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26
레이스 출발시간이 오늘 밤 11시50분이지만 우리는 오전 11시까지 숙소를 비워주어야 한다. 경기 시작 전 쉴 곳도, 다음 숙소 체크인 시간인 내일 오후 4시까지 짐을 맡아줄 곳도 없다. 무거운 여행 가방을 들고 뛸 수도 없고 대략난감이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며칠 전부터 다음 숙소 호스트 Nathalie에게 짐을 미리 받아달라고 부탁했었는데 관리인인 Andy와 직접 통화해 보라며 나탈리에로부터 앤디의 연락처를 받은 것이다. 앤디는 흔쾌히 수락해 주었고 내 짐뿐만 아니라 종두의 짐까지 얹어서 맡길 수 있었다. 물론 앤디에게 현금 20유로를 찔러주긴 했지만...
짐 문제는 해결했으니 다음은 대회 시작 전 쉴 곳을 찾는 일이다. 이 문제는 종두가 해결해 주었다. 종두와 같은 숙소에 묵기로한 미국 국적의 한국인 리처드가 자기 방을 것 빌려 주기로 한 것이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푹 쉴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리처드는 우리가 쉬는데 방해가 될까봐 방에 들어오지 않고 본인과 같이 묵고 있는 아들까지 우리가 편히 쉬는 동안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맙고 미안했다.
리처드와 그의 아들 피터에게 일식당에서 저녁을 대접하고 나서 레이스 출발지인 코르마이에우르 Courmayeour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기위해 Maison Nordique를 향했다. 버스는 프랑스 샤모니와 이태리 코르마이에를 연결하는 터널을 지나가는데 이 터널은 UTMB 대회가 끝나는 9월초면 폐쇄되었다가 내년에 다시 개통한다고 한다.
9시쯤 셔틀버스에서 내리니 큰 체육관 같은 건물이 보였다. 들어가보니 많은 선수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쉬고 있었다. 우리도 그 곳 한켠에 자리잡고 한 시간 넘게 쉬다가 출발선 쪽으로 걸어갔다. 갈아입을 옷과 신발, 먹을 것들로 가득찬 드롭백을 맡기고 드디어 출발선 쪽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 근처 피자집에 급히 들어가 일을 보았는데 설사가 아닌가? 오늘 점심 유명하다는 햄버거 집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상한 냄새와 이상한 맛이 나는데도 억지로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올해 TDS에 참가한 한국인은 모두 네 명이다. 나와 종두, 영표 그리고 체릉. 영표와 체릉은 출발선 앞쪽에 섰고 나와 종두는 중간 쯤 섰다. 다들 이 대회를 위해 열심히 훈련하였기에 전원 무사 완주할 것을 믿는다. 드디어 출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약 2천명 참가선수들이 만드는 커다란 물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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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S 대회는 "following the footprint of the Duke Savoie" 즉, 사보이 공작이 개척한 코스를 따라가는 트레일런 대회이다. 총 거리 148km, 총상승고도 9300m로 UTMB 100마일 경기로 분류된다. 동일한 100마일 카테고리에 속하는 UTMB World Series 175km, 9900m보다 거리와 상승고도가 약간 낮지만 난이도는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완주율도 약 10% 더 떨어진다. 더우기 2021년 대회에서 한 선수가 실족하여 낭떠러지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더욱 악명 높은 코스로 위용을 떨쳤다.
첫댓글 멋진 사진 멋진 추억 !
영영 못잊을 그산길 !
와 생생한 후기 기다렸습니다!
대회 설명을 자세히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두근두근 설렘과 기대가 한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