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대인회의 大人會議.
부족장 회의.
추운 겨울이 끝날 때쯤, 입춘 立春 전후 前後로 흉노인 들은 부족장 회의와 대인 회의를 개최한다.
부족장 회의에서는 먼저, 부족 서로 간의 새해 인사 겸, 유목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을 의론한다.
가령, '늑대무리가 어디쯤 몇 마리가 눈에 띄고, 새끼를 거느린 눈표범(雪豹 설표) 가족은 어느 벼랑 위에
자주 나타나며, 어느 곳 샘물의 용출수 湧出水가 줄어들고 있다'는 식으로 지역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부족 별로 방목지 放牧地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 조율 事前 調律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십 부장들과 백 부장이 주도하는 부족 회의를 마치면, 열흘 후에는 소왕이 주도 主導하는
천부장 회의가 개최된다.
천 부장 회의는 중요한 사안 事案들이 거론된다.
부족장 회의가 생활적인 작은 요소들을 지역의 정보 교환식으로 의론한다면,
천부장 회의는 정치적인 성향을 띄기 시작한다.
어느 소왕의 정책을 지지하고 말 것인지, 초원의 미래를 내다보는 회의를 진지하게 한다.
천부장 회의가 끝나면, 그 회의에서 토론된 의견이나 결론을 정리하여, 소왕은 자신의 소속
천부장 2명과 새로이 임명된 천부장을 대동 帶同하여 드디어, 대인 회의에 참석한다.
이러한 제도를 다시 재고 再考해 보면,
하층 下層에서 생활하는 민초 民草들의 고충 苦衷이나 그들이 바라는 의견을 적극 반영시키는
하의상달 下意上達이 체계적 體系的으로 갖추어진 아주 이상적인 민주적 民主的인 절차 형태다.
옛 조선의 건국이념 즉, '홍익인간 弘益人間 재세이화 在世理化',
“널리 인간을 이롭게하고, 순조로운 세상의 이치로 조합롭게 하라.”
라는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을 이어받은 제도였다.
이러한 '건국이념'은 태양계 太陽系가 형성되고, 지구 地球상 곳곳에 수많은 나라들이 세워지고
또, 사라졌지만
이러한 철학적 哲學的인 사상 思想을 내포 內包한 건국이념은
오직, 단군조선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나라를 세우고, 그들이 표방 標榜하는 건국이념은 대동소이 大同小異하다.
전 체제 前 體制의 부당성 不當性과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우는 논리 論理로 일이관지 一以貫之하고 있을 뿐이다.
정권 政權을 잡은 자신과 자기를 따르는 무리들을 옹호 擁護하고,
변호 辯護하는 치졸 稚拙한 말장난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반하여 황제나 왕이 전권 全權을 행사하는 전제주의 專制主義 체제는 하의상달은 대부분 무시당하고,
상의하달 上意下達만 일방적으로 강요 强要하고 있다.
법 法을 중시 重視 여기는 관자 管子, 한비자 韓非子 등의 법가 法家의 이론 理論이
대표적인 국가 운영 國家 運營 체계다.
일정한 틀을 만들어 놓고서는 백성들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배 통제 支配 統制
관리하는 일방통행 一方通行적이며 억압 抑壓적인 제도다.
왕은 백성들을 통제하고 있는 그 관리자들을 계층을 두고 임명하여, 단계별로 관리 지휘하면 된다.
흉노의 대인 회의는 신라의 국가 최고 의결기관 議決機關인 화백회의와 같다.
진골 신분 眞骨 身分 이상이 참석하는 화백회의 제도 和白會議 制度와 같이 참석자 전원이 찬성하여야 만,
의제 議題가 가결 可決 되는 국가 최고 의결기관이다.
화백 和白회의는
처음에는 사로국의 육부 촌장 六部 村長이 모여 국가 대사를 의론하는 회의였으나,
신라 중기부터는 진골 眞骨 신분 이상의 귀족들이 모이는 회의로 참석 구성원 構成員의 성격이 바뀌었다.
그러니 흉노의 만부장 萬夫長 즉, 소왕 小王은 신라의 왕족인 진골 신분과 같은 동격 同格의 신분으로 볼 수 있다.
동행하는 천부장 2명은 초원에 명성이 많이 알려진 지명인사 知名人士나 경륜 經綸이 높은 사람을 대동한다.
그리고 새로 임명된 천부장은 반드시 대동 帶同한다.
새로운 천부장은 선우와 다른 소왕에게 인사차 대동 시키는 것이며, 경륜 經綸이 풍부한 천부장은
소왕 자신의 후광 後光으로 활용한다.
선우가 중앙에 자리하고 좌우로 좌현왕인 선우의 장남과 우현왕 김성형이 자리를 잡고,
다음으로 소왕들이 연륜에 맞추어 좌우로 배치된다.
금성부의 김성형은 김성한의 동생이다. 그러니까 사로국 태자 太子 김알지의 삼촌 三寸이 된다.
호도 선우의 특별 대우로 우현왕 지위를 받았다.
전한 前漢 말기부터, 황하 이남으로 이주하여 생활하던 흉노족을 투후부에서 대우 待遇 관리해 준 것에 대하여
같은 동족의 대표로서 감사하다는 뜻이며,
전한 前漢에 이어 신 新의 왕망이 멸망한 후, 어지러운 난세 亂世 속에서도 그 흉노족의 유민 流民과
산동성 인근 隣近의 많은 동이 東夷 족을 초원까지 무사히 인솔 引率하여온 그 공로 功勞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김성형은 7 대조 代祖 김일제 金日磾 할아버지 이전 以前 조상들이 누리던 우현왕의 지위를 되찾은 것이다.
선우의 뒤쪽에는 선우의 모친과 연지가 자리하고 있으며,
천부장 들은 자신이 소속된 좌, 우현 왕이나 소왕 뒤에 자리하고 있다.
우현왕 김성형(김알지의 삼촌)의 뒤편에는 산동대군 김유와 김청인[가야 김수로(김청예) 왕의 막내 동생]이
자리하고 있다.
걸걸추로 소왕이 오환림, 후막진 천부장을 대동하였고,
우문무특 소왕도 기혁린과 우문청아 천부장을 데리고 자리하고 있다.
새 얼굴인 천부장 일황 하루빈은 인사차 참석하였다.
노령 老齡의 설걸우 소왕을 대리하여, 설태누차 천부장이 하뢰 賀賴 팽이와 걸부황 두 천부장을 대동하였고,
대인회의에 처음 참석하는 막내, 묵황 소왕 이중부는 말단 末端에 앉았다.
묵황야차 소왕 이중부의 천부장은 군사 탁발규, 부 군사 박지형이 뒤쪽에 자리 잡았다.
모두가 젊고 새로운 얼굴들이다.
초원에 싱그러운 푸르른 바람이 일고 있다.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참석자 중,
선우의 모친 母親과 연지 燕支를 제외하면, 우문청아가 유일한 여성 천부장이다.
회의는 선우의 주도 主導로 천지신명 天地神明에게 맑은 정한수 한 그릇을 올려 예배 禮拜한 후,
다 같이 고개 숙여 경건히 읍 揖을 하고,
새로운 천부장을 소개하고 인사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초원의 정세가 자연스럽게 토의 討議되었다.
이번 대인 회의의 주요 안건은 남 흉노가 한 군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타도 打倒하는 것이 주된 쟁점 爭點이었다.
대부분이 남 흉노와 후한군을 상대로 하여 전투를 개시하자는 의견이 우세 優勢하였다.
그러자 이중부의 군사 탁발규가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우리 북 흉노도 후한 後漢에 사신을 보내어 화친 和親을 제의하자”라는 것이었다.
모두가 의아히 여겨 “왜?” 라며, 그 이유를 묻자,
탁발 규는
“그래야지만 한 군에서는 남, 북 흉노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의견이 갈라질 것이고, 그동안 방비가 어느 정도 소홀할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화친하자고 해도 저들은 거부할 것이오.”
“그럴 겁니다. 그러나, 가을까지 그렇게 우호적인 태도로 사태추이 事態推移를 보고, 다시 남벌을 계획하면 되지요”
사신을 보내어 '화친을 하지 않게 된다'하더라도 손해 볼 일은 없으므로,
모두가 탁발규의 의견에 만장일치 滿場一致로 찬성하였다.
북 흉노의 사신 使臣으로 탁발규와 후막진 천부장이 가기로 하였다.
두 사람은 육 년 전, 헨티산맥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얼굴이다.
대인 회의가 끝나고 신년 회식으로 술상을 준비하는 동안 모두 막사 바깥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는데 마침, 몇 기 騎의 기마병이 달려왔다.
검은 큰 칼이 깃발에 그려진 깃대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묵황 소왕 이중부 휘하 호위병들이었다.
다섯 명의 호위병 가운데에서 젊은 아낙네가 꼬마를 데리고 말에서 내리고 있었다.
을지 미앙과 을지 근오다.
이중부는 대경실색 大驚失色한다.
곁에는 우문 무특 소왕과 청아가 지켜보고 있었다.
중부는 처자식을 보고도 아는 체도 제대로 못 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다.
말에서 내린 을지근오가 엉거주춤한 모습의 중부를 발견하고는
“아부지”하며 반갑다는 듯이 크게 외치며 양팔을 벌리고 뒤뚱거리며 뛰어온다.
하는 수 없이, 중부가 주위의 분위기 특히, 우문 소왕과 청아의 눈치를 살피며,
서너 걸음 앞으로 나아가 을지 근오를 두 팔로 안아 들어 올린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우문 무특 소왕의 안면에 순간적으로 황당한 기색 氣色이 스쳐 지나가더니 모로 일그러진다.
당황한 청아도 아버지의 안색을 살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뜻밖의 사태에 우문 청아는 자신의 어수선한 감정 표현은 뒷전이다.
당사자인 자신의 착잡 錯雜한 심경 心境은 일단 접어두고,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아버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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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뿌리깊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