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이 뜨는 이유
아담한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노부부가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올해 여행할 나라를 얘기하는 모습. 아마 우리가 그리는 미래의 단면이 아닌가 싶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럴싸한 자산가들의 집도 마당과 정원이 함께 있는 단독주택이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 단독주택이 뜬다. 단독주택 필지에 대한 관심은 뜨거움 그 이상이다. 예컨대 진주 혁신도시 단독주택지 매각에 경쟁이 치열했던 이유도 바로 주거 트렌드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단독주택의 인기 바람은 아파트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사실 아파트에 사는 동안 자녀에게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은 항상 “뛰지 마라”였다. 층간 소음으로 지친 아파트 거주자들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단독주택을 찾는 이유 중에 하나다. 아파트는 편리성만 강조한 나머지 주거의 질적인 면에서는 2% 부족한 셈이다.
다음은 정부정책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단독주택 개발조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전세대란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 것이다.
도심지역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개발하면 소형주택 공급이 늘어나 전세대란 문제 해결의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주차장 면적이나 용적률, 건폐율, 층수 제한 등의 규제를 풀겠다는 발표 이후 단독주택을 찾는 발길이 분주해졌다.
사실 경남지역 단독주택값이 최근 1년 사이 엄청나게 올랐다. 김해 율하의 점포주택지는 1년 사이 1억원 이상 뛰었다. 창원 도심의 단독주택 역시 1년 사이 1억원 이상 뛰었다. 다가구 신축이나 월세 수입을 목적으로 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은 나중에 원룸이나 도심형 다세대주택으로 개발하면 돈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앞으로 주택 라이프스타일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는 트렌드를 고려하면 단독주택을 다세대주택으로 개발하더라도 월세 수입이 짭짤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러브 콜’하는 것이다.
대개 단독주택은 토지면적의 60% 이내로 바닥면적이 제한된다. 그만큼 건물면적에 비해 땅이 많다는 뜻이다. 건물은 감가삼각이 되더라도 땅값은 오르게 돼 있다. 따라서 공급이 제한돼 있는 도심지 주택지는 땅값만 해도 본전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단독주택을 고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특히 도심 바깥의 단독주택, 즉 전원주택이라면 무엇보다 도로를 살펴야 한다. 지적도상에 도로가 있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지적도상 도로가 없으면 그림의 떡이다. 4m 정도의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특히 전기 가설도 살펴야 한다. 동네에서 200m 이상 떨어지면 전기를 끌어오는 데 가설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원생활은 도시와 가까운 ‘농가주택’으로 시작하라는 말도 있다. 허름한 농가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하거나 개축하는 방법이다. 친척이나 자녀들이 찾아오기 쉬운 도시 근교의 텃밭이 딸린 농가가 안성맞춤이다. 농가 중에는 대지가 아닌 농지에 들어선 경우나 무허가 건물도 있을 수 있고, 또 서류상 면적과 실제 면적이 다른 경우도 있으니 꼭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전원생활 경험이 없는 은퇴자가 무리하게 고가의 주택을 사면 후회하기 쉽다. 처음부터 주택을 매입하기보다 1~2년 농가주택을 세내어 전원주택의 장단점을 경험해보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좋다.
전원생활을 하려면 부부의 마음부터 맞춰야 한다. 한 사람이 동의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빼어난 그림 한 폭도 작은 밑그림에서 시작된다. 부부끼리 발품을 열심히 파는 밑그림에 전원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을 냄새를 맡기엔 아직 8월의 더위가 강렬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입추다. 올가을엔 산과 바다를 찾아 심신의 피로도 풀어보고 전원의 일출과 낙조를 바라보며 인생의 밑그림을 그려봄이 어떨까. 글/ 정상철(창신대 부동산학과 교수·한국부동산학회 부회장)
<경남신문 : 2011-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