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간 간부가 고발 사건을 받고도 3년이 넘게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뭉개 공소 시효가 끝나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과 소속 조사관 김모 경위(37)는 2007년 2월 경찰서 민원실을 통해 들어온 사문서 위조와 공금 횡령 관련 고발 사건을 사건 대장(臺帳)에 기록하는 정식 접수 절차를 밟지 않고 그대로 묵혔다가 2008년 7월에야 정식 접수했다. 김 경위는 그 뒤에도 수사는 하지 않으면서 고발인이 항의하자 '검찰에 송치(送致:사건 기록을 넘긴다는 뜻)했다', '(검사에게) 수사 지휘 건의(建議) 중이다'라는 가짜 공문을 각각 세 번씩 고발인에게 보내 마치 수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속였다. 김 경위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사문서 위조 혐의는 공소시효 5년이 지나버렸다.
경찰은 고소나 고발 사건이 접수되면 그 사건에 일련번호를 매기고, 사건 대장에도 일련번호를 적으며, 각 경찰관에게 배당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고 있는지 중간 중간 자체 점검하게 돼 있다. 영등포경찰서가 자체 중간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사건을 뭉개다 공소 시효를 넘겨버리는 이번과 같은 황당한 일은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담당 경찰관이 혼자 사건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던 연유를 밝혀내야 한다.
고발인은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지난해 5월 영등포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진정을 했다. 그러나 영등포경찰서는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담당 경찰관을 바꾸거나 징계하지 않고 김 경위에게 '진정이 들어왔으니 빨리 처리하라'고 주의 조치만 내렸다. 경찰은 1999년 고소·고발 사건 처리 과정 등에서 부당한 일을 당한 민원인이 호소하면 곧바로 처리해주겠다며 전국 경찰서에 청문감사관 제도를 도입했다. 경찰서 과장급 간부를 청문감사관으로 임명하고 감사관실도 경찰서 1층 현관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해 민원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청문감사관 제도가 헛돌고 있음을 보여줬다.
경찰은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경찰이 늘 꼴찌를 하는 현실을 뼈아프게 느껴야 한다. 이번처럼 경찰관 한 명 한 명의 잘못이 쌓여서 그런 결과를 빚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