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스런 갑판장은 강구막회에서 일을 하고 부터는 다들 성묘를 가는 한식(寒食)에는 집에 콕 박혀 있고,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을 챙긴다는 어린이날에 성묘를 다녀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남들 다 하는데로 쫓아 하다보면 오가는 길의 극심한 도로정체와 목적지에서의 주차전쟁으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도 정작 성묘는 인파에 밀려 대충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남들과 엇박자로 다니는 게 편하고 실속이 있습니다. 한식날에는 큰아들네가 성묘를 오고, 한달 후인 어린이날엔 둘째네가 또 성묘를 오니 선친께서도 반가우실 게고 홀로 계신 어머니께서도 한 번이라도 더 나들이를 하실 수 있으니 예법에는 좀 어긋나더라도 이러는 편이 낫다는 의견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어린이날에 성묘를 다녀오지를 못했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연휴라 어머니를 모시고 포항으로 가족여행을 겸한 출장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6월초의 황금연휴중 하루를 내어 어머니와 단 둘이 오붓하게 선친께 다녀올 작정을 했습니다. 둘째아들의 뜬금없는 연락에 독거노인이신 어머니께서는 몹시 기뻐하셨습니다. 지난 번 포항여행 때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동네만 지키고 있으면 다른 노인네들 보기 좀 그렇다.'라고 하셨었습니다.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도로사정이 좋습니다. 어머니댁에서 철원까지는 100km가 조금 넘습니다. 가는 도중에 시장기가 돌아 우선 민생고부터 해결을 해야겠습니다. 마침 내촌을 지나는 즈음이라 포천에 있는 욕쟁이할머니집이 떠올랐습니다. 이 집을 가봤던 적이 있는지 없는지 헷갈릴 정도로 까마득한 시절에나 한 두어 번 가봤지 싶은 갑판장에게는 케케묵은 골동스런 밥집입니다.
오래 된 내력 만큼이나 숱하게 매스컴을 탄 음식점이라 그간 손을 탓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욕쟁이할머니의 뚝심을 믿기로 했습니다.
시래기정식이니 당연히 시래기지짐이 나오고 비지찌개와 청국장찌개도 나옵니다. 그 외에는 시골집스런 토속적인 반찬이 한 상 차려집니다. 시래기정식만 주문해도 충분하지만 대개는 추가메뉴인 두부류나 숯불고기중 하나를 추가로 주문합니다. 갑판장도 시래기정식(6천원) 2인분에 숯불고기(8천원)를 한 접시 추가했습니다. (가격은 2014년 6월 8일 기준)
윗사진이 이 밥집을 잘 설명하지 싶습니다. 반찬을 거의 남기지 않고 깨끗히 먹었습니다. 원래 담아낸 양도 많지 않았지만 하나 하나가 헛으러 낸 게 아니라 진짜로 먹으라고 차려낸 반찬이라 갑판장의 입맛에 잘 맞으니 남길 이유가 없습니다. 혹시라도 부족한 것은 더 달라 요구하면 잘 갖다 주는 편인데 워낙에 붐비는 집이라 실수를 할 때도 있겠습니다.
밥을 밥통째 내주는데 넉넉하여 대부분의 손님들이 밥을 많이 남깁니다. 밥통에 담긴 밥이라 깨끗은 하겠지만 그래도 뚜껑 없이 상 위에 놓였던 남은 밥을 어찌 처리할지가 궁금합니다. 숭늉으로만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지 싶습니다.
어머니께선 밥을 넉넉하게 주니 셋이서 시래기정식을 2인분만 주문하고 그 대신 추가메뉴를 더 주문하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손님들이 많았는지 식당측에서 인원수대로 시래기정식을 주문 받아 원천봉쇄를 하고 있습니다, 외식업을 하는 갑판장의 입장에서도 그 게 맞지 싶습니다. 외식업은 도소매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입니다. 즉, 물건(음식)에 마진을 붙여 파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용역(서비스)을 제공하고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아 사업을 영유합니다. 그런데 가끔 산술적인 식재료의 원가를 들먹이며 싸네, 비싸네를 논하는 손님들이 계십니다. 하긴 뭐 정부에서 나서서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생두의 원가가 얼마네 하고 공표를 하여 마치 카페 사장들을 폭리를 취하는 악덕상인으로 낙인을 찍기도 하니 말을 더 해 무엇하겠습니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만 한다죠.
에구구...도데체 무슨 말을 하자는 것인지...암튼 욕쟁이할머니집을 나와서도 어머니와 갑판장의 외식업에 대한 난상토론이 한동안 계속 되었다는 소문입니다. 암튼 갑판장이라도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지 말고 야금야금 황금알을 받아 먹어야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점이 늘 꾸준하고 변함없이 오래도록 번창하는 것이 나한테도 고마운 일이니까요.
<늘 甲이고픈, 그래서 갑판人>
& 덧붙이는 미담 : '따가닥 따가닥...' 맑은 공기를 실컷 들이키고자 차창을 열었더니 미세하지만 규칙적인 소음이 들립니다. 귀를 쫑긋 세우니 운전석 뒷바퀴쪽 같습니다. 차를 세우고 살펴보기를 수 차례 반복하여 드디어 타이어에 나사못이 박힌 것을 확인했습니다. 나사못이 박힌 것이라 당장에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찜찜하니 빨리 해결을 해야겠는데 일요일이라 영업중인 카센타가 드물었습니다. 한참을 더 달려 포천에서 서울방향으로 가던 중 '타이어테크 진접1호점'에서 타이어 펑크를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업소에서는 타이어 펑크 수리에 대한 공임을 안 받겠다는 겁니다. 갑판장의 차 뿐만이 아니라 다른 차들도 펑크수리는 무료로 서비스하는 눈치였습니다. 요즘 세상이 이런 타이어숍이 있다니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이런 일은 널리 알리고 칭찬을 해야 합니다.
타이어 펑크 수리를 무료로 해주는 타이어숍
부디 흥해랏!
첫댓글 효도하고 오셨군요.
엊그제 올려주신 두부백숙 먹었는데
공장제 두부였음에도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내공은 어투로 쌓이는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우물물에 버들잎(민트면 더 좋고)만 띄워도 이미 훌륭한 요리인데 자꾸 뭘 더 하려는 것은 괜한 욕심이지..
고모리 저수지 근처에 있는 집 아님감 항상 사람 많턴데...
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