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낸사람Jae Suk Sung<woowonsung523@gmail.com
"눈먼 여자 랑 평생을 어떻게 살아? 구질구질 해서 더이상 못살겠으니까 우리 여기서 끝내자"
차가운 현관문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남편 "달수"는 떠났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두 눈을 잃은 "영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홀로 남겨 졌습니다
평생을 함께한 남편은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아내를 버리고 돌아섰습니다.
집을 나선 남편의 발걸음은 화려한 새출발의 발걸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문을 닫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세상과 단절된 외딴섬의 요양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남자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차마 씻을 수 없는 막말을 퍼 붇고, 돌아서야 했던 이유에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섬의 낡은 요양원에 도착한 달수는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뇌종양 말기에 남은 시간은 길어야 석돌이었지요.
시력까지 잃은 아내에게 자신의 병 수발까지 짊어지게 홀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악역이 되어 이 섬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달수는 창에 이마를 기댄 채 눈을 감으며 아내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습니다
""영실"아 부디 잘 살아야 한다."
다음날 아침 달수는 尹院長을 찾아가 무릎을 꿇었습니다
"원장님 저의 전재산을 이 병원에 기부하겠습니다."
"대신, 한가지만 부탁드립니다. 제가 죽거든 저의 각막(角膜)은 匿名으로 아내에게 이식해 주십시오."
자신의 치료는 포기한 채 아내의 시력회복 만을 간절히 원하는 환자의 처절한 애원에 윤원장은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달수는 혹시라도 아내가 자신을 찾아오더라도 절대 모른 척 해달라며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습니다
"아내가 내가 없더라도 세상을 볼수만있게 해 주십시오." .
어둠속에 홀로 남겨진 "영실"은 배신감으로 몸을 떨었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눈이 먼 자신을 짐짝처럼 버리고 간 남편을 향한 원망이 뼈에 사무쳤지요.
그런데 역설적 이게도 그 처절한 원망 이야말로 그녀가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 되었습니다
"죽어도 당신 얼굴은 보고 죽을 거야! 두 눈 멀쩡히 뜨고 따져 물을 거야!"
"영실"은 이를 악물며 각막이식 대기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달수의 사연을 알게 된 윤원장은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각막 기증은 死後에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영실"이 어둠 속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요. 윤원장은 직접 전국 장기이식 네트워크를
뒤지고, 동료 병원장 들에게 泣訴했습니다.
마침내 영실에게 맞는 각막 기증자를 찾아 냈지요!
병원재단 기금으로 수술비까지 지원한 덕분에 "영실"의 수술은 완벽하게 성공했습니다.
"달수"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그는 손을 모아 정말감사 합니다”를 되 뇌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눈을 뜬 "영실"의 목표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그 인간을 무조건 찾아서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왜 그렇게 잔인하게 나를 버렸는지 따져 묻겠어!" . .
"영실"은 흥신소를 동원해서 남편의 흔적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끈질긴 추적 끝에 영실의 연락이 요양원에 닿았고
"달수"의 숭고한 희생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하던 윤원장은 죽어가는 환자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결국 결심했습니다.
이 사람은 진실을 알권리가 있다고.
윤원장은 조심스럽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인 남편분이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그런데 많이 편찮으십니다."
다른 여자와 잘살고 있을 거라 믿었던 남편이 죽음의 문턱에서 홀로 버티고 있다는 말에 "영실"의 복수심은 순식간에 커다란 충격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인간이 왜 거기에 있어요?" "영실"은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첫배를 타기위해
선착장으로 미친듯이 달렸습니다.
낡은 병실 복도 끝 영실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초 쾌한 남편이 창밖 바다를 향해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달수"는 인기척 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 습니다.
"영실아 오늘은 바다가 정말 곱구나, 너도 이 바다를 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영실"은 그 자리에서 무릎이 꺾였습니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고 죽어가는 남편의 진심을 보았습니다.
"영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습니다.
스스로 악역이 되어 사랑하는 아내를 떠밀어낸 그 사람의 마음이 이제야 느껴 졌습니다.
달수가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렸을 때 영실은 달려가 남편을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이 바보 같은 영감 탱이야
왜 혼자 다 안고 갔어 왜 나 한테 말을 안 했어?. .
눈을 뜨고 제일 먼저 본 것이 남편의 죽어가는 얼굴이라니
영실은 달수의 마른 빰을 두손으로 감싸며 멈추지 않는 눈물을 솟아 냈습니다. 달수도 떨리는 손으로
아내의 얼굴을 만지며 함께 울었습니다.
"미안하다. 영실아, 너라도 편하게 살기를 바랬어" 영실은 고개를 저어며 남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편한 게 뭐 야? 당신 없이 내가 어떻게 살아."
두사람은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오랫동안 통곡했습니다.
그날부터 영실은 남편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지극한 간호와 윤원장의 헌신적인 치료속에
"달수"는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를 되찾았습니다.
의사도 놀랄 만큼, 더디지만 천천히 그의 몸은 조금씩 버텨 나갔습니다.
다시 두 손을 맞잡고 바다길을 걷는 부부의 얼굴 뒤로 따뜻한 봄볕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때로는 눈을 가리지만 진실 빛은 결국 빛을 찾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