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읽었다고 생각했고
다니면서 이 책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이 책에서 보았다고 생각한 말이 있는데
그걸 찾고 싶어서 다시 펴들고 읽었는데
틀림없이 본 것으로 알고 있던 그 말은 없었고,
오히려 이 책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커다란 행운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한 줄로 줄인 말이 있습니다.
“소비자의 자유와 주권은 속임수에 불과하다.”(101쪽)
한마디로 말하면
“소비자는 놀아나고 있을 뿐”이라는 건데
이를 위해 교묘한 전략과 전술이 있고
그것을 구체화할 장치로서의 언론이 있다는 것,
그리하여 현대의 특징인 ‘소비사회’가
인간의 비인간화, 또는 철저한 인간소외의 현장을 만들고 있으니
거기 휩쓸려 자신을 놓치고 살 일이 아니고
정신 바짝 차려 스스로 자신의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말이니
이보다 더 소중한 현실 분석과
이보다 더 분명한 갈 길의 제시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중세에는 교회 권력이 무지를 기회로 삼아
끊임없는 인간소외의 논리를 만들며 그것을 정당화했습니다.
성직자는 신의 간택을 받은 존재로
거의 무한에 가까운 권한을 갖고 있었고
개인의 주권이라고 하는 것은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과
그 뒤에 일어난 그리스 철학의 정신이 지향한
인간과 세계의 본질을 묻던 물음을
‘신이 통치하는 세계, 그 신의 통치하에 있는 인간’이라는 것으로 바꿔놓은 것으로
종교가 갖고 있는 기능이 인간소외라고 해도 좋을 만한 시대였습니다.
문예부흥과 인문주의 정신이 싹튼 것은 위대한 일이고
그에 이어 인간의 자기 발견이 비로소 가능해져서
인권, 자유, 평등, 정의, 평화, 인류애와 같은 개념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구체적 미래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자연과학의 발달이 또 한 역할을 하면서
인간과 세계, 나아가 우주까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인식의 지평은 그만큼 넓어지고 깊어졌고
이제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것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민주주의라는 싹이 돋았지만
그 민주주의와 함께 자라난 자본주의는
그동안의 모든 성취를 뒤로 밀어내고
자본가가 세상의 중심인 세계를 건설하려는 꿈을 꾸었지만,
인격체도 아닌 자본이 그 자본가까지도 소외시킨 것이
바로 ‘소비사회의 진실’이라는 것,
그럼에도 모두가 그 소비사회의 수렁에서 시궁창 춤을 추는 현실을
이보다 더 잘 분석한 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훌륭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조금은 현란한 ‘후기현대주의(포스트모더니즘)’적 언어와 논법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오히려 제 빛을 내지 못한 것 같다는 것,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날마다 좋은 날!!!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