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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daum.net/GuardianTales/ARz6/565647(어나더 사이드 스토리- 1부)
https://cafe.daum.net/GuardianTales/ARz6/565648(어나더 사이드 스토리- 2부)
https://cafe.daum.net/GuardianTales/ARz6/569648(어나더 사이드 스토리- 3부)
(1부를 보시면 더 재밌게....)
https://cafe.daum.net/GuardianTales/ARz6/578536(어나더 사이드 스토리2-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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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깨서 배고픈 허기를 달래기 위함인지 보이지 않는 엄마를 찾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아기 새들의 지저귐에 눈을 뜬 라피스는 자신의 눈을 간지럽히는 햇살을 바라보며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간신히 억누른 체 대충 옷을 집어 들어 계단을 뛰어가기 시작했다.
“늦었다, 늦었어.”
당황하는 라피스의 귀에 온화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멈추렴. 라피스. 아무리 급해도 아침은 함께한다. 잊은 거니?”
라피스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엄마, 저 늦었단 말야 벌써 지각….”
“약속은 약속이야.”
엄마의 단호한 얼굴을 본 라피스는 풀이 죽은 표정을 하며 현관문을 뒤로 한 체 터벅터벅 걸어갔다.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라피스의 등을 바라본 후 식당으로 함께 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렴. 어차피 1시간 늦나 3시간 늦나 늦은 건 마찬가지니까.”
“엄마! 그건 좀….”
엄마의 말에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낀 라피스였지만 차려진 음식들을 하나하나 맛보다 보니 우울한 기분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무슨 할 말 있어?”
허겁지겁 아침을 먹던 라피스는 평소보다 조금 어두운 어머니의 표정을 보았다.
“네가 네 오빠를 따라 기사단에 들어간 지도 이제 시간이 꽤 흘렀지?”
“음 엄밀히 말하면 아빠와 오빠를 따라간 거지.”
라피스는 웃으며 그날을 떠올렸다. 평소 오빠가 하는 건 모두 따라 하고 싶어 하는 라피스를 부모는 막지 않았다. 그러나 오빠처럼 기사 수업을 받겠다는 그녀에게 아빠는 처음으로 ‘안된다.’라고 이야기를 했고 라피스는 아빠에게 난생처음 딸의 단식투쟁으로 화답했고 결국 허락을 받아내었다.
“그러니까 그이가 그렇게 당황하고 어려워한 건 나도 그때 처음 봤구나.”
엄마가 미소로 대답하자 라피스의 표정이 반짝였다.
“진짜?”
“그럼, 그이가 그랬어. ‘왕국의 가장 큰 기사단장으로 수많은 적에게 휘둘러 온 자신의 창과 경험이 이 작은 아이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이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건 아마 너밖에 없지 않을까 싶어.”
“아빠가 그런 줄 몰랐어.”
웃으며 쑥스러워하는 라피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표정이 웃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 너도 곧 스무 살이 되지?”
“응. 곧 생일이니까. 그러면 정식으로 기사단의 일원이 되는 거야.”
라피스는 떠올렸다. 라이언하트 기사단에는 나이가 어려도 능력이 있으면 언제든 기사단에 들어올 수 있고 높은 지위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스무 살이 되기 전 즉 성인으로 인정받기 전까지는 항상 ‘임시’라는 호칭이 붇는다. 사실 그걸 그렇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기사단 모두도 그냥 그건 의례적인 것으로만 여기며 기사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실력이다. 그러나 라피스 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 ‘임시’라는 것은 호칭 이상의 것이었다.
“처음 네 아버지는 너에게 기사 수업을 받다 보면 곧 싫증 나고 힘들어져서 그만두리라 생각했지.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았어. 오히려 더 열심히 기사 수업을 받았고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들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줬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너는 아버지와 네 오빠가 들어간 기사단에 들어가고 싶어 했지!. 그렇게 너와 그이의 2차 전쟁이 시작됐지. 그리고 결국 승자 없이 타협안이 정해졌고.”
라피스는 그때의 전쟁을 떠올렸다. 아빠도 이번에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고 사춘기에 접어든 라피스는 자신에게 찾아온 감정 기복을 이용해 더욱 한층 더 강력히 아버지를 공격했다. 둘 다 한치도 자기 뜻을 굽힐 것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결국 아빠가 먼저 타협안을 제시했다. 타협안의 내용은 ‘일단 기사단에 들어와서 지내보고 스무 살이 되는 날 정식으로 입단하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라피스는 아버지의 타협안을 받아들였고 이제 그 결과를 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엄마 그걸 지금 이야기하는 건….”
라피스는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기에 우울함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아마 쉽지는 않을 거야. 그이는 네가 기사단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니까.”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라피스의 의지에 찬 눈빛을 보며 어머니는 웃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휴 한동안 집안이 시끄럽겠어.”
그녀는 앞에 놓인 차를 홀짝이며 걸어가는 라피스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여주는 그 눈빛, 걸음걸이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이를 너무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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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 본부에 들어서는 라피스의 발걸음에는 서둘러야 한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마주해야 하는 아빠를 떠올리며 최대한 그 현실을 늦게 마주치기 위해서 천천히 걸으며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살갑게 인사했다. 이미 라피스를 단장의 딸이 아닌 한 명의 기사로 인정한 기사단원들은 라피스를 향해 살가운 인사로 맞이했다.
“왔니?”
자신을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라피스는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오빠인 바란이 있었다.
“응, 늦어서 미안…. 뭐야 왜 그래?”
바란은 왼쪽 머리 위에서 오른 얼굴을 감싸는 형태로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붕대를 만지작거렸다.
“응 조금 다쳤어.”
별거 아닌 듯 말하는 바란과 달리 라피스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건 조금이 아닌데? 도대체 누가 이런 상처를 입힌 거야?”
나라에서도 손에 꼽히는 기사인 바란이 이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는 것은 쉽게 생각하기 힘들었다.
“죽음이 왔었어.”
“죽음이?”
라피스는 바란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죽음은 어느 날부터 갑자기 세계에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였다. 처음에는 마치 어느 곳에나 있는 하나의 괴담으로 받아들여졌던 그 생명체가 현실로 알려진 것은 남쪽의 소국 카웨익이 사라진 직후였다. 카웨익에서 온 몇 안 되는 생존자는 그들을 습격한 괴물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도착한 그곳에서 본 것은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지 못한 죽음의 땅이 된 카웨익이였다. 그렇게 실체를 드러낸 죽음은 그 이후에도 세계의 여러 곳에서 등장하고 있으며 때로는 몇 사람을 때로는 국가 단위를 파괴하고 사라져버렸다.
“최근에 녀석들이 티탄 왕국까지 멸망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여기까지 온 거야? 어디서 만났어?”
라피스가 재촉하듯 물었다.
“언덕을 순찰할 때쯤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어. 처음 보는 생명체였지만 녀석들이 풍기는 그 불길한 기운에 바로 죽음이란 걸 알았지. 혼자였지만 자신 있었어.”
“당연하지, 아무리 죽음이라 해도 오빠가 못 이길 정도는 아닐 테니까.”
바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 녀석들 보통이 아니더라.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생명력을 가진, 아니 그건 형태를 갖춘 생명체라 할 수 없는 것이었어. 내가 놈들의 몸을 찢어버려도 그곳에서는 피 한방울 조차 흐르지 않았지. 마치 연기처럼 사라질 뿐. 그리고 놈들은 상처에 대해 어떤 피해도 입지 않는 것 같았지. 결국, 녀석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몸을 완전히 찢어 버릴만한 피해를 입히는 것밖에 없었어.”
“완전히 찢어 버린 다라…. 오빠가 그걸 못하지는 않았을 텐데?”
“응, 그곳에 나타났던 십수 마리의 죽음들은 어찌어찌해서 다 쓰러뜨릴 즈음 녀석이 나타났어.”
“녀석?”
“응,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어. 나는 녀석에게 바로 달려들었지만 보통 몸놀림이 아니었어. 솔직히 말해서 나를 압도했지.”
“오빠를?”
“응, 그리고 처음 보는 무기를 썼어. 기관총으로 보였는데 지금껏 보지 못한 연사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겨우 피하고 막아내는 게 고작이었어. 그러다 한발 튕겨낸 게 머리를 스쳐서 이 상처를 입었지.”
바란은 자신의 상처를 만지며 무력감에 빠진 얼굴이 되었다.
“녀석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고 언제든 내 목숨을 거둘 수 있어서 그런데 갑자기 녀석이 말하더군.”
“무슨 말?”
“응, 내가 알아들을 수 없게 혼잣말처럼 몇 마디 하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렸어. 그래도 왕국에서 나를 상대할 사람이 몇 안 된다고 자만심에 빠졌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지. 한심하지….”
바란은 갑작스레 자신을 안고 우는 라피스를 바라보며 잠시 놀라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한심하긴, 그대로 죽어버렸으면 그게 더 한심한 거야.”
“미안.”
라피스는 바란을 놓고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아빠에겐 말했어?”
“응, 방금 말했고, 일단 죽음이 이곳에 온다는 정보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큰 혼란이 올 수 있으니 일단은 부관급 이상들에게까지만 말하고 경계를 좀 더 강화하기로 했어.”
라피스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래? 그럼 지금 단장실에 계시겠네?”
“응, 왜?”
“왜긴, 나 곧 20살 생일이잖아. 이번에는 제대로 이야기를 끝내야지.”
바란은 잠시 생각하다 떠올랐다는 듯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말했다.
“아, 그거 잠시만….”
바란이 뭐라 더 말하기도 전에 라피스는 결심한 듯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 라피스를 보며 바란은 혼잣말을 했다.
“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그런 바란의 걱정을 들을 수 없던 라피스는 이미 기합을 잔뜩 넣은 체 기사단장의 방 앞에 있었다. 그녀는 문을 똑똑이며 말했다.
“아빠, 저 들어갈게요.”
라피스가 문을 밀려는 순간 먼저 문이 열렸고 라피스는 그대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쓰러지며 앞에 있던 여자에게 달려드는 모양이 되었다.
“꺅!”
“이런, 괜찮니?”
여자는 힘을 최대한 빼며 부드럽게 라피스를 안았고 라피스는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당신은….”
“오랜만이구나 라피스.”
그곳에서 라피스를 붙잡아준 여자는 라이온하트와 함께 왕국의 양대 기사단으로 불리는 실버애로우의 단장인 잔이었다. 평소 라피스에게 자신의 기사단으로 오라고 이야기했던 잔은 오늘도 부드러운 미소로 인사했고 라피스는 기댄 몸을 급하게 빼며 인사했다.
“하하, 갑자기 달려들어서 죄송해요. 잘 지내셨죠?”
“당연하지, 이제 곧 생일이지?”
“어떻게 아셨어요?”
“네 이야기는 항상 신경쓰고 있으니까. 잊지 말렴. 내가 너에게 했던 제안은 언제든 유효하니까.”
잔은 싱긋 웃으며 라피스에게 말한 뒤 우아한 동작으로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단장님이 말씀하신 내용은 잘 알겠습니다. 우리 실버애로우도 경계태세를 취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잔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라피스는 기사단에서 큰 힘이 될 아이입니다. 언제까지고 단장님이 감싸기만 한다면 그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지도 못 한 채 사라질 겁니다.”
말을 마치며 사라지는 잔을 보며 라피스는 용기를 얻었다.
“아빠, 저 할 말이 있어….”
샘솟던 용기가 무색하게 어두운 아버지의 표정을 보며 라피스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정확히는 기사단장인 리차드는 라피스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아빠!”
라피스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리차드는 라피스를 바라봤다.
“어, 미안미안, 잠시 생각좀 하느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야?”
“미안, 바란이 말해준 것에 대해 잔과 상의하고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구나.”
라피스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는데?”
“일단은 국왕 폐하께 보고하고 당분간은 죽음에 대해서는 부관급 이상만 알기로 하고 최대한 경계를 늘리는 쪽으로 하기로 했다. 괜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게. 그건 그렇고 무슨 일이니? 오늘 지각한거 반성하러 온거야?”
리차드의 말에 라피스는 잠시 눈을 감았다, 깊게 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알지? 나 이제 곧 20살 생일인 거?”
리차드는 올 게 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렇지.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은거 있어? 뭐 사다줄까? 목걸이? 반지?”
일부러 대화를 회피하는 리차드를 보며 라피스는 말을 한음절씩 끊어서 이야기 했다.
“모른척 하지 마시구요, 이제 정식으로 기사단에 들어갈 나이가 되는거야. 그리고 난 절대로 포기 할 생각 없구.”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과 너무도 닮은 고집 섞인 표정을 본 리차드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그래서는요, 이제 아빠가 답을 주셔야지.”
리차드는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댄 뒤 눈을 감았다.
“절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는 거겠지?”
“절대로요.”
리차드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허락하마, 정식으로 기사단에 들어오는 것을.”
리차드의 말에 라피스는 너무 기뻐 아빠를 와락 끌어안기 위해 달려들려 했다. 그러나 리차드는 그런 팔을 뻗어 라피스를 막았다.
“다만, 네가 가야할 곳은 ‘은유’다.”
“아무렴 어때…. 잠깐 뭐라고?”
라피스는 황당한 표정을 하며 리차드를 보았다. 리차드가 말한 ‘은유’는 기사단에서의 유일한 비전투부서. 주로 다른 국가에서 주요 인물들이 올 때 보이는 시범과 손님맞이 그리고 다른 국가에 갈 때 대표 옆에 서 있는 의전 역할이 주였다.
“아빠 그건 결국 들러리잖아요?”
“들러리라니, 엄연히 기사단에 있는 공식적 자리이고, 직접 적과 부딪히지는 않지만, 외교의 일환으로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어도 모두가 피하는 자리이기도 하지.”
리차드의 말에 라피스는 냉소섞인 말투로 대답했다. 왕국의 제 1기사단이자 적들을 향해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있는 한 라이온하트에서 ‘은유’는 가장 회피되는 자리로 보통 전투능력이 없는 단원이 가는 자리이다. 그리고 또한 한가지 규칙이 있으니.
“그리고 ‘은유’는 유일하게 여자 단원이 가는 자리지.”
라이언하트는 대부분의 대원이 남자로 구성되어있는 기사단이다. 그러나 한가지 예외가 있으니 바로 ‘은유’ 였다. 라이언하트 기사단은 ‘전투라는 부분만큼은 남성들이 전담해야 하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대하는 것에는 여성이 났다’라는 인식을 전통으로 지켜오고 있었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그 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너의 능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야. 솔직히 처음 내 생각과 달리 네가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의 기사단을 압도했으니까. 하지만 기사단에는 기사단의 전통이 있는 것이고 그 전통은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은유’의 역할 역시 기사단에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은유’에 넣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이니 더 이상을 요구하지는 말아라.”
리차드는 양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여느 때와 다른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의 얼굴은 평소처럼 결국 라피스의 의견에 물러나던 평소의 것이 아니었다.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보였다. 라피스가 동의하지 않자 리차드는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를 내었다.
“나는 기사단에 들어오는 그 날부터 언제든지 이 왕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있고 네 오빠 역시 그럴 것이라 믿고 있다. 하지만 너는 달라. 지금껏 네가 나와 오빠의 모습만 보고 자랐기에 기사단의 모습만 익숙해져서 그것이 전부라 생각하지만 ‘은유’에서 세상을 보고 다른 삶의 모습을 본다면 너도 분명 다른, 네 또래 여자아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이번에는 제발 이 아빠의 말을 들어다오.”
“결국, 그거 때문이에요? 내가 기사단원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다른 무엇도 아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아빠는 이미 대답을 다 내린 상태로 그냥 지금까지 미뤄왔던 거에요?”
라피스는 흐르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체 천천히 일어나 뒷걸음질 쳤다. 그런 라피스를 향해 리차드가 팔을 뻗었다.
“언젠간 너도 내 마음을 알게 될 거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내 말을 들어주렴.”
그러나 리차드의 바람과 달리 라피스는 그의 팔을 뿌리쳤다.
“됐어요. 결국, 아빠는 그 전통이라는 것에 얽매인 사람일 뿐이에요!”
라피스는 그대로 돌아 방을 뛰쳐나갔다. 리차드는 달려나가는 라피스의 뒷모습을 보며 깊은 한숨만 쉴 뿐이었다.
‘언젠간 될 수 있다고 믿었어.’
기사단을 나온 라피스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 달렸다.
‘사람들을 지키는 아빠 같은 기사가 될 수 있다 믿었는데.’
라피스의 기억에서 리차드는 항상 기사단의 가장 앞에 섰고 때로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사람들을 위해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안 된다고? 그 이유로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라피스 아니니?”
한참을 울던 라피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백마를 타고 있는 잔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구나. 자 이걸로 눈물을 닦으렴.”
잔은 울고 있는 라피스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며 말했다. 손수건을 건네받은 라피스는 겨우 감정을 진정시켰다.
“감사합니다.”
잔은 결심한 듯 라피스를 보며 말했다.
“내가 여기서 계속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니야, 아마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지. 사실 네가 그곳에서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지만 아닌 것 같구나, 라피스 이렇게 된거 돌려말하지 않을게. 우리 실버애로우에 들어오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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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피스는 게임 초창기부터 있었는데 아직도 이야기가 없고 심지어 그걸 공식으로 해버린 케릭이죠. 가테는 다 좋은데 케릭터들을 그냥 설정으로만 처리하고 풀어주지 않는 경우가 있는건 아쉬워요. 다행히 요즘에는 단편집으로라도 나오기는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라피스의 이야기입니다. 역시나 쓰기 시작하면 길어지네요.
요즘 날잋
첫댓글 라피스 이야기라니 이건 귀하군요.
아무도 하지 않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