 이를 검증해야 할 공무원들은 의학적인 전문성이 없을 수밖에 없어 의사의 진단서를 전적으로 믿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의 개정안도 방갑지만 이왕에 ‘수요자 중심의, 효율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수급전달과정의 투명 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복지공무원의 열악한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것을 다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뒷받침과 복지인프라의 확충을 시급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인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진화된 맞춤형 복지로 가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의 현실적인 계산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의 최저생계비는 지역이나 가구간의 차등화가 되어있지 않기에 말그대로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구성원의 구조가 한부모가정인지, 조손가정인지를 파악하여 이런 특정 가구 유형에 대한 별도의 최저생계비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본다. 제2차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더 현실적인 제도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