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단지' 판교밸리자이 아파트 당첨자 64% 4050 분양가 2억 높았던 오피스텔 2030 당첨자가 40% 넘어 세대간 청약 갈등 더 커져
[서울경제]
올해 초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서 선보인 ‘판교밸리자이’는 같은 단지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순차적으로 분양했다. 전용 84㎡ 기준으로 분양가를 보면 아파트는 7억 7,000만∼8억 5,600만 원, 오피스텔은 2억 원가량이 더 비싼 9억 3,500만∼10억 7,300만 원이었다. 아파트의 경우 ‘로또’ 단지로 1순위에서 평균 64.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오피스텔도 비싼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6만 5,500여 명이 신청했다.
판교밸리자이의 당첨자를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나눠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아파트는 40대와 50대가 상당수를 차지했고 오피스텔은 거꾸로 30대가 가장 많았다. 가점이 낮은 30대가 분양가가 비싼 오피스텔로 대거 몰리고 있는 것이 통계로 나온 것이다.
◇아파트는 40대, 오피스텔은 30대=30일 서울경제가 GS건설로부터 입수한 해당 단지의 연령대별 당첨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총 350가구 규모의 성남 판교밸리자이 1·2·3단지 아파트 당첨자 가운데 36.6%(128명)는 40대였다. 50대가 27.7%(97명)로 그 뒤를 이었다. 당첨자 가운데 64.3%가량인 225명이 이른바 4050세대인 셈이다. 반면 30대는 25.4%(89명)를 차지하는 데 그쳤고 20대 당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해당 단지 전용 84㎡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최고 8억 5,600만 원이다. 지난 2019년 인근에 입주한 ‘호반써밋판교밸리’ 전용 84㎡가 지난달 13억 5,000만 원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시세 차익만 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시세 차익에 힘입어 당첨 가점 또한 상당히 높았다. 해당 아파트 3개 단지를 통틀어 가점 커트라인이 64점을 기록했다.
몇 안 되는 아파트 30대 당첨자 또한 1순위 청약을 통해 행운을 얻은 케이스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4인 가족 기준 만 39세 세대주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청약 가점은 57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30대 당첨자 대부분이 신혼부부·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을 통해 당첨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분양한 같은 단지 오피스텔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오피스텔 전체 분양 물량 282실 가운데 30대 당첨자는 34.0%(96명)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40대(27.7%), 50대(16.3%)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아파트에서는 20대 당첨자가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오피스텔에서는 24명으로 전체 비중의 8.5%를 차지했다.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에서 30대 당첨자가 더 많았던 것은 오피스텔의 경우 전 물량을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세대 간 청약 갈등 더 커진다=강남권 로또 단지로 주목받은 서초 ‘원베일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에 2030세대 1만 7,000여 명이 지원했지만 당첨자는 단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지는 분양 가격이 9억 원이 넘어 특별공급도 없었다. 224가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0가구(58%)를 40대가 가져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3040세대와 청년층 등의 아파트 청약 당첨 기회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점제 위주 청약 제도에서는 주택 실수요자인 이들 계층의 당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추첨제 등의 물량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추첨제 물량을 늘릴 경우 4050세대의 반발이 뻔하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청약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무주택 실수요자를 배려한다며 특정 계층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여당이 청년층에 유리하게 제도를 바꾸면 또 청약 갈등은 불거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