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食西宿(동식서숙)
먹을 곳 잘 곳이 없이 떠도는 사람. 또 그런 짓. 동쪽 집에서 먹고 서쪽 집에서 잔다는 뜻. 사람의 욕심이 한이 없음의 비유.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돌아다님의 비유. 부평초와 같은 떠돌이 인생. 東家食西家宿(동가식서가숙). 可東可西(가동가서).
太平御覽(태평어람)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齊(제)나라에 결혼할 나이가 넘은 한 처녀가 살았다.
두 이웃집으로부터 동시에 雙婚(쌍혼)이 들어오니 한 집은 東(동)쪽, 한 집은 西(서)쪽에서 동시에 請婚(청혼)이 들어왔다.
동쪽의 아들은 추남인데 생활은 윤택하고 서쪽의 아들은 가난하나 빼어난 용모라, 이에 부모도 이쪽을 택할까 저쪽을 택할까 확신이 없다.
그래서 당사자 딸의 생각에 따르기로 하고, 부모는 동쪽이냐 서쪽이냐 어깨의 옷을 내리라고 하니 한참 망설이고 곰곰이 생각하던 딸은 옷을 벗는데 양쪽 어깨의 옷을 모두 벗는다.
부모는 딸의 행동에 깜짝 놀라고 황당하여 이유를 물으니, 그녀(딸이)가 웃으면서 대답하기를, 낮에는 동쪽 집에서 먹고 싶고, 밤에는 서쪽 집에서 자고 싶어요(東家食西家宿 : 동가식서가숙)! 지극히 딸의 탐욕스러운 답변이다.
朝鮮(조선) 太祖(태조) 李成桂(이성계)가 개국을 자축하는 큰 잔치를 베풀었다. 이 자리에서 개국공신 중 어느 정승이 거나한 술김에 雪中梅(설중매)의 아름다운 기생의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수작을 벌렸다.
듣자니 너는 아침에는 동가식 하고 저녁에는 서가숙 한다니 오늘밤은 나하고 잠자리를 함께하면 어떻겠는가?
그러자 설중매는, 좋지요. 어제는 王(왕) 씨, 오늘은 李(이) 씨를 섬기는 정승과 東家食西家宿(동가식서가숙)하는 천한 기생이라 궁합이 잘 맞겠습니다.
어느 정승은 말도 못 부쳤다. 겁이 났다. 이는 왕과 이씨 성을 같이 말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東家食西家宿(동가식서가숙)으로 변해, 한곳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떠돌이 생활을 한다고 한다.
성완용/ 법고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