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고 있다. 도로시는 희미하게나마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이한 세계에서 느껴지는 기운을 어느 편의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그’가 이런 세계에마저 손을 뻗쳤다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감시의 눈길인 걸까.
그녀는 조마조마했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귓전을 맴돌며 크게 울린다. 심호흡. 가라앉지 않는 긴장 속에서 그녀는 빠르게 걸었다.
하지만 정처 없는 발걸음이었다. 어디로 향하랴. 그녀는 아는 것이 너무도 없었다.
분명 ‘마법이 없는 세계’로 돌아온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이 세계가 그녀의 이해 범주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었다. 시공을 초월해 온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곳이었다.
도로시는 신고 있던 신발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다행히도 있다. 투명한 은빛의 구두는 마치 유리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또 고무라도 되는 듯이 자유롭게 휘고 편안한 기이한 구두였다.
날씨가 쌀쌀하다. 코트를 오므린다.
그러고 보니 이 코트의 주인은 자신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이상한 걸.’
이상하다기 보다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나는 분명 느껴지지만, 이 세계는 마법이 사라진 세계임이 분명하다. 이해할 수 없는 기술들이 많긴 하지만, 도로시가 알고 있는 마력을 이용한 기술과 미묘하게 달랐다.
뭐랄까, 표현하기 어려운 이질감이랄까. 마법이라기보다는, 마법의 세계에서의 기적이자 마법이었던 ‘그’의 수법과 유사했다. 오즈의 마법사….
그렇다면 아까 그 남자는 어떻게 자신을 발견한 것일까. 분명 마법을 시전할 틈은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의식을 잃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반라(半裸)인 상태로 별 사고(?) 없이, 얼어 죽지도 않고 그렇게 쓰러져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마법의 유리 구두 덕분이다.
이 구두는 주인이 가고자 하는 장소로 빠르게 이동시켜주며, 주인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보호막을 발동시키는 주문이 걸려있다.
마법의 세계에서조차 아무데서나 파는 물건이 아니었다.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신물(神物)이었다. 그럼에도 그 남자는 도로시를 알아보았다. 노련한 마법사여야 겨우 볼 수나 있을 텐데, 그 남자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적의가 없었기 때문인가?’
그렇다 해도 자신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어쩌면….
‘마법사인건가?’
그렇다면 인사라도 해둘 껄. 도로시는 괜히 서두른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넋두리를 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틈을 주지 않았다. 옆을 스쳐가던 통통한 여자가 말을 걸어왔다. 실로 오랜만에 듣는 언어로!
“위험합니다, 유리 구두의 주인이여. 이런 골목을 홀로 다니면.”
도로시는 반응할 틈이 없었다. 여자는 틀림없이 마법을 아는 자였고, 무언가를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대한 실수였다. 도로시가 그녀의 언어에 신경을 쓴 나머지, 그 말이 뜻하는 바를 간과한 것은 크나큰 착오였다. 통통한 여자는 단호한 투로 말했다.
“뛰어요!”
도로시는 엉겁결에 달렸다. 유리 구두의 마력에 힘입어 구두를 신고도 잘도 달려갔다. 하지만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에게도 느껴졌다. 뒤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싸움의 기운이.
“아얏!”
빠르게 달려가던 그녀는 급히 방향을 틀다가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요? 이거 죄송합….”
우연히 마주친 남자는 말을 맺지 않고 도로시를 덩그러니 바라보았다. 도로시는 지나쳐가려다, 엉겁결에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코트 도둑!”
우연이라면, 참으로 기가 막힐 낭만이 함께한 자리에서 터져 나온 인사는 이러했다.
* * *
원색적인 빛이 난무했다. 군데군데 폭발음도 들렸다. 총격과 화약 냄새가 짙게 풍기우며, 사방은 격투의 소음이 매워간다.
“어이쿠!”
도로시를 추격하던 자 중 하나가 뒤로 자빠졌다. 총 넷. 유리 구두의 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마법사는 총 여섯. 유리한 상황이다. 통통한 마녀, 린다는 공격을 위한 주문의 영창에 들어갔다. 오즈의 마법사가 직접 나서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자리를 피할 수 있으리라.
“살려야만 해요. 그녀는 우리의 희망입니다!”
조그마한 골목. 격렬한 싸움의 현장을,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 평범한 샐러리 맨은 여느 때처럼 피곤한 걸음을 옮겼고, 학원으로 오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총격전의 현장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평화롭게.
그리고 양쪽이 모두 자리를 피했을 때, 온갖 주문이 난무했던 자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 자리는 깨끗했다. 결계가 사라진 저 너머로, 재회한 남녀의 실랑이가 보일 뿐이었다. 그렇게, 인연은 다시 한 번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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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판타지]
[릴레이]오즈의 마법사-4-
*사이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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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2.04 23:0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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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_+ ....마법이 사라진 세계라, 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마법이라.. 멋지잖아? 흐흐 _ _ 어쨌든 제 생각과 비슷하시네요 +_ + .... 유리구두가 중요한 건가요? 맞나? 도로시... 암튼 담편기대요 ^^ (으흐흐)....
오.. 이런 초스피드 댓글을...ㅇㅅㅇ...ㅎㅎ.. 감사합니다... 유리구두가 중요하고 안 중요하고는... 솔직히 저도 잘-ㅅ-;; 릴레이의 매력이란 그런거라고 생각하기에...ㅎ 본인도 모르는...
보통 이세계에서 판타지 세계로 넘어가는 작품들만 봐왔던터라.. 역으로 된 상황을 어떻게 엮어 가실지 너무 기대되네요^^
저의 애초 계획대로는 왔다갔다할테지만... 릴레이니 모르는 거죠. ㅎㅎ 감사합니다^^
으음.. 아무래도 오즈의마법사를 읽어보아야겠어요.. 유리구두가 뭘 상징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잘 봤습니다^^ 역시 사이키님이라고나 할까요. 재미 만점이군요 ㅎㅎㅎㅎ 그럼 저는 다음 화를 쓰러~(하루 이틀은 걸릴지도. .ㅠㅠ ㅈㅅ
딱히 상징하는 것은...-ㅅ-;; 뭐, 의미를 부여하셔도 됩니다만 모티브일 뿐.. ㅎㅎ
다시 보니까 더 재미있어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