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甲骨文)에 나타난 해(海)는 물을 뜻하는 수(水)와 매(每)가 결합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매(每)는 고대 씨족사회에서 최고령으로 자손을 가장 많이 낳아 기른 여성을 의미하는 글자였다.
물(水)과의 결합은 육지의 모든 강(江)과 하천(河川)이 흘러 들어가는 해(海)를 이러한 여성의 존재에 비유하고자 한 것이었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해(海)를 '하늘만큼 큰 연못으로 백천(百川)을 받아들이는 곳[海, 天池也, 以納百川者]'으로 해석하였고, 회남자(淮南子)에서도 '백천(百川)이 수원(水源)은 달라도 모두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百川異源, 而皆歸於海]'라고 하였다.
고대 중국인들은 육지를 네모난 것으로 여기고 바다(海)는 그 끝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육지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를 사해(四海)라 하였으며, 바다 끝은 천애(天涯)의 낭떠러지로 해각(海角)이라 하였다.
바다 안에 있는 육지를 해내(海內)라 하여 중국(中國)을 가리켰고 바다 바깥 해외(海外)는 중국과는 다른 세계였다.
그리하여 해외(海外)로부터 중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을 해관(海關)이라 하여 세관(稅關)을 의미한다.
해(海)는 바다와 같이 크고 넓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바다와 같은 포용력을 지녀 사람의 도량이 큰 것을 해함(海涵), 바다와 같은 넓은 아량으로 용서하는 것을 해서(海恕) 또는 해용(海容), 바다와 같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는 것을 해량(海諒), 또 사람이 많은 것을 바다에 비유하여 인해(人海), 주량(酒量)이 많은 것을 과장하여 해량(海量)이라 한다.
해저노월(海底撈月)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에서 달 건지기. 불가능한 일로 헛수고만 한다는 뜻이다.
백천(百川)이 바다로 흘러들어 대해를 이루듯, 백 사람이 모여 바다와 같은 큰 용기와 넓은 지혜면 바다 속 달이 아니라 하늘에 걸린 달인들 못 따올까.
우리가 진정 건지려고 하는 것은 달만은 아니기에.
김영기.동서대 외국어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