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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만> 알렉스 반 바르메르담 감독, 드라마, 네델란드, 113분, 2013년
오랜만에 개성 넘치는 수작을 만났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관객의 시선과 마음을 꽉 잡는 영화다. 부르주아 중산층에 대한 감독의 비판의식이 북유럽적 동화와 연극을 만나 독특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사회에 대한 감독의 첨예한 의식과 더불어 예술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니, 나로서는 아끼고 아낄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난해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부디 검은 우화에 대한 해석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기를...
= 시놉시스 =
정체불명의 비밀집단 우두머리인 보그만은 죽음의 위협을 피해 어느 부유한 저택가로 숨어든다. 집주인에게 그의 아내 마리나와 잘 아는 사이라고 말하지만 소유욕 강한 남자에게 오히려 두들겨 맞는 수모를 당한다. 결국 마리나가 지저분하지만 어딘가 카리스마가 있는 그를 불쌍히 여겨 남편 몰래 집안에 숨겨주게 되고, 보그만과 그의 하수인들은 부유한 중산층 가정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계획에 착수한다.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이기도 한 <보그만>은 네덜란드 영화로서는 38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됨으로써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중산층 파괴는 네덜란드 감독 특유의 유머로써 연출된다. 악의 무리가 단란한 가정으로 잠입하여 와해시킨다는 익숙한 소재를 으스스한 블랙 코미디의 느낌으로 표현하는 솜씨 또한 일품이다. 인물들의 뛰어난 연기는 이 개성 넘치는 영화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시공간의 경계로부터의 탈피는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구절절 설명 없이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가는 힘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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