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를 보다가 우연히 남자의 자격 '식스팩 만들기' 편을 보게 됐다.
여섯 명의 아저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왕(王)자를 목표로 식단을 조절하고,
트레이너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미친 듯이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슨 '식스팩 만들기'가 남자가 죽기 전에 해 봐야 하는 일이냐'며
이런 프로그램 때문에 남성복 105사이즈가 어깨부위에서 터지려고 하는 것 ㅡㅡㅋ
아니냐며 흥분을 시작...
아무리봐도 표정때문인거 같은데 슬림핏때문이라고.. ㅡㅡㅋ
저렇게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몸을 해치는 것이며,
쓸 때없는 식스팩을 위해 나의 아름다운 곡선(?)을 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방송인 김재동씨 역시 身體髮膚(신체발부) 受之父母(수지부모)
不敢毁傷(불감훼상) 孝之始也(효지시야)'라며 '어디 감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신체에 글자를 새기느냐' 하지 않았으냐며 버텨 왔지만
나날이 통통하게 솟아오르는 배를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어 다시 헬스를 시작했다.
사실 워낙 운동을 좋아하고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해서 운동량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만큼 굳이 다시 헬스장에 가서 이 나이에 근육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근 1년이 넘게 헬스를 하지 않고 있었다.
이 그림을 보고 운동할 때 인상쓰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 중
그리고 드디어 근 1년 반만에 다시 찾은 헬스장에서 금방이라도 욕설을 시원하게 뱉어
버릴 듯한 표정으로 1시간 30분 가량 운동을 하고 난 후
집에 도착해서 개운한 몸과 맘으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따끈따끈한 '미드'를 틀고
'닭봉'모양의 비주얼을 갖춘 과자를 뜯으려는 순간....
'아 내가 이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왔는데 이런 음식을 내 몸에 다시 집어
넣는 것은 모순이다'싶은 생각에 반쯤 뜯었던 상자를 다시 누르고 과자는
내 눈에 잘 띄지 않는 싱크대 밑으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음...하는 심오한 혜안이 열리는 듯 했다.
그리고 이래서 '식스팩 만들기'가 남자의 자격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식스팩 만들기'의 핵심은 식스팩이 아니라 내 비록 나이를 먹었고,
혹은 하늘 하늘한 테리우스 몸매에 쵸콜릿 복근으로 나의 팬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내 스스로 내 몸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런 의지가 필요하다는...
바로 그 '의지'가 '식스팩'이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식스팩은 만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관찰하고 신경을 쓰는 그것이 바로 '남자의 자격'
그리고 그 여섯 명의 아저씨들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에서 '시작'의 의미가 정말 성공의 50%라는 정량적인 의미이기보다는
시작하겠다는 그 의지의 힘을 50%로 평가한 것처럼 그들이 말하는 식스팩은
곧 나의 몸에 대한 나의 관심과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몸에 기름을 발라서만은 아닌거 같긴한데...
실제로 나 역시 다시 헬스 시작한 이후로 집안 냉동고에 넘쳐나던
금방 숯불에 구운 듯한 떡갈비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미니 돈까스,
'전자레인지 5분이면 우리 집이 KFC'라는 치킨너겟들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대신 감자와 고구마, 등 등의 건강식단으로 먹거리들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지금은 사각 사각 조각 조각 갈라진 가나쵸코렛같은 복근이라기보다는
토실 토실한 키세스 쵸코렛에 가까운 복근이지만 이 몹쓸 몸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가꿔 나갈 생각이다.
키세스 쵸코렛을 첨 봤을 때 'kiss ass'라는 이름의 빅 쇼크...
하지만 원래는 'kisses'라고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혹시 내가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
또 다른 '식스팩'은 있지 않은지 둘러봐야겠다.
시작했으니 빵 터지는 식스팩이라도..만들어야 하나
첫댓글 내 컴퓨터엔 왜 사진이 안 뜨지. 우리 연세에 식스팩은 좀 징그럽지.
내 배를 보니깐 난 투팩이네. 아래팩 윗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