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 사랑하는 사이다
* 이정선
느릿한 오후, 심심한 편의점에서
첫눈에 반한 너
시원하게 반짝이는 너에게
달콤상큼한 주문을 톡톡톡!
새침한 청량함에 입술이 깜짝!
싱그러운 떨림에 엔도르핀이 활짝!
이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이다.
[ 2 ] 팔월
* 김정원
할아버지가 대인시장에서 수박을
고르신다
가운뎃 손가락으로 수박을 툭툭 두
드려 보고
"잘 익었다" 하시고
노점상 널조각 곁에 바짝 쪼그려
앉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려 보고는
"아직 멀었다" 하신다.
[ 3 ] 고향
* 김보림
파아란 하늘 내려앉은
강가에서
잠방이 다 젖도록
물장구치면서
텅벙대고
송사리떼 쫓다가
잃어버린 고무신 한 짝
요즘도
가끔
꿈을 꾼다
오메!
내 신발.
[ 4 ] 기차표 고무신
* 이소영
고무신을 신고 공을 차면
공보다 먼저 고무신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때부터 나의 가슴에는
고무신 태양이 떠 있었다
기차표 고무신이 유리판 같은
세상을 조심조심 건너가면
밑바닥에서 기적소리가 났다
늙은 발은 기차를 타고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었다.
[ 5 ] 여름
* 박찬명
야옹 - 야옹 - 고양이가 운다
고양이가 잠이 들면
찌르르르 -- 풀벌레가 운다
풀벌레가 잠이 들면
문 밖 신문 두는 소리가 들린다. 툭,
배달원이 떠나고
타이머가 다 된 선풍기가 꺼진다. 턱,
새가 아침을 지저귄다
여름밤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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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발견한 시들【 5 】
별 둘
추천 1
조회 98
24.06.21 21:4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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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짧지만 두뇌가 있는글 ~~감사합니다
여름시로 모아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에 부천의 버스정류장에 제 작품도 전시된 적이 있답니다.
^(^
https://blog.naver.com/lby56/150097170154
예, '日出'이라는 시군요! 읽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