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지급 늦어지고 도둑까지…주민에 군대 지원 물자 공출 강요 세계 최장 군복무, 그 신병은 누구인가(3) 김정은 정권, 현재 규모로 軍을 계속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 전성준·강지원(아시아프레스)
아시아프레스가 조사한 금년 군에 입대하는 신병들의 복무기한은 남자는 8년, 여자는 5년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신병용 군복의 질이 낮아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마저 제때에 공급되지 않아 입대자들의 출발이 지연되는 가운데, 당국은 주민들에게 각종 군대 지원물자 공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병 시기를 맞은 북한의 다양한 풍경을 통해 북한군의 실체를 해부해본다. ◆ 군 공급 문제로 심각, 열악한 피복 사정 북부지방에 사는 아시아프레스 취재협조자는 지난 4월 초 북한군 신병의 열악한 물자 공급 실정을 다음과 같이 보고해왔다. “(일부) 군단 피복공급소에서 군복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서 초모(신병 모집) 출발이 늦어진다고 해요. (충분치 않은) 군복 질도 한심해졌다는데, 이전에는 데트론(테프론)으로 만들어서 구김도 덜하고 질기기도 했는데, 이번에 나온 군복은 면으로 된 거라서 애들이 앉았다 일어나면 농포 바지처럼 되는(무릎이 나오는) 정도로 질이 한심하다고 해요.” ※농포:북한에서 가장 최하층으로 분류되는 농민을 멸시하는 말로, 주민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그나마도 받지 못한 이들이 군복을 훔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이 와중에 개인이 군복을 제작해서 파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지방에서 초모로 올라온 입대 예정자들이 여관에서 잘 수 있도록 시당에서 준비를 해놨는데, 거기서 자던 애(신병)들 3명이 군복을 분실해서(도둑 맞아서) 문제돼 가지고 군복 만들어 팔아서 돈벌이하던 사람들이 걸려들어서 물건 빼앗기고 복잡했어요.” ◆ 그래도 군대는 가야지…울며 겨자먹기로 자식 군대 보내는 부모 미처 입대도 전에 물자 부족을 겪는 자식들의 상황을 지켜보는 부모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협조자는 그러면서도 자식을 군대에 안 보내려 하는 부모는 드물다고 했다. “(군에 안 가고) 먹고 살기도 어렵고 발전(출세)시키자고 해도 군사복무 연한이 필요하니까, 가능하면 보내려 하지요. 다만, 조금 힘 있는 집들은 자식을 대학으로 뽑아서 사회에서 돌격대 단기 복무를 시켜서 좀 헐하게(쉽게) 하려는 사람들도 있어요.” 한편 장마당 음식 매대에는 군복무를 앞둔 자식들을 조금이라도 입대 전에 더 먹이려는 부모들과 신병들로 가득하다고 협조자는 전했다. ◆ 면천, 장갑…각종 인민군대 지원과제로 시달리는 주민들 한편 김정은 정권은 일반 주민들에 대해 각종 군대 물자 지원을 강요하고 있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다. “4월 초부터 인민군대 지원사업으로 장갑, 면천 과제가 나와서 인민반에서 세대당 3000원씩 돈을 내고 있어요. 세대당 장갑 하나, 면천은 50센티짜리를 바쳐야 해요.” ※북한돈 100원은 한화 약 157원에 해당한다. 협조자는 이번 과제는 예전과는 달리 생활 형편에 관계없이 무조건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하면서 “절량세대나 어려운 가구들을 대상으로는 인민반 경비, 퇴비장 정리, 공동변소 청소 같은 인민반 잡일들을 하게 하고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해서 대신 다른 세대에서 돈을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 협조자들의 보고를 종합해볼 때, 김정은 정권이 현재의 규모로 군을 계속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깊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올해도 신병들은 사실상 북한군의 열악한 환경에 그대로 방치된 채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썩히게 될 것이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휴대전화를 북한에 반입해 연락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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