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심적 병역거부'로 구속된 강의석 님의 주소
전남 해남군 해남우체국 사서함 6-400 (우: 536-824)
많은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1. 27
참다참다 점검 시간에 ‘차렷, 경례’ 하라는 데 난 그걸 할 수 없었고 폭발했다. 단식만은 안하려 했으나 ‘내가 지금 사람인가?’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게 사람이지 비겁하게 현실과 타협하기 싫다!’ 밥을 굶었고 항상 나를 말리며 “밖에 나가 세상을 바꾸지 왜 작은 변화에 너를 해치느냐”던 옆 방 사형수 형도 그때부터 밥을 반만 받아 물에 말아 먹으며 응원해 줬다. 그 후로 나는 사사건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밤에 어둡게 해 놓고 잔다고 종이 떼어가면 다시 붙이고 또 떼려하면 막아서고 기동대 우르르 몰려오면 질질 끌려갔다 와서 또 붙이고. 아예 문 앞에 “난 자살, 탈옥 생각 없다. 내 잠을 방해하면 나 또한 폭력으로 상대하겠다” 써붙였다.
며칠 동안 떼겠다, 떼지 마라 소동 후 밤에 어둡게 하는 거 시비 걸지 않는 대신, 써붙인 종이를 떼기로 했다. 단식 9일째인 토요일. 격주로 돌아오는 운동 시간에 나는 30분이 아닌 1시간 운동하겠다고 버텼다. 또 기동대가 몰려왔고 이번에는 팔까지 꺽여 비명지르며 끌려갔다가 결국 1시간 운동을 다 채웠다. 사실 운동이라 하기도 어려웠다. 그동안 스트레스로 15kg 이상 빠진 데다가 일주일 5시간 운동 시간을 제외하고 좁은 방에 갇혀 책만 보느라 허리도 거의 디스크 수준이고 때마침 -17℃ 한파라 10℃ 감방 온도는 8℃까지 떨어졌는데 매일 싸우느라 몸에 진이 다 빠진 상태였다. 1시간 운동은 진짜 견디기 힘들었으나 억지로 하는 하루 최악의 고통 시간이었다. 세 바퀴 돌고 시계보고 네 바퀴 돌고 시계 보고, 한 바퀴에 삼십오 걸음인데 몸이 무거워 사십 걸음도 나오고 일분 일초가 원망스러웠다.
서울구치소 8℃, 밤에 환해 불명증·우울증 환자 발생, 미군 특별처우 등등을 적은 편지가 밖에 나가지 못하며 안의 싸움이 밖에 전달되기도 어려웠다. 발가락 무좀 양말 4천원짜리가 사치품이라 위화감 유발한다며 반송되는 현실에서 계속 싸우는 거 참 벅찼다. 구치소장, 담당 직원을 형사고소 했다. 서신검열은 불법이니 이들은 직무유기죄, 직권남용죄를 저질렀다.
2.8
‘생활지도계장이 배구공 8개을 사왔다. 내일 아침부터 독방 수용자부터라도 운동시간에 공을 차게 해주겠단다. 부모님을 걸고 약속했다. 3월부터 난방공사 시작한다는 말은 믿지도 못하겠지만 토요일에 최신 DVD를 틀어주게 된 건 분명한 변화였다. 나는 마음을 풀었다. 공놀이는 진짜 꿈꾸지도 못할 욕심일 정도로 감옥은 무서운 곳이었기에 저녁 5시반 곧바로 링겔을 맞았다. 나는 몇 시간 뒤 어딘가로 이송된다고 통보받았기에 9시에 돌아와 짐을 챙겼다. 친해진 14동 69명 동료 분들게 ‘힘 내라 응원해 주시고, 힘 없다고 대신 때 밀어주시고, 이제 밥 먹는다고 먹을 거 챙겨 주셔서 고맙다‘는 짧은 메모를 준비하고 잠자리에 드는 데 계속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 뒹글거리느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 7시 반쯤 이송간다더니 갑자기 검찰 출정이란다. 동료들이 한 두 개 씩 모아 선물해 준 꾸러미들과 책상 만드는 데 쓰이는 잡지 200권 등 모든 짐을 쌌는 데? 다들 한마디 씩 위로한다. ‘잘 생각해 봐, 들어오기 전 경찰조사 받은 거 없었어?’ 단식을 마치며 먹는 기쁨에 불행할 수 없는 날임에도 모든 게 짜증났다. 직원들도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우왕좌왕이다. 왜 오라는지 모르겠지만 가기로 했다. 출정이 싫은 이유는 수갑 차고 줄에 묶인 채 한참을 대기해야 하는 거다. 운동화 신으면 도주 욕구가 증가한다며 금지하다가 최근 인권위 개정 권고에 따라 서울구치소 임순택 형이 고무신 신고는 출정 안한다 크게 항의한 후에야 운동화를 신게 됐다.
요즘엔 운동화 신을 사람은 양말과 깔창 들고 나와야 몸 검사하고 신을 수 있다며 새로운 방식으로 자존심을 앗아간다.
김성호 검사실. 구치소장 서신검열 고소 건이었다. 1시간 조서 쓰고, 또 수갑 채우고 줄에 묶인 채 대기. 대기 시간이 길어지려는지 둘 다 풀어주고 이번엔 사방이 꽉 막혀 있는 먹방에 집어넣는다.
형광등 침침한 조명과 CCTV, 변기가 전부인 1평 방. 난 피해자고 고소인인데, 내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난 감옥에 있는 높은 수용자들이 밉다. 그들은 단식 안 해도 나보다 많은 걸 바꿀 수 있지만 특권만 누리고 입을 다물기 때문에.
30분 뒤 버스에 올라 구치소에 돌아오니 바로 이송이란다. 얼른 죽으로 식사하고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하고 스타렉스에 올라 3시간 30분 뒤 전라남도 해남교도소에 도착했다.
밤에 불끄고 화장실 갈 조명만 키는 곳. 복도 온도 16℃. 전구도 거실 중앙에 밝은 거 2개, 양변기, 1m 높이 배식구 등등. 복도만 우람하고 방은 사람에게 온기를 빼앗는 3평 8인실 서울구치소와 너무 다른 이 곳에 난 너무너무 화난다. 반찬이 왜 이리 맛있냐 말이야!
따뜻한 이 곳에서 몸을 회복하고 우리 모두가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생각한다. 싸움은 계속된다.
☆ 저희 할아버지 1인 시위 꼭 도와주세요. 적어도 1주일에 2번은 할 수 있게. 세상을 바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