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요약>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 누가복음 17:11-19
누가복음에만 나오는 <열 명의 나병환자 치유 이야기>가 있습니다. 마태, 마가, 누가 세 복음서 모두 한 명의 나병환자를 고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때와는 달리 “치료” 이상의 의미가 담긴 것이 누가복음 17장의 내용입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는데, 갈릴리에서 사마리아를 거쳐 가실 때에 만난 열 명의 나병환자가 “예수 선생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간청하자, 예수는 이미 치료해 주었다는 뜻으로, 그들에게 “제사장에게 가서 몸을 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는 길에 정말로 몸이 나은 것을 안 그들 중에 단 한 사람만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를 만났던 곳으로 되돌아와 엎드려 감사를 드렸습니다. 주님은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여기서 세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첫째,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 사마리아와 갈릴리를 지나간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 감사드리러 돌아오지 않은 나머지 아홉 명은 유대인일까 아니면 사마리아인일까?
셋째, 예수가 구원한 것인데, 왜 예수는 그 사람의 믿음이 구원했다고 말씀하실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누가복음은 다른 복음서에 비하여 유대인과 이방인의 대비법을 많이 사용하면서, 이방인에게도 희망이 있음을 강조하는 복음서입니다. 그래서 사마리아와 갈릴리라는 천대받는 지역에 빛으로 다가가시는 주님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아홉 명의 정체에 대해서는 침묵하지만, “나머지 아홉은 어디 있느냐?”는 질문을 주님께서 하신 것으로 보아서, 그들은 아마도 유대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몸은 나병에 걸려서 격리 되었지만, 그들의 신앙심만큼은 자부하는 사람들인데, 치료받고도 돌아와 감사드릴 줄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는 말 속에는 유대인들의 믿음이 무가치하다는 뜻도 들어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나병의 치유는 예수가 했지만, 돌아와 감사드린 사마리아 사람은 “믿음의 길”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칭찬일 것입니다. 불치의 병에서 치유되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 진정한 믿음이 있는 것과는 아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본문 속에 담긴 <긍휼>과 <감사>와 <구원>의 의미를 통해서, 진정한 믿음의 길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첫째, <긍휼>은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라는 청원에 담긴 엘레이손(eleison)이라는 말인데, 고대 동방교회의 짧은 기도인 <예수기도> “주 예수 그리스도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는 기도문과 일치합니다. 이 기도는 짧고 간결하게 핵심을 담아 반복하는 것인데, 우리가 구할 것은 “자비”일 뿐, 다른 것은 주시는 대로 받아들인다는 깊은 뜻이 담겼습니다.
둘째, <감사>는 오늘 감사주일의 주제인데, 주님께서 최후의 만찬 때에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린 것과 같은 단어로서 Eucharist라고 합니다. 그래서 <유카리스트>는 <성만찬>이라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니 감사절에는 성만찬을 통하여 감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대로 돌아간 아홉은 몸이 깨끗해지고도 감사를 잊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과 유사합니다. 우리의 감사는 대개 “어쩌다 감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력으로 12월 첫 주일이 한 해의 시작이니, 오늘부터 다음 주일까지 한 해를 결산해보아야 합니다. 한 해 동안 나는 주님이 베풀어 주신 자비에 대하여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살았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셋째가 중요합니다. <구원>은 그 의미가 치료, 구조, 구출을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복음서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단어에서 예수를 일컫는 <구원자>(Soter, 소테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예수가 구원자이신데, 이 나병환자의 구원은 “그의 믿음”에서 나왔다는 말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앞서 15절에서 열 명 모두 자기들의 몸이 “나은 것”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쓰인 단어는 다른 단어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은 비록 몸은 치료받았지만, 그래서 다시 건강해졌지만, 감사의 길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단 한명의 사마리아 출신 나병환자만 돌아와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예수께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므로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말은 몸의 질병이 치유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사마리아인의 인생이 참된 신앙의 길에 들어섰다는 예수의 선언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향해 우리를 항상 긍휼히 여겨달라고 기도하고, 순간순간 베풀어주신 은혜를 간과하지 않고 감사드리는 삶을 산다면, 우리의 인생은 구원받은 자의 삶이 될 것입니다. 오늘 성만찬을 나누실 때에, 나의 삶 속에 살아계신 주님의 손길을 느끼고 감사드리는 경험이 새로워지시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11월 17일
홍지훈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