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더비 우승마 ‘천년대로’ ....
알고 보니 민간목장에서 생산된 한국형 명문혈통

KRA부산경남경마공원(본부장 박성호)의 천년대로(3세 수말. 오문식 조교사, 박금만 기수)가
삼관마 경주의 두 번째 관문인 제13회 코리안 더비(GI, 국1, 3세, 1800M)에서 서울경마공원출신 우승 후보마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6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코리안더비(일요 9경주. 1800m)에서 ‘천년대로’는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중위권에서 체력 안배 한 뒤 결승주로에서 본격적인 추입력 발휘와 함께 코차이 극적인 역전승 일궈냈다.
경주 초반 선두권에 나선 것은 우승후보로 꼽혔던 ‘머니카’ 였다. ‘머니카’는 경기 중반 이후 다른 마필들과의 거리를 더욱 벌리며 우승이 거의 확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천년대로는 결승선 200미터 전방 이후에 믿을 수 없는 막판 탄력을 보여주며 ‘머니카를 머리차로 따돌리고 역전승을 거두었다. 경주기록은 1분 56초 8. 이번 경주 총 상금은 5억 원, 우승상금은 2억6천5백만 원이었다.
오문식 조교는 “KRA컵 마일 경주 때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이 패인이었는데 이번에 추입작전을 전개한 것이 유효했다”며 “서울에 올라올 때마다 실망했었는데 이번에 좋은 성적 거두어서 기쁘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박금만 기수는 “기수가 된 이후로 첫 대상경주 우승”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 경마계는 천년대로의 우승을 이변이 아닌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천년대로’ 500kg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1군 무대에서 쌓은 경주경험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고 민간목장 씨수말에서 생산된 한국형 명문혈통 이기 때문.
복승률 72.7%를 기록 중인 ‘천년대로는 표면상의 성적보다는 경기내용에 오히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실례로천년대로는 출전하는 경주마다 여력 있는 끝걸음과 타 마필을 압도하는 힘으로 여유를 보인바 있고, 이는 장거리 경주에서 더욱더 빛을 발하고 있다.
직전 삼관경주 첫 관문에서 특유의 스피드를 살리지 못해 3위에 그쳤지만, 이번경주에서 우승후보로 꼽혔던 서울의 ‘머니카’와 ‘선봉불패’를 무너트리고 우승을 차지해 오는 10월 삼관경주 마지막 대회인 농림수산식품부장관배 우승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2007년 삼관경주가 시작된 이후 한국마사회(KRA)가 도입한 컨셉트윈, 디디미등의 씨수말들의 자마들이 줄곧 우승을 차지해 왔다. 때문에 민간목장 소유의 씨수말 자마인 ‘천년대로’의 코리안더비 우승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민간투자로 한국 경주마 생산의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천년대로의 부마 ‘크릭캣’은 세계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스톰캣’(Storm Cat)의 혈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2001년 씨수말로 데뷔한 `크릭캣`은 상위권에 포진한 씨수말 중 유일한 민간 목장(늘푸른목장) 소속으로, ‘천년대로’를 배출함으로써 씨수말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크릭캣’은 미국에서 한 개인이 기증해 제주 늘푸른목장에서 씨수말로 활동하고 있는 크릭캣은 경매에서 80만 달러에 낙찰, 경주마 데뷔를 위해 미국 현지목장에서 1000m를 56초에 주파한 후 몸에 이상이 생겨 곧바로 씨수말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통의 스포츠’로 불리는 경마에서 번식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씨수말의 중요성은 전세계 120여 경마시행 국가가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세계의 경마는 어느 나라가 더 질좋은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는가에 모아진다. 그리고 그 경쟁의 정점에는 어느 나라의 씨수말이 가장 좋은가로 모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유명 씨수말의 교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올해 코리안더비에서 이 대회 역사상 최초로 민간목장 씨수말 자마가 우승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 한국경마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발전해가야 할지를 제시하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