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머리)
"파이팅"같은 건 하지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 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이제는 걸으며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잘 지내나요,내 인생"중에서/최갑수
(참가 후기)
풀코스 160회,달리기 인생 17년만에 드디어 마라토너의 성지,보스톤에 입성했다.
보스톤은 내 개인적으로도 감격적인 곳이지만 고등학교 선배인 서윤복씨가 1947년에
우승을 했고 1950년에는 1936년 베르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옹이 당시
신생독립국인 한국의 마라토너 3명을 이끌고 와서 1~3등을 휩쓸었고 그때 우승을 한
함기용씨는 막판에 걷다 뛰다하면서도 2시간32분39초에 들어와서 미언론에서는
"워킹 챔피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2001년 춘마에서 첫 풀코스를 4시간58분에 완주한 이래 보스톤마라톤을 계기로
다시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서있다.
오늘 이후로 내 인생은 다시 새로워 지고 조금은 더 특별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자리에 오기까지 나를 이끌어준 가족,동호회(수마클,한강달) 회원님들께
감사 드린다.이번 여정을 계기로 새로운 만남을 갖게된 보스톤 120 모임에도
기대를 해본다.
대회기록:4:57:54(배번 25021) 풀코스 161회
출발 지정선:Wave4,Correl 2, 출발시간 11:15.
4/16(토)
어제 인천공항 출발,13시간30분만에 뉴욕 JFK 공항에 도착.
뉴욕에서 보스톤까지는 4시간 걸린다.한국보다 시차는 13시간이 느리다.
어제 뉴욕 맨하탄을 거쳐 오늘은 보스톤에 입성하여 走路
사전답사와 엑스포장에서 배번호와 기념품을 수령하는 날이다.
내일 하루 더 시차적응을 끝내고
모레인 대회당일은 피니시라인을 통과하여 뒷쪽의 교회에서 일행과 만난다.
컨텍지점에서 피니시라인 방향으로 미리 이동하면서 지리를 숙지한다.
대회 준비차량과 대회 시설물들이 도로 양쪽을 꽉 메우고 있다.
사전답사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에는 무표정하거나 찌푸린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다.
참가자들의 가슴에는 저마다 4월의 꽃비가 내린다.
대회 당일 늦은 오후에 내가 통과해서 들어 올 피니시라인 아치.
잘 돼야 될텐데~
배번호와 기념품 수령 그리고 스폰서 업체인 아디다스 매장이 있는 컨벤션센터.
중간에 소변이 마려워서 일행과 헤어 졌다가 천신만고(?) 끝에 일행과 합류한다.
여기까지 와서 볼일을 보면 되었을 것을 지리를 잘 몰라서 한참가야 되는 줄 알고
굳이 화장실을 찾아 다니다가 값진 경험을 하게 되었다.화장실을 사용하려면
그영업장의 손님에 한해서 비밀번호를 가르켜준다. 경찰에게 물어 보았더니
호텔로 가라고 해서 웨스틴 호텔에 가보니 호텔 룸카드를 터치하는 시스팀이라서
일반인은 이용할 수가 없었다.겨우 어찌어찌 기지를 발휘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개방되어 있는 곳은 스타벅스 뿐인데 남녀구분없이 순서대로 이용하게 되어있어
시간이 많이 걸린다.급한 사람은 숨 넘어간다.
대부분 개방이 잘 되어 있는 한국의 화장실 인심이 참 좋다는 것을 실감한다.
신분증과 런너 패스포드 두가지를 소지 또는 그 가족에 한하여 입장이 허용된다.
공항 입국심사대같은 두개의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웰컴하며 맞이해 준다.
부여받은 내 배번호가 있는 부스에 가서 배번호와 기념품을 수령.
동마와 유사한 시스팀으로 출발전에 소지품을 맡기는 비닐봉투에는 배번,기념책자.
긴팔 티셔츠,각 스폰서회사의 영양음료를 비롯한 각종 제공품이 들어있다.
아디다스 행사장 입구.
사전행사로 열리는 3일간의 엑스포기간중에 2일간은 타 회사매장도 같이 들어온다.
아디다스는 이 기간중 1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4/18 결전의 날.
주로에 많은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사전정보로 알고 있지만 내 입맛에 어떨지 몰라서
벨트색에 비상 에너지젤, 일회용 썬크림,똑딱이 카메라,연도 시민들에게 나누어 줄
한국 홍보용 전통 행운 마스코트 20개도 색에 수납한다.
대회날씨:구름,5/19도,풍속 3ms.
대회복장 및 준비물.
아식스 스카이센서화,수마클 민소매티(반팔티 변경)와 배번호,아디다스팬츠,마무트 목수건,
나이키 종아리밴드,대회제공 소지품 수납봉투,허리색,핸폰암밴드(소지안함),양모양말,
오클리썬그래스,삼성카메라,타이맥스시계,아식스 기능성장갑,아크테릭스모자.
오늘 한국참가자는 에스앤비 50명+가족10명,오픈케어 37+가족 10명,개별 참가자 20여명이다.
내가 속한 에스앤비에는 강원도청소속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단 4명과 고수 정석근님을 포함,
수사마 선수 2명,수원샛별 선수1+가족1명에 수마클 나+마눌이 포함되었다.
아침 7시에 호텔에서 간편 식사후 에스앤비에서 별도로 마련한 찰밥 도시락을
출발 2시간 전인 9시에 1/2만 먹는다.
야외 소풍 나온듯.
출발전 그룹별 휴식과 복장준비,볼일을 볼 수있는 간이 화장실 구역.
각종 빵,과일,음료수,에너지 식품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동시에 각 관련기업 간의 치열한 홍보와 마케팅을 위한 각축장이기도 하다.
짬새에 누워서 자는 사람,일광욕하는 사람,볼일 보는 사람,대회 사진사,경찰,사복 순찰자,
먹고 마시는 사람,스트레칭하는 사람등등,전세계에서 몰려 온 인간군상들의 전시장같다.
그 옛날부터 중국과 대적하기 위해서 공동전선을 형성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유대가 깊었던
돌궐족(투르크족)의 후예 터키 참가자와도 한컷.
망원경과 총기로 완전무장하고 건물 위에서 감시중인 경찰의 모습이 삼엄하다.
3년전 117회 보스톤마라톤에서의 폭탄테러로 4명이 사망하고 176명이
다쳤던 사건의 여파다.
낮익은 브랜드의 업체에서 설치한 천막야전병원.
간이 화장실마다 서서 기다리는 우리와 달리 긴 한줄로 기다리다 순서대로 이용.
참가자들이 입고 온 옷들은 이렇게 현장에서 바로 기부되어 자선단체에 보내진다.
니의 출발그룹인 웨이브4로 입장.
마지막 출발대기선인 코랄2로 이동한다.
00~10k 구간/1:00:13
드디어 11시15분에 스타트.
2011년 폭탄테러사건 이후 "Boston Strong"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한국교포가
티셔츠로 제작하여 팔면서 대박 쳤다는 후일담이~
어쩐지 경찰과는 컨셉이 일치하지 않을 것 같은 살인미소의 아자씨.
출발선에서 부터 바로 주민들의 응원전이 시작된다.
동네사람들은 다 몰려나온듯한 분위기.
120년 전통의 대회도 부럽지만 주민들이 만들어 내는 호응과 열정이 대단하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도 많이 참가했을텐데 통계수치가 나와 있지않다.
미주평통 센디에고지부 소속의 여성 참가자.
5.5k구간까지 내리막이 이어진다.
지형과 날씨가 6분/k 페이스를 달리는데 최적이지만 오늘은 보스톤의 분위기를
만끽하기 위해서 최대한 늦추어 달려야 한다.언제나 처럼 잘 지켜지지는 않지만.
세계 모든곳에서 선별되어 온 사람들이기에 거의 모두가 나를 앞질러 지나간다.
질주본능의 하체을 단단히 붙들어 매어야 하는 순간이다.
20대로 보이는 중국의 젊은 주자들.이들이 중국의 미래다.
아직은 시작지점이라 손에 간식들이 들려져 있지않다.
응원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주자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
각 연령대별 주자들 중에서 상위자는 등에 연령대 표시가 별도로 붙어있다.
80대 상위주자의 역주.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결국 나를 치고 나간다.
보스톤대회는 역대로 날씨가 춥거나 비오거나 아니면 너무 더워서 종 잡을 수가 없이
변덕스럽다.이번 대회는 그중 가장 쾌적한 날씨라고 한다.
많은 인파와 응원열기로 감각이 무뎌지면서 언제인지도 모르게 10k지점을 통과하였다.
10~15k 구간/0:30:50
목표 구간속도 35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 늘어났다.
대회를 충분히 즐기면서 달리자는 마음으로 목표시간을 널널하게 잡았지만
오기 전 4주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한 근육피로가 아직 남아있고 시차에 대한
극복도 충분치 않아서 인지 몸이 많이 무겁다.이번 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면
몸을 낮추고 더욱 겸손하게 나를 대할 필요성이 가중된다.
노익장의 역주.
위트있는 패션,달리는 뒷 근육에서 느껴지는 여유에서 고수의 풍모가 느껴진다.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
70년대 엘비스 프레스리급의 가창력을 뽐내는 옥외 리사이틀.
앞에는 친구들인듯~
20k 지점, Natick의 센트럴 스트리트 주민들.이런 야단법석 난리 부르스가 없다.
15~20k구간/0:33:59
급수대의 자봉 연령대도 노소구분이 없다.
제발 자기 것을 먹어 달라고 애원하는듯한 간절한 눈빛과 고사리 손이 애처롭기 까지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