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노라’는 조선 시대에 ‘대비 마노라.’, 대전 마노라‘처럼 극존칭이다. 1894년 갑오개혁과 동학혁명으로 반상제도의 폐기가 주장되다가 1897년 독립협회의 노비해방결의로 반상의 역사가 종결되자 반상의 오랜 멍에에서 해방된 노비 층의 백성들이 사랑하는 부인을 ’마노라‘라고 부르고 싶었지만, 극존칭인 ’마노라‘라고 부르기는 어색하여 중간자를 스리슬쩍 바꾸어 ’마누라’라고 쓰기 시작하였으며 이 ’마누라‘는 조선 후기부터 아내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자연스럽게 쓰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마누라‘가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거나, 다른 사람에게 얘기할 때 아내를 낮춰 일컫는 말로 변천되었다.
한편, 요즈음 ‘노인’을 가리켜 모두 ‘어르신’이라고 하고 있다. ‘어르신’은 남의 아버지를 높이거나, 나이든 상대를 높여 부를 때 쓰는 극존칭이다. ‘어르신’은 ‘어른’에서 나온 말로, 그 어원은 신라 시대 향가 ‘서동요’에 등장하고 있고, 조선 시대부터는 널리 사용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호칭 문화에서 모든 노인을 가리켜 무조건 ‘어르신’이라고 호칭한다면 그것은 모든 부인을 극존칭인 ‘마노라’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호칭의 모순이 된다.
그런 이유로 벌써 ‘노인’이라는 호칭은 사라지고 있다. 이제 동네마다 있는 ‘노인정’이 곧 ‘어르신 정’으로 바뀌게 될 지경이다.
어떤 자리에서 한 저명인사가 자신의 친부모를 소개하는데 ‘우리 노친네는...’라고 하여 깜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주변의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장인, 장모께는 아버지, 어머니로 호칭하고 친부모는 ‘노친네’로 호칭하고 있다. ‘노친네’란 나이 든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다. 그 저명인사가 호칭의 쓰임을 정확하게 알고서는 공개석상에서 친부모를 욕 먹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망신당하려고 ‘노친네’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이 다른 어른들에게는 존칭을 쓰면서 정작 존경해야 할 친부모님께는 반말하는 경향이 있듯이 ‘노친네’란 말을 친부모에 대한 애칭 정도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호칭은 대화 상대방을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넓은 의미로 상대를 가리키는 지칭어이다. 동서고금에서 호칭은 그 격과 용도에 맞추어 바르게 써야 한다. 상대를 경시하는 호칭도 안 되지만 좋게만 대하려고 만약에 나이 어린 사람에게 ‘어르신’, 노숙자에게 ‘선생님’이라고 한다면 그들은 그 호칭이 기분 좋게 들리기보다는 놀리거나 무시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우리의 호칭이 어렵고 까탈스럽다고 하지만 호칭이 쉽고 자유로울 것 같은 미국 또한 누구에게나 동등하지 않다. 미국인 스스로 헛갈린다 할 만큼 그들도 우리 못지않게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이 아주 많다.
지금 우리는 전통적인 호칭의 존재가 대혼란에 빠져있다. 우리는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갑작스럽게 부자가 되었고, 서구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였으며 그 결과로 국적 없는 ‘혼혈아 호칭’을 만들었다. 아버지는 아버지인데 장인도 아버지다, 오빠는 오빠인데 남편도 오빠이다.
사회에서는 노소를 가리지 않고 미스터(Mr), 미스(Miss)를 쓰고 있다. 나이 많은 지인에게는 형님, 형수, 언니이고 나이가 어리면 이모이다. 모르는 상대방은 가릴 것 없이 사장님이다.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호칭은 지키고 가꾸어나가야 한다. 그저 어렵고 귀찮다는 이유로 우리의 전통 호칭을 내팽개친다면 결국 우리는 근본 없는 민족이 될 것이다.
첫댓글 호칭같은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어서 어릴때 공부를 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