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유럽의 한 인터넷 사이트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누만시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 공격수 이천수(23)의 국적을 북한으로 기록, 분단 국가의 비애를 다시금 느끼게 만들고 있다.
국내 매니아들에게도 알려져 있는 유럽축구 전문사이트 '골닷컴(www.goal.com)'에 접속해 뉴스->스페인->팀 ->누만시아를 차례로 클릭하면 나오는 선수 명단에 이천수의 국적이 북한(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돼 있다. 이천수의 이름을 클릭해 프로필을 보면 1981년 7월 9일 북한의 인천에서 출생했고 국적도 북한인 것으로 나온다.
얼마 전 스위스 로잔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본부 건물 내에 적혀 있는 역대 올림픽 우승자들의 명단에 일제 강점기인 1936년 베를린 올림픽서 금메달을 따낸 한국의 고 손기정 씨의 국적이 일본도 아니고 북한으로 돼 있는 사실이 발견돼 KOC(대한올림픽위원회) 차원에서 정정을 요구한 사례에 비할 사안은 아니나 이천수의 경우 또한 분단된 현실과 관련 씁쓸한 기분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AP 로이터 AFP 등 대표적인 외신들은 남북한을 지칭할 때 정식 국호를 거의 쓰지 않고 남한은 South Korea, 북한은 North Korea로 확실히 구분한다.
국제 무대에서 정식 국호는 북한은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약칭 DPRK)이고 남한은 Republic of Korea(약칭 ROK)다. 여기서 People을 우리는 '인민'으로 번역하고 19세기 미국 대통령 링컨이 남긴 'politics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이라는 명언에서 people은 '국민'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유럽의 보통 사람들에게 people은 어디서나 같은 한 단어인 모양이다. 실제로 기자가 축구 취재차 유럽에 출장갔을 때 "한국의 서울에서 왔다"고 말하면 "남쪽이냐 북쪽이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그러니 전문 사이트에서 종사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세계 축구계에서 남한과 북한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확실히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는 마치 과거 분단국이던 중동의 예멘에 대해 같은 처지에 있던 우리 또한 남예멘과 북예맨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한편 이천수의 국적이 오기된 일을 축구와 관련해 해석한다면 아직도 유럽에서는 한국 축구보다 북한 축구가 더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국이 최근 5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고 특히 2002년 대회를 일본과 공동 개최한 나라로서 16강전서 이탈리아, 8강전서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오른 사실보다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서 이탈리아를 1-0으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해 에우제비오가 버티고 있던 포르투갈에 한때 3-0으로 앞서다 5-3으로 역전패한 북한의 인상이 더욱 강력해 발생한 해프닝일 지도 모른다. 대회 개최 연도와는 관계없이 월드컵이 임박하면 늘 매스컴에 다시 등장하는 게 역대 이변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FIFA(국제축구연맹) 관련 기관이 제작한 DVD에 수록된 역대 월드컵 판정 의혹 사례 베스트 10중 2002 월드컵 한국 경기서 벌어진 일이 4번이나 들어 있어 문제가 된 바 있는데 과연 2006년 대회를 앞두고 한국이 대이변을 일으킨 국가로 평가될 지 아닐 지는 두고봐야 알 것 같다. /조남제 기자 <폭탄뉴스.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