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소백산자락길 걷기, 제2자락 희방사역 길
소백산은 북쪽에 연한 태백산과 함께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중추를 이루는 산이다. 이름은 작은 백산(小白山)이지만 결코
작은 산이 아니다. 오히려 큰 백산(太白山) 보다 품은 더 크고 더 넉넉하다. 한반도의 산줄기 이름을 산맥으로 부를 때, 태
백산은 태백산맥의 조산(祖山)이요, 소백산은 소백산맥의 조종산(祖宗山)인 까닭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죽령(竹嶺)
남쪽 도솔봉(兜率峰)을 시작으로 제2연화봉,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능선은 사위(四圍)에 영주시, 단
양군, 영월군, 봉화군 등 3도(三道)의 시군에까지 그 품을 넓히고 있는 산이다.
지난 주말, 소백산 둘레길 제2자락길을 걷고 왔다. 비로봉 아래 삼가리 주차장에서 연화봉 아래 희방사역까지 소백산 남
쪽을 에두르는 4십 리길 구간으로 따로 '희방사역 길' 이라고도 한다. 트레일은 산협으로 가 곰넘이재를 넘는 코스와 산자
락 아래 산록을 따라 풍기읍내를 돌아가는 두 코스가 있다. 무릇 산행길은 산을 오르고 재를 넘는 산 넘이 길이 제격이지
만 둘레길의 묘미는 산록에 숨어 있는 승경과 옛 유적들을 살펴보는데 방점을 두는 것인 만큼, 짧은 산 넘이 길을 버리고
돌아가는 먼 길은 택했다.
지난 1구간에 이어, 2주 만에 다시 찾은 삼가리 산협은 어느새 겨울이 완연했다. 산은 언제나 찾는 이를 포근히 감싸준다.
어느 산객은 "사람들 저마다 그 품 안으로 찾아 안기지만, 산은 정작 그 품 안을 그저 내어 놓고 맡긴다' 고 했다. 옳은 말
이다. 성긴 숲이 비록 조금은 황량한 듯해도 산의 품은 변함없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차를 타고 올랐던 골짜기를 걸어서
다시 내려 금계저수지(錦溪池)를 찾았다. 마침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서 선명한 반영(反映)을 담지 못해 아쉬웠다. 댐
아래 금계천 승지를 찾았다. 500년 고송(古松)들이 울울한 계변에 자부송(自仆松)이 읍하고 선 계양정(桂陽亭)과 금선정
(錦仙亭)은 향사(鄕士)였던 금계 황준량 선생은 물론, 원 근(遠近) 선비들이 음풍농월을 하던 곳이라 전한다. 기반암 하상
(河床)과 울멍진 바위 계곡에 날아갈 듯 좌정한 두 정자가 옥계의 푸른 솔숲과 더불어 한 폭 동양화를 그리는 듯했다. 왼
쪽 멀리 풍기 동양대학교를 바라보며 신라 후기 때의 도선국사가 십승지 중 한 곳으로 지정했다던 금계마을 비석거리를
지나고, 풍기역과 소방서를 지나 영주 서천(西川)의 본류인 남원천을 찾았다. 천변을 거슬러 희방사역으로 가는 길은 곧
장 죽령 옛길로 이어지고, 천변엔 옛 창락 역지(昌樂驛址), 무쇠다리(水鐵橋) 옛터, 옛 무쇠다리 주막거리가 연이어 나온
다. 옛 죽령 길은 경상도 동북지역 여러 고을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로, 창락역은 옛길을 넘거나 넘어오는 사람들이 반드
시 쉬어가는 객관이었다. 퇴계 선생도 그중 한 분이다. "서늘한 가을 새벽의 창락 역이여, 죽령은 아름답고 산록의 역 객
관은 그윽도 해라(乘涼曉向昌樂郵, 竹嶺峨娥公館幽)..."라는 시도 남겼었다. 유적지의 빛바랜 안내판 옆에는 돌거북
형상의 주춧돌이 옛 그대로이고, 마패 판석 옆 마방터엔 구유를 앞에 둔 동마(銅馬)가 길손을 맞고 있었다. 쉼돌에 걸터
앉아 한 모금 물로 목을 축이며 옛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려보는데, 건너편엔 중부고속도로가, 뒤편에 중앙선 철도가 달
리고 있다. 무쇠다리 옛터를 지나 희방사역을 찾았다. 내 어릴 적, 분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청량리역)로 갈 적에 3
등 완행열차를 타고 가며 쉬어 갔던 그 역이다. 희방사역도 이제는 중앙선이 전철화하며 폐역되었다. 창락 역이 그렇듯,
희방사역 또한 옛 역이 되었으니 다시 한 번 세월의 무상함을 또 느끼게 한다.
촬영, 2021, 12, 11.
▼풍기읍 삼가리, 삼가리 공영주차장 / 소백산 둘레길 제2자락 들머리
▼ 제2자락길(15km) 개념도.
<삼가리-금계지-금선정-풍기역-소방서- 남원천 습지생태 휴게소-창락 역-무쇠다리 옛터-희방사역>
▼제2자락 산협, 산 넘이 길 들머리
▼ 삼가리 금계천
▼ 삼가리 마을과 소백산 비로봉
▼삼가리 금계 바위
▼금계저수지
▼금계지(錦溪池)에서 바라본 소백산 비로봉
▼ 금계지 아래 금계천
▼ 금계리, 계양정(桂陽亭)과 자부송(自仆松)
▼금계정의 필자
▼금선정(錦仙亭)
▼금계리,물레방아깐
▼풍기읍, 동양대학교
▼금계1리, 풍기인삼시배지
▼금계마을 앞 비석거리 - 1 / 신라 도선대사의 십승지(十勝地) 중 한 곳.
▼ 금계마을 동구밖 비석거리 - 2
▼동구 밖에서 뒤돌아 본 금계촌
▼풍기역
▼풍기소방서
▼소방서 뒤, 남원천
▼남원천 변 제2자락 희방사길 트레일
▼ 습지생태 쉼터
▼ 풍기 사과밭
▼ 풍기 인삼밭
▼풍기 온천 리조트
▼ 창락역유적지(昌樂驛遺跡址)
▼창락역 유적지 안내
▼역사지의 주춧돌과 찰방 안씨 선정비
▼ 유적지 옆 느티나무 고목
▼ 무쇠다리 옛터와 쉼터
▼무쇠다리 옛터 표지석
▼ 중앙선 희방사역 / 지금은 폐역 - 1
▼ 중앙선 희방사역 / 지금은 폐역 - 2
▼희방사계곡
▼죽령 옛길 입구
▼풍기읍 수철리, 희방사역 철도 펜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