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부처님은 이 사실을 깨달으신 뒤 가장 먼저 화엄경을 통해 그 세계를 열어 보이셨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이 한 문장은 단순한 가르침을 넘어 우리가 보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하는 출발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을 얻으신 직후 한동안 침묵 속에 머무르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여셨을 때 가장 처음 설하신 경전이 바로 화음경이었습니다. 대승경전의 왕이라 불리는 이 경전에는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세 개의 전체 모습이 아무런 축소 없이 있는 그대로 펼쳐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가르침을 가장 먼저 설하시고도 부처님께서는 이후 수십 년간 다른 경전들을 따로 설하셔야 했습니다. 화엄경의 가르침이 너무 깊고 방대하여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중생이 바라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보신 세계는 마음이 곧 세상을 만들고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계였습니다. 누구의 마음속에나 부처의 지혜가 이미 갖추어져 있었으나 그 말씀을 들은 중생들은 자기 안에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하였기에 부처님의 첫 가르침은 침묵 속에 묻히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르침을 나누어 설하기 시작하셨습니다.
반야심경으로 공의 이치를 밝히셨고
금강경으로 집착을 내려놓는 법을 전하셨으며
법화경으로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진실을 열어 보이신 것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따로따로 배워온 이 경전들이 사실은 화엄경이라는 하나의 큰 바다에서 갈라져 나온 강줄기였던 것입니다. 일체유심조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이 네 글자가 화엄경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이 말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뜻으로 알고 계십니다. 그것은 일체유심조의 본래 뜻과는 거리가 먼 오해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마음이란 ?
단순한 생각과는 다릅니다. 업을 짓고 세계를 만들어 가는 근원 그 자체를 가리키는 말씀입니다.
화엄경에는 이 마음의 이치 위에 펼쳐지는 거대한 세계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의 티끌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고 온 우주가 하나의 티끌 속에 비친다는 법계 연기의 세계입니다. 꽃 한 송이가 피면 온 세상이 함께 움직이고. 내가 한 생각을 일으키면 그 생각이 온 법계에 퍼져 나갑니다.
나와 세상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처음부터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이 법화경이 보여주는 세계의 첫 모습입니다.
또한 화엄경은 놀라운 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중생의 마음속에 이미 부처와 같은 지혜가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무명과 번뇌에 가려져 있어서 스스로 알아보지 못할 뿐이라고 부처님께서는 설하셨습니다.
이것이 화엄경 여래출현품에 담긴 핵심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괴로움도 흔들림도 사실은 무명에 가려져 있기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 無明만 걷어내면 본래 갖추어져 있던 부처의 지혜가 드러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갖추어져 있는 그 지혜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을까? 화엄경은 그 길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살이 걸어가야 할 십지의 수행 단계가 있고 선제동자라는 한 구도자가 53명의 스승을 찾아 떠난 위대한 순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수행의 끝에는 보현 보살의 열가지 큰 서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이 법문에서는 화음경이 어떤 경전인지부터 시작하여 일체 USIM조의 교리적 의미와 법계 연기의 세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어서 비로자나불의 의미 십지 수행의 길 선제동자의 구도 여정까지 화음경의 전체를 빠짐없이 해설해 드리겠습니다. 이 범문을 끝까지 들으시면 마음이 세상을 만든다는 그 말씀이 단순한 격언을 넘어선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가르침을 오늘 밤 가슴에 품어 보십시오. 부처님께서 가장 처음 여신 그 말씀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화음경의 정식 이름은 대방광 불화음경입니다. 대방광이란? 크고 넓고 한량 없다는 뜻이며 불화엄이란? 부처님의 공덕으로 장엄된 세계를 의미합니다. 이 이름 자체가 화음경이 어떤 경전인지를 압축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세계가 얼마나 광대하고 장엄한지를 이름 석자에 담아 놓으신 것입니다. 함경은 대승경전 가운데서도 가장 방대한 경전으로 꼽힙니다. 현재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한약보는 두 가지입니다. 동진 시대에 번역된 60권본과 당나라 시대에 번역된 80권본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든권본은 39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국 불교에서는 이 여든권본을 주로 의지하여 읽고 있습니다. 산스크리트 원본은 이보다 훨씬 방대하였을 것으로 전해지나 완전한 형태로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거대한 경전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칠처 구에라는 틀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화음경의 설법은 한 장소에서 한 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일곱 곳의 장소에서 아홉 번에 걸쳐 설법이 펼쳐졌습니다. 보리수 아래 보광 명장 도리천 야마천 도솔천 타화자제천 그리고 다시 보광명전과 급고도원까지 일곱 곳에 이릅니다. 설법의 장소가 인간 세상에서 천상으로 다시 천상에서 인간 세상으로 오르내리는 구조입니다. 첫 번째 설법은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보리수 아래에서 시작됩니다. 이 자리에서 화음경의 서문에 해당하는 세주묘원품이 설해졌고 부처님의 깨달음이 온 법계에 퍼져나가는 장엄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이어서 보광 명전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설법이 이루어졌고 부처님의 이름과 공덕 사성제의 깊은 뜻이 밝혀졌습니다. 네 번째 설법부터는 장소가 천상으로 올라갑니다. 돌이천에서는 10주 야마천에서는 시팽 도솔천에서는 10회 향 타화자 제천에서는 십지가 서래집니다. 보살이 수행해 나가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설법의 장소도 더 높은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장소가 바뀌는 것을 넘어 수행의 경지가 깊어질수록 마음이 열리는 세계가 넓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마지막 아홉 번째 설법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급고독원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자리에서 선제동자가 53명의 선지식을 찾아 떠나는 입법 계품이 설해졌습니다. 천상의 높은 가르침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 위에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설법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신 적이 없습니다. 보리수 아래에 앉으신 그 자리에서 한 번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설법의 장소는 인간계에서 천상계로 천상계에서 다시 인간계로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이란 한자리에 앉아서도 온 우주의 두루 미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모든 곳에 계시고 말씀하지 않으면서도 온 법계의 가르침이 퍼져 나간다는 것이 화음경이 보여주는 부처님의 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