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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팔곡(田家八曲) -이휘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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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어 풀이 ] |
◆ 원풍(풍년을 원함) 세상에 버려진 몸이 밭이랑에서 늙어가니 / 바깥 일 내 모르고 하는 일은 또 무슨 일인가? / 이 중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풍년을 원하노라. ◆ 봄 농부가 와 말하기를 '봄이 왔으니 밭에 가세.' / 앞집에서 소 보내고 뒷집에서 농기를 보내니 / 두어라, 내 집부터 하겠느냐, 남의 집 농사를 도우니 더욱 좋구나. ◆ 여름 여름날 더울 때에 뜨겁게 달궈진 땅이 불 같구나. / 밭고랑 매자 하니 땀이 흘러 땅에 떨어지네. / 아아, 곡식의 낟알마다 담긴 농부의 수고로움을 어느 분이 알까. ◆ 가을 가을에 곡식 보니 좋기도 좋구나. / 내 힘으로 이룬 것이 먹어도 맛있구나. / 이 밖에 부귀영화를 부러워 무엇 하겠는가. ◆ 겨울 밤에는 삿자리를 꼬고 낮에는 띠풀 베어 / 초가집 잡아매고 농기구를 손질해라. / 내년에 봄이 오면 바로 농사에 힘을 다하겠노라. ◆ 아침 새벽에 빛이 나자 나와서 지빠귀가 우다. / 일어나거라 아이들아, 밭 보러 가자꾸나. / 밤 사이 이슬 기운에 (곡식드이) 얼마나 자랐는가 하노라. ◆ 점심 보리밥 지어 먹고 명아주풀로 끓인 국을 준비하여 / 배곯는 농부들을 제 때에 먹이어라. / 아이야, 한 그릇 올려라, 직접 맛을 본 후 보내리라. ◆ 저녁 서산에 해 지고 풀 끝에 이슬이 맺힌다. / 호미를 둘러메고 달빛을 등 뒤에 받으며 (집으로) 가자꾸나. / 이 중에 즐거운 뜻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
[ 이해와 감상 ] |
작가는 성리학 연구에 몰두하며 벼슬을 하지 않고 그는 주변과의 조화와 협력 속에서 참다운 이치가 실현된다는 성리학의 궁극 이념을 구현하려 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향촌에서 평생을 보낸 학자로 학생으로 천거되어 참봉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그는 <전가팔곡>을 쓴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농사짓는 사람은 아니나, 전원에 오래 있어 농사일을 익히 알고 있으므로 본 것을 노래에 나타낸다. 비록 그 성향의 느리고 빠름이 절주와 격조에 다 맞지는 않지만, 마을의 음탕하고 태만한 소리에 비하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곁에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익혀 노래하게 하고 수시로 들으며 스스로 즐기려 한다." 이 시는 모두 8연으로 구성되어 있는 연시조로서 향촌에서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1연에서는 해마다 풍년드는 것이 바로 우국성심과 연결되는 것으로 말함으로써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으나, 2연부터는 농민들과 함께 하는 소박한 농촌의 삶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농민들과 함께 밭 갈고 김 매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문과 현실을 연계시키는 실천적인 지식인의 모습을 잘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사계절과 하루 시간대의 흐름에 따라 시상을 전개하면서 농촌의 모습을 보여준 것 역시 농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작가 의식의 한 면모라 할 만하다. ◆ 원풍 → 속세를 떠났으나 나라를 걱정하여 풍년을 기원함. ◆ 봄 → 봄이 와서 농사일을 상부상조하는 농촌의 정겨움 ◆ 여름 → 더운 여름에 고생하며 농사를 짓는 농부 ◆ 가을 → 자신의 힘으로 지은 곡식을 통해 느끼는 농사의 보람 ◆ 겨울 → 내년 봄이 오면 바로 농사일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농촌의 겨울 ◆ 아침 → 아침이 되어 농사를 지으러 가는 모습 ◆ 점심 → 농부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점심을 제 때에 보내고자 하는 마음 ◆ 저녁 → 하루 일을 마치고 보람 있게 집으로 돌아가는 농부의 즐거움 |
[ 정리 ] |
◆ 형식 및 갈래 : 평시조, 연시조(전8수), 권농가 ◆ 특성 * 전원적, 향토적, 교훈적 성격이 강함. * 고유어와 일상적인 어휘를 많이 사용하여 농부의 처지를 잘 느낄 수 있음. * 농부들에게 같이 농사일을 하자고 제안하는 투의 청유형 표현이 많이 사용됨. ◆ 주제 :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즐거움과 보람 ◆ 문학사적 의의 : 농촌 혹은 전원을 은거의 공간, 삶을 성찰하는 공간, 혹은 호연지기를 기르는 공간으로만 표현했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농사를 직접 짓거나 농부들과 함께 하며 느끼는 농사일의 즐거움과 보람을 농부의 입장에서 그려낸 작품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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