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마태 13, 44-45
오늘은 성 이냐시오의 축일입니다.
그는 원래 스페인의 귀족 출신으로, 로욜라에 있던 성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싸움이나 노름, 연애에 일가견이 있었으며
기사 교육을 받은 뒤 나라 재상의 부하가 되었고 군인으로써 용맹을 떨쳤습니다.
그러던 중 팜플로나 전투에서 프랑스 군대와 싸우다 포탄에 다리를 맞아
다시는 군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후송되어 치료를 받는 동안, 그는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기사들의 사랑을 다룬
소설을 읽고 싶었지만, 마땅한 책이 없어 그리스도의 생애와 성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읽게 됩니다. 그리고 이 책들을 통해 그는,
“나도 성인들처럼 회개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를 느꼈습니다.
결국 그는 성지 순례를 떠나고 동굴 속에서 여러 시간 자신의 죄에 대해 성찰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새로운 삶에 대한 의혹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하느님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얻고 싶었지만,
돌아온 것은 의기소침한 마음과 우울증 뿐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다음과 같이 소리치곤 했다고 전해집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어떤 사람에게서도 어떤 피조물에게서도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어떤 종류이든 약간의 도움이라도 희망할 수 있다면
어떤 수고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어디서 제가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려주십시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면 개 뒤를 쫒아가는 일이라도 기꺼이 하겠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는 하느님과 화해했다는 특별한 확신을 얻게 되었으며,
자기 죄를 쉴 새 없이 고백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자비에 몸을 맡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게 됩니다.
그는 아기 예수님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환시를 보았고,
“로마에서 너에게 호의를 보여주겠다”라는 예수님의 계시를 받고 교황으로부터
“예수의 동반자” 수도회, 즉 “예수회”의 인가를 받아 이를 설립하게 됩니다.
이냐시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기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당신의 동료를 우리 가운데서 개별적으로 찾고 계신다”.
즉,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만이 우리의 전부를 차지하는 그런 사람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에 비길 수 있다.
그 보물을 찾아낸 사람은 그것을 다시 묻어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
있는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고 하십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이 귀중하게 여겼던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여야 더욱 값진 보화를 정당하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느님을 위하여 삶의 목표나 야망에 집착하는 생활 태도를 포기했으며
지난 죄를 꾸준히 성찰했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의 모든 직위, 명예를 기쁜 마음으로
모두 포기하고 더욱 값진 보화를 얻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찾아야 하고 가져야 할 값진 보화란 무엇이겠습니까?
무엇이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줍니까?
그것은 바로 하느님 사랑, 즉 그리스도의 은총입니다.
그리고 이를 취득하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은 바로 온전한 나 자신,
나의 이기심 혹은 자존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평범한 생활 속에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기쁨을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소중하고 귀한 것에는 희생과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Ad Majorem Dei Gloriam)’
오늘 기념하는, 이냐시오 성인이 설립한 예수회의 삶의 목표입니다.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며,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하여 나의 욕심, 미움을 팔아 넘기고
더 큰 보화를 얻을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길 청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냐시오의 기도를 읽어 드리며 오늘의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주여, 거두어 받아주소서.
나의 모든 자유와 나의 기억과
나의 지성과 나의 모든 의지를
내게 있는 것과 소유한 모든 것을.
당신이 그것을 내게 주셨으니
주여, 당신께 그것을 되돌려 드리나이다.
모든 것은 당신의 것, 오로지 당신 뜻대로
그것들을 처리하소서.
내게 당신 사랑과 은총을 주소서.
그로써 나는 족하리이다. 아멘.
서울대교구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