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운데는 삼악산, 앞은 안마산, 대룡산 정상에서
하늘은 이불, 땅은 요, 산은 베개 天衾地席山爲枕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바다는 술독 月燭雲屛海作樽
크게 취하여 거연히 일어나 춤추며 大醉居然仍起舞
나의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리는 것 싫어라 却嫌長袖掛崑崙
――― 진묵일옥(震黙一玉, 1562~1633),「詩偈(노래)」
▶ 산행일시 : 2016년 2월 6일(토), 맑음, 추운 날
▶ 산행인원 : 11명
▶ 산행시간 : 7시간 13분
▶ 산행거리 : 도상 10.9km
▶ 교 통 편 : 상봉역~춘천역 간 전철 이용, 들머리와 날머리는 춘천역 앞 음식점
‘대가(大佳)’(남춘천역 구 ‘우의정’이 이전) 봉고차 이용
▶ 구간별 시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57 - 상봉역
08 : 22 - 남춘천역
08 : 47 - 춘천시 동내면 고은리(古隱里) 너부레길 고은농원 앞, 산행시작
09 : 13 - 410m 고지, 첫 휴식
09 : 32 - 산삼재배 연구단지
10 : 08 ~ 10 : 27 - 군사도로, 공군부대 앞, 휴식
10 : 55 - 녹두봉(889m)
11 : 26 ~ 12 : 08 - 점심
12 : 40 - 성동천 상류, 빙하 도하
13 : 14 - 임도
13 : 40 - 대룡산 동릉 주릉마루
14 : 11 - 776m봉
14 : 50 - 헬기장(899m)
14 : 55 - 대룡산(大龍山, △899.3m)
16 : 00 - 고은리 주차장, 산행종료
1. 대룡산 정상에서
2. 오른쪽 멀리는 연엽산, 그 왼쪽 뒤는 구절산, 녹두봉에서
▶ 녹두봉(889m)
명절 설날이 낼 모래여서인지 상봉역 경춘선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한산하다. 우리가 거의
열차 한 량을 차지하고서 가로눕다 모로 눕다 졸며 졸며 간다. 이때다 하고 스틸영 님이 스틸
(still, 광고사진)로 쓰일 만한 조는 이들의 사진을 여러 장 남겼다. 김유정역을 지날 때면
(지금은 이곳 역장님인) 솔개 님과 그와 함께 한 산행이 생각난다. 남춘천역에 ‘대가’ 사장님
이 봉고차를 몰고 미리 나오셨다.
대룡산 서쪽 자락 고은리로 간다. 너부레길 고은농원 안내판이 있는 너른 공터가 들머리다.
바로 앞 개축사의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러워서도 서둔다. 꽤 추운 날이다. 입김이 눈앞을 가린
다. 낙엽송 숲 속 임도 따라간다. 철조망 문이 나온다. 굳게 잠겼다. 사유지라며 출입하지 못
하도록 맹견을 풀어놓았다고 경고문을 써서 붙였다.
분명한 선답의 자취를 쫓아 철조망 문 왼쪽 옆을 돌고 가시철조망 넘어 임도를 계속 간다.
임도가 산자락에서 미적거리자 우리는 너덜 골짜기 지나 낙엽송 숲 층층계단 밭을 오른다.
사면 쓸어 엷은 지능선을 추려낸다. 대룡산 서쪽의 느슨한 자락에 이런 데가 있는가 싶게 가
파르다. 한 피치 길게 올라 가파름이 잠시 수그러든 틈을 타서 입산주 탁주 나눈다.
마네킹이 가시철조망을 지키고 있다. 혼자 오거나 밤에는 깜짝 놀라겠다. 무덤을 지난다.
대간거사 님이 망자에게 신가이버 님은 오늘 산행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다고 고하
자, 무불 님이 이런 무덤이 신가이버 님과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좋은) 질문한다.
신가이버 님은 지관용 나침반을 가지고 다니는데 대한민국 묏자리에 관심이 많지 않겠느냐
(?)고 일러준다.
이 산중 소나무 숲속에 오두막집 한 채가 나오고 그 앞에 “환영, 산삼재배 연구단지”라고 쓴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금줄을 넘어온 전과가 있는 터라 숨소리 발소리 죽이고 지나거나 혹
은 멀찍이 돌아간다. 하늘 가리게 울창한 낙엽송 숲 속 완만한 오르막이다. 대룡산 서쪽의 넙
데데한 사면에는 이런 볼만한 낙엽송이나 잣나무, 소나무 숲이 많다.
수리봉 4.7km를 오는 길과 만나고 바로 위가 대룡산 정상 2.1km 남은 군사도로다. 금줄에서
일시 해방된다. 공군부대 갈림길 앞 갓길에서 오래 휴식한다. 어묵 끓여 한속 덥인다. 녹두봉
가는 길이 예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 공군부대 정문 앞에서 오른쪽 가파른 사면을 내
렸다가 철조망 가까이 다가가 철조망을 따라 돌아야 한다.
덤불숲에 버려진 녹슨 가시철조망 넘고 오폐수가 흐르는 너덜 골짜기를 지난다. 원형가시철
조망 넘고 넘는 것이 아주 고역이다. 철조망 돌고 돌아 억센 잡목 헤치고 머리 내밀면 암봉인
녹두봉 정상이다. 일망무제. 대룡산 우익의 최고 경점이다. 매봉 연엽산 넘어 구절산으로 이
어지는 영춘기맥이 언제보아도 장쾌하다.
3. 삼악산, 춘천 가는 전철에서
4. 멀리는 삼악산, 고은농원 들머리에서
5. 낙엽송 숲 오름길
6. 낙엽송 숲 오름길
7. 낙엽송 숲 오름길
8. 낙엽송 숲 오름길
9. 멀리는 가리산, 녹두봉에서
▶ 성동천 상류, 776m봉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자 대룡산을 온 이유가 여기다. 녹두봉 아래 성동천으로 뚝 떨어져
내렸다가 대룡산 동릉 주릉을 오르는 것이다. 우선 녹두봉을 잡목 숲 헤치며 남쪽으로 약간
벗어났다가 여러 산행 표지기들이 안내하는 암릉 협곡을 내린다. 가파른 너덜길이다.
작년 가을에 그 뚜렷하던 발자국계단은 낙엽과 흙먼지에 덮였다. 낙석 경계하며 살금살금
내린다.
암벽 밑 희미한 인적 쫓아 트래버스 하여 주릉에 든다. 바윗길 여진이 잦아들고 Y자 능선 갈
림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은 매봉, 연엽산으로 가는 영춘기맥 주릉이다. 멧돼지들이
산릉을 어지럽게 갈아엎어 놓았다. 뒤돌아보면 녹두봉 동벽이 아름다운 펑퍼짐한 데 나오고
때 이른 점심자리 편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이 일찍 끝나게 될 것 같아서다. 산중 라면이 맛
나는 추운 날씨다.
지능선은 북동진 하는 대호(大弧) 그리며 뚝뚝 떨어진다. 골짜기를 지나는 임도는 절개지가
깊은 절벽일 것이라 짐작하여 미리 생사면을 누벼 내렸다가 임도로 끊긴 그 마루금을 잡아
골로 간다. 이윽고 성동천 상류다. 계류는 대빙하로 변했다. 빙하 건너 사면에 붙는다. 양지
쪽 오를 때는 봄날이다. 겉옷과 귀 덮개 벗는다.
거목의 노송들이 몰살한 558m봉은 나뭇가지가 헝클어져 직등하지 못하고 왼쪽 사면으로 돌
아 오른다. 울창한 잣나무 숲이 나온다. 이래서는 암만 사면 누벼보아도 빈눈 빈손일 뿐이다.
154kv 송전탑을 지나고 곧 산허리 도는 임도다. 임도 절개지는 높은 절벽이다. 절개지 왼쪽
가장자리로 선답의 흔적을 찾아내어 기어오른다.
긴 한 피치 오르면 작년 겨울에 지났던 대룡산 동릉 주릉이다. 스틸영 님이 여러 사람 잡는
다. 스틸영 님이 더덕을 찾아낸 것이 그러하다. 땅이 마치 콘크리트 친 것처럼 꽁꽁 얼었다.
파헤치는 호미 끝에 불꽃이 튄다. 더덕을 조각한다. 향기까지 얼었다. 두 수. 그뿐이다. 어쩌
면 다행이다. 눈에 또 보일까봐 겁난다. 그만 눈 거둔다.
잣나무 숲 지나고 776m봉에 다가간다. 암릉 비켜 왼쪽 사면을 돌아 바위 슬랩을 기어오르고
전망바위에 들려 가쁜 숨 돌린다. 다시 왼쪽 사면을 트래버스 하여 776m봉 서릉으로 갈아탄
다. 776m봉. 암봉이다. 녹두봉이 대룡산 우익의 최고 경점이고, 776m봉은 대룡산 좌익의 최
고 경점이다. 가스가 끼었지만 홍천 공작산까지 짚어낸다.
10. 앞 왼쪽 암봉이 776m봉, 대룡산 경점 중 하나다
11. 앞 능선이 연엽산으로 가는 대룡산 주릉
12. 연엽산, 그 왼쪽 뒤는 구절산
13. 앞 능선이 연엽산으로 가는 대룡산 주릉
14. 녹두봉 내림 길 협곡
15. 성동천 상류 빙하
16. 멀리가 녹두봉
17. 녹두봉
18. 대룡산 동릉 주릉 오르기 전 임도
19. 가리산. 대룡산 동릉 776m봉에서
20. 멀리 가운데는 구절산
▶ 대룡산(大龍山, △899.3m)
776m봉이 이름 갖지 않은 게 아쉽다. 776m봉 바윗길 내리고 송전탑 지나면 대룡산 정상까
지 줄곧 오르막이다. 겨울 가뭄이 무척 심하다. 등로에는 흙먼지가 풀풀 인다. 멀찌감치 떨어
져 안전거리 유지하며 간다. 다른 산행 때에는 안전거리 유지가 앞사람이 헤치고 젖힌 잡목
에 얻어맞는 것에 대한 염려인데 오늘의 안전거리 유지는 앞사람의 발걸음에 이는 흙먼지가
닿지 않는 거리다. 그래도 목이 칼칼하다.
대룡산을 세 피치로 오른다. 첫째 피치와 둘째 피치는 상당히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899m은 가리산 쪽 조망이 훤히 트이는 헬기장이다. 헬기장 아래 오른쪽으로 명봉 가는 갈림
길 지나고 잘 난 길 200m 더 가면 대룡산 정상이다. 오늘은 데크전망대에 전망이 트인다. 몽
가북계 오른쪽 끝으로 화악산과 응봉이 흐릿하다.
하산. 고은리 주차장으로 주등로 따라 내리기로 한다. 우리의 성미에 생사면 오지를 만들어
가련만 낙엽 헤쳐 흙먼지 뒤집어 쓸 일을 생각하면 만정이 다 떨어진다. 대로에서도 안전거
리 유지한다. 파장이다. 줄달음한다. 이 길의 작년 겨울, 산에는 눈이 오던 날 자욱한 안개 속
신비롭던 풍경이 간곳없다. 너른 낙엽송 숲 지나고 흑림인 잣나무 숲을 지난다.
그저 내리막길이다. 임도와 만나고 가파름은 푹 꺾였다. 계류를 무지개다리로 건너고 주차장
이다. 모처럼 주차장 입구에 마련된 먼지떨이 기계 덕 톡톡히 본다.
(부기) 외국여행 중 뜻밖의 차량사고를 당해 치료하느라 오랫동안 집에서 칩거하던 영희언
니가 오늘 오지산행에 나왔다. 난이도 면에서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예전 준족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간 우리 오지산행이 잊었던 활기를 되찾은 것 같다.
21. 멀리 오른쪽이 연엽산
22. 연엽산으로 이어지는 대룡산 주릉
24. 오른쪽이 연엽산
25. 오른쪽이 연엽산
26. 대룡산 북동릉
28. 삼악산, 앞은 안마산
29. 멀리 가운데는 화악산
29-1. 대룡산 정상에서 동남쪽 조망
30. 멀리 희미한 산은 공작산
31. 하산, 고은리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