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31일을 기억하시나요?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의 명운이 달린 경기였습니다.
어떻게든 관중을 동원하려 상암에서 경기를 잡고. 무료로 유니폼도 나눠주고.
하지만 결과는 졸전에 0대0 무승부. 관중 소음 발언까지.
한국 축구의 암흑기였습니다.
선수와 신 감독님에 대한 비난은 기본. 월드컵 실패를 바라는 의견까지 등장.
참으로 매서웠습니다. 혹독했습니다. 한국축구 팬으로서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차디찬 겨울이었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고 했던가요.
기적적인 독일전 승리.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갖춘 슈퍼스타들의 탄생.
그렇게 점점. 어느 순간부터.
국가대표 경기 티켓이 매진됐습니다.
국가대표 경기장이 여성분들의 열정 넘치는 응원 소리로 가득 메워졌습니다.
기적처럼 찾아온 봄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졌습니다.
기적같은 경기들도 참으로 많았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챔피언스리그 맨시티, 아약스전. 그리고 결승진출.
그렇게 봄이 뜨거워지더니만
U-20 대표팀은 한국축구에 뜨거운 여름을 선물했습니다.
이보다 기적같은 경기는 한평생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세네갈전.
Again1983을 넘어 월드컵 결승진출까지.
온 국민의 새벽잠을 설치게 하고. 수 만명을 밤거리로 나아가 소리 지르게 만들었습니다.
2019년 6월 15일 오늘.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수 만명이 모였습니다.
경기를 직접 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유명한 셀럽이 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거대한 스크린이 있지도 않았습니다. 다들 불편하게 고개를 꺾어가며 전광판을 봐야했습니다.
하지만 즐겼습니다.
서로. 함께. 응원하며 즐기기 위해 모였습니다.
비록 경기 결과는 아쉽지만.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꽉 찬 상암 경기장을 보면서. 재작년 이란전이 오버랩 되더군요.
한국축구의 전성기가 도래했음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