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TV읽기] ‘시청자 비평’ 프로는 왜 만드는지
말로만 “죄송하다”…시정하는 법 없어
“도대체 왜 만들고 있을까?” TV 3사가 매주 토요일 내보내는 ‘시청자가 본 TV’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각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보기 힘든 토요일 정오에 ‘TV는 내 친구’(KBS) ‘TV 속의 TV’(MBC) ‘열린 TV 시청자세상’(SBS)을 내보낸다. 고만고만한 이름과 자잘한 형식은 종종 바뀌었으나, 연륜은 제법 된 이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질책과 고견을 가감 없이 겸허히 듣겠다’는 기획의도를 지녔다.
기획 의도대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식’에 전과 달리 공이 들어가고 시청 소감을 그대로 전달하는 자세도 돋보인다. 시청자 프로그램을 최근에가장 잘 만드는 방송사는 SBS ‘열린TV 시청자세상’이다. 주간 모니터·TV 탐방·전문가 비평 등이 돋보인다. ‘시청자가 비판할 재료’가 풍부한 태생적 원인도 한몫 한다. 그에 비해 KBS는 ‘의무방어전’ ‘구색 맞추기’ 정도에 머물고 있다.
MBC는 한술 더 뜬다.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질질 끌기와 황당한 내용에 불쾌함을 표하는 시청자의 수많은 의견은 철저히 무시한다. 대신 MBC 새 드라마나 다른 오락프로그램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쪽으로 알뜰히 재활용한다. 불변의 소신을 지닌 셈이다.
그런데 가장 문제는 또한 SBS이다. 시청자 불만을 담는 창구 프로그램은 활발히 운용하면서 ‘리콜’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TV속의 성(性)을 말한다’라며 지나친 성적(性的) 묘사를 비판한다. 그러나 ‘천년지애’는 초반부터 목욕·키스·베드신을 필요 이상으로 내보내 ‘포르노 로맨틱 팬터지’라는 독특한 장르를 열었다. ‘아침드라마의 통속성 문제’를 신랄하게 다뤘으나 ‘통속성’ 분야에서 SBS 아침드라마를 따라잡기에 타 방송사가 힘이 딸린다. 그 뿐인가. ‘여성출연자들의 지나친 노출’이 민망하다는 시청자 편지를 소개하지만, ‘신동엽과 김원희의 헤이헤이’의 여성출연자들은 ‘속옷차림’으로 여전히 나와 앉아 있다.
모르면 답답하기나 한데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사회자와 ‘참한’ 아나운서들은 “참 죄송하게 됐다”고 말한다. 가장 열심히 ‘시청자 비평프로그램’을 만드는 SBS가 가장 선정적·통속적이고 문제가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도대체 왜 만드는가? ‘후속조치’도 ‘시정’도 안 되는 프로그램을 왜 만드는가? 이런 ‘시청자 프로그램’은 눈치없이 열심히 일하는 철없는 PD의 ‘나홀로 TV’인가?
이것은 지상파 3사의 공통점이다. ‘쇠귀에 경 읽기’ ‘눈 가리고 아웅’이거나 ‘매우 편안한 면죄부용’으로 제작되는 듯 하다. 시청자 주권을 제대로 받들겠다면 ‘시청자 고견’을 골방에 처박거나 공허한 메아리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황금시간대에 ‘시청자 시간’을 만들면 어떨까? 좋은 TV를 위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토론을 붙여본다면, TV 3사는 로열티있는 ‘TV소비자’를 얻는 이점이 있다. 이런 토론 프로그램은 시청률도 꽤 높을 것이 분명하다.
(전여옥/ 방송인)
[전여옥의 TV읽기] 드라마 왜 끝낼줄 모를까
'인어아가씨' 연장...'뉴스 손님끌기' 역할 그만둬야
영화배우 김지미씨는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길어도 두시간이면 끝나는 영화의 빠른 템포에 익숙한 배우로서 도저히 축축 늘어지는 TV 드라마를 볼 수가 없다고 했다. 정말 우리의 TV 드라마는 ‘세월아, 네월아’이다. 한국 TV 드라마처럼 시간관념이 없는 분야는 없다.
예를 들면 MBC TV ‘인어아가씨’에서 은아리영이 복수하는 한 순간을 보기 위해 시청자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운명처럼 TV 앞에 앉는다. 어떻게 시원하고 짜릿한 장면 한번 볼까 하는 기대로 마마준 남매의 엽기적 행동도 참고, ‘여인천하’ 난정이 찜쪄먹는 은아리영의 비현실적 상황도 참고 또 참는다. 오로지 그 결정적 한 장면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결과’에 비해 ‘들이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다.
이 ‘예정된 횟수’도 하품이 나는데 가끔은 한술 더 뜨는 수도 있다. 즉, 연장전략이다. ‘인어아가씨’가 인기를 끌자 MBC가 예정보다 횟수를 늘이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시청자를 우직한 돌쇠로 보았다 해도 너무 심한 일이다.
물론 조금만 인기를 끌면 연장 방송―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늘이기 방송을 하는 것은 한국 방송사의 역사깊은 드라마전략이다. ‘여인천하’도 인기를 끌자 더 이상 시청자들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늘이고 늘이다 못해 왜곡 변조까지 했다.
이제 ‘인어아가씨’도 착실히 그 전략을 밟을 것이다. 인어아가씨가 ‘공룡아가씨’로 둔갑할 것이 틀림없다. 가뜩이나 무리한 극적 구성, 집성촌을 방불케하는 드라마 설정이 ‘인어아가씨’의 특색이다. 등장인물 전원이 100% 서로 알고 사랑하고 뺏고 뺏긴다. 마마준은 은아리영을 사랑하고 은아리영은 주왕을, 은예영과 마마린은 주왕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은 모조리 가족, 친족, 전 가족 등등으로 얽혀있다. 이제 이런 관계 설정 속에서 연장방송을 하면 ‘무리수’는 당연한 결말이다.
처음 ‘인어아가씨’의 제작의도(MBC 인터넷에 떠 있는)는 늘이기 방송이 마침내 종료된 뒤 제작진들이 낯을 붉히며 읽어야 할 것이다. 물론 제작진은 항변할 것이다. 우리 뜻이 아니라고―아랫목 웃목 할 것 없이 포진한 광고의 머릿수를 세는 장삿속과 MBC 뉴스의 손님 끌기를 위한 서비스상품으로서 가치가 인어아가씨의 연장방송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아쉬울 때 떠날 수는 없는가? 예정보다 빨리 끝내 시청자의 허를 찌르는 ‘서비스’를 할 수는 없는가? 드라마는 어쨌든 한국 방송의 ‘종목 대표주’이다. 시장경제의 화려하고 스피디한 흐름에 한국증시가 반응하듯 한국방송의 드라마도 시청자를 앞서는 전략정도는 갖췄으면 싶다.
(전여옥/방송인)
[TV읽기] ‘잔재미’에 현실감 잃은 ‘인어아가씨’ (2002.08.25)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 속 장서희의 등장은 기쁘다. 오랜만에 내공이 깃든 연기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언젠가 배우 조지 클루니가 말했다. 당신은 누구냐는 당돌한 기자의 질문에 “배우가 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사람”이라고. 장서희가 그렇다. 어느날 갑자기 CF로 뜬 ‘반짝 스타’들과 달리, ‘야무진 조연’으로 시작해 ‘감동적인 주연’으로 성장한 연기자여서 반갑다.
요즘 ‘인어아가씨’의 인기엔 여성작가 임성한의 재능도 한몫한다. 소름끼치는 복수극에 ‘평범한 일상’이라는 당의정을 입혔기 때문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 눈에 띤다. 그러나 이번 작품을 준비하고 점검하는 성실성은 크게 부족한 것 같다. 시청자는 재미도 요구하지만 ‘리얼리티’도 원한다. 그런데 ‘인어아가씨’는 쏠쏠한 재미는 있지만 ‘현실감’이 너무 떨어진다.
신문사 편집국의 같은 부서에 부녀가 나란히 근무하는 것도 그렇지만, 직업이 기자인 우희진은 방금 미장원에서 나온 우아한 셋트머리에 노출이 심한 옷차림으로 편집국을 왔다갔다 한다. 그리고 신문사 여기자는 주로 데이트와 단란주점 술주정 외엔 하는 일이 없는 가장 한가한 직업처럼 그려진다.
또 ‘순간에 망하려면 선거에 나가고, 천천히 망하려면 자식에게 예능을 가르쳐라’는 말이 무색하게 가난하게 컸다는 아리영은 온갖 예능을 두루 과시한다. ‘잉크젯프린터 잉크’가 안빠진다며 주왕을 부르는 장면도 작가로 하루이틀 장사를 한 것도 아닌 아리영에겐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용림과 사미자가 고부간으로 나오는 것도 시청자로서 불편하다. 방송국의 ‘스테이션 이미지’가 있듯 연기자에게도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있다. 여동생에게 걸핏하면 ‘미친 X’라고 욕설을 퍼붓는 정보석의 언행도 거슬린다. 유달리 여자들에게 대한 욕설이 많아 작가가 남성이라고 여기는 시청자가 꽤 많다.
TV는 ‘현실’을 ‘극화’하는 것이다. ‘오랜 조연’을 출발해 환승역까지 거쳐가며 마침내 ‘주연’으로 등장한 연기자 장서희의 ‘현실감’이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리얼리티’로까지 확산되었으면 한다.
(전여옥/방송인)
[전여옥의 TV읽기] 연기자야, 쇼핑 호스트야? (2002.07.28)
“신 경제와 구 경제의 차이는 무엇인가? 구 경제 때는 ‘너는 너 자신을 팔았다’는 말이 최고 모욕이었다. 그러나 신 경제 시대엔 ‘너는 너를 제대로 팔지도 못했다’는 말이 최고 모욕이 되었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의 이런 말처럼 우리 모두는 ‘시장’에 나와 살고 있는 셈이다.
신 경제시대 ‘나를 팔기’의 가장 처절한 현장은 연예계일 것이다. 그것도 TV이다. 영화배우가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의 백화점에서 고객을 맞는다면, TV 탤런트는 ‘굴뚝없는 백화점’인 TV에서 ‘홈쇼핑 호스트’처럼 손님을 맞는다.
요즘 TV 드라마는 물론 연예·오락 심지어 교양프로그램도 “홈쇼핑 채널을 틀었나?’ 싶은 착각을 일으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출연 연예인들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팔기 때문이다. ‘첨단을 걷는 신 경제 인간’인 연예인들에게 길들여진 시청자도 역시 그들이 내숭을 떠는 걸 보며 “아하, 저 물건을 팔려고 나왔구나” 짐작한다.
그들은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소위 ‘협찬상품’을 걸치고 나온다. 새로운 물건―그것도 고가의 브랜드상품―이 나왔다 하면 절묘한 타이밍, 발매 시점에 딱 맞춰 입고 차고 등장한다. 럭셔리(Luxury) 마케팅을 하는 회사와 어떤 거래가 있는지, 광고모델을 하는 회사와 어떤 입맞춤이 있는지 시청자는 모른다. 그러나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고 너그럽게 봐주기엔 너무 지나친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SBS ‘순수의 시대’의 김민희는 극중 설정이 분명 형편이 넉넉지 않은데, 재벌집 딸은 저렇게 입겠지 싶은 고급 옷을 입고 나온다. 게다가 그녀가 찬 시계는 얼마 전 꽤 많은 럭셔리 잡지에서 다뤘던, 보통사람으로선 상상도 할수 없이 비싼 물건이다. 김민희는 가련하게 울고 불고 하지만 극중 인물과 너무 동떨어진 옷차림과 시계 탓에 감정이입이 안된다. “아니, 저 시계는?”하며 신경을 쓰는 시청자를 ‘속물’이라고 비난만 할 수 있을까?
물론 그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시스템 마케팅으로 돌아가는 연예계 생리 속에 “나의 선택권은 없다”고, 혹은 “모든 걸 ‘코디 언니’가 알아서 하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무슨 변명을 하건 그건 분명 눈속임이다. 아무리 자신을 팔고 상품화 하는 게 신 경제시대의 생존법칙이라도 최소한의 ‘상도(商道)’는 지켜야 한다. 생선장수 역을 맡으면 시장에 달려가 생선 냄새에 절은 앞치마를 사다 입고 연기에 몰두하던 선배 연기자들의 프로 정신이 그립다.
(전여옥/방송인)
안방서 판치는 '복제 드라마' (2001.02.06)
우연히 ‘허준’의 작가 최완규씨를 만났다. 단식 8일째라고 했다. 다음 작품을 준비하며 체력단련 겸 마음 다스리기를 하는 것 같아 존경스러웠다. 그는 말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자기복제”라는 인상깊은 말을 남겼다. “자기복제?” 하다가 “아, 맞다”하고 무릎을 쳤다.
가수도 맨날 똑같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드라마작가도 안봐도 지난 작품과 유사한 ‘복제드라마’를 써대는 작가가 있다. 별 볼 일 없이 끝난 ‘루키’는 쏠쏠한 시청률을 기록했던 ‘퀸’을 쓴 작가의 ‘자기복제품’이었다. 여자 넷 대신 남자 넷이 나온 것 뿐,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퀸’도 ‘여인들의 지하드’라는 일본드라마를 번안해 놓은 것이니, 그 작가는 결국 ‘카피―번안―자기복제’의 안일한 과정만 거친 셈이다. KBS ‘귀여운 여인’도 소재와 방송사만 바뀌었을 뿐, SBS ‘토마토’와 너무나 흡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그 이유도 허준 작가가 설명해줬다. “시청률만 좋으면 누구도 말 한마디 안한다”고 했다. 시청률 좋고 돈만 되면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게 요즘 우리 TV 드라마의 제작원칙인 셈이다. 그래선지 요즘 우리 드라마는 물불을 안 가린다. 비상식을 넘어 괴기적 소재까지 한도 끝도 없다.
사람은 누구든 무덤 끝까지 품고 갈 사연을 한두개쯤 갖고 산다지만, 우리 드라마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하는 삶’을 산다. 직냔 유행이던 ‘출생의 비밀’ 시리즈는 올해도 똑같다. 더 한심하고 시대착오적으로 ‘자기복제’된다는 점만 다르다.
가장 심한 것이 MBC ‘엄마야 누나야’이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아들 못낳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데서 아들을 낳아오는가? 딴 여자에게서 아들을 낳아들이는 시점을 1980년대 초반으로 잡았는데 우리사회는 그런 1980년대를 결코 살지 않았다. 196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 시대로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다.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이고 불륜을 비벼넣으면 시청률은 불구경하듯 올라간다. 그러나 그것은 ‘독약’이다.
‘엄마야 누나야’에서 어머니역을 맡은 고두심씨는 한 라디오대담에서 조심스럽게 “극적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아들 하나 때문에 온 집안에 불화의 불씨를 만든다는 설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배역을 하는 연기자조차도 수긍하지 못하는 극단적 상황이 우리 드라마의 설정이다.
우리의 방송 드라마들은 오리지널리티의 시대와 동떨어진 부끄러운 자기복제, ‘카피의 진흙탕’이다.
(전여옥/ 방송인)
대략 이정도 찾았구요..저 기사들 외에도 중간중간 TV와 관련 있는 다른 내용도 더 있어요. 그 중에서 드라마와 관련된 것, 그 중에서도 인어와 관련 있어 보이는 내용 몇 개 더 넣었어요.[제가 찾아낸 범주 내에서요^^;]
도움이 되었으면 하네요^^[어제 나온 기사는 다 알고 있으실 것 같아서 뺐어요]
첫댓글 정말루 잘 읽었습니다. 생각두 마니하구... 그래 맞다 공감하는것두 있었구.. 좀더 속시원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네염... 안티가 아니라서그런가.. 넘 조심스러워요들...
이거 근데.. 처음꺼는 전에 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