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이 쓰고, 화가가 그린 제주의 꽃 이야기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동시를 통해 아이들과 만나왔던 박희순 작가의 네 번째 동시집이다. 이번에는 제주의 꽃 이야기를 제주어로 지은 동시 그림책을 선보였다. 민화 작가인 신기영 작가가 꽃 그림을 맡았다. 제주는 아름다운 풍광뿐만 아니라 청정의 자연으로 많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왔다. 제주만의 자생종과 특산종도 많고, 생물종 다양성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제주의 꽃은 생물학적인 의미에서만 돋보이는 게 아니다. 제주신화에는 곳곳에서 꽃 이야기가 나온다. 하늘의 서천꽃밭을 지키는 꽃감관 이야기가 있고, 그곳에서 피는 신기한 꽃들도 흥미롭다. 모두를 웃게 하는 웃음웃을꽃, 모두를 다투게 하는 싸움싸울꽃, 모두를 시들게 하는 멸망꽃, 죽은 이도 살려내는 환생꽃 등은 상상의 세계를 뻗어나가게 한다.
이 책에는 스무 가지 꽃 이야기가 나온다. 무심코 지나쳤던 들꽃에서부터 한라산 바위에만 붙어사는 꽃까지, 각각의 꽃에는 저만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그 속에 담긴 조용한 감탄과 경이를 동시로 옮겨놓았다. 꽃의 이야기를 들으며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세상의 다른 존재들과 따뜻하게 어울려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 소멸 위기 언어가 된 제주어를 살려 쓰기 위해 제주어로 동시를 지었고, 표준어 대역을 함께 달아놓았다. 책의 말미에는 꽃말에 얽힌 이야기와 흥미로운 식물 이야기를 실었다.
목차
쏠궤꽃 10|뽀리뱅이 12|천상쿨 14|몽쿠실낭 16|아고게, 야고야 18|봄까치꽃 20|자귀낭 22|바위떡풀 24|백서향 26|행복 쿨 자운영 28|한라산 돌매화 30|순비기 32|속 34|개나리 36|매발콥고장 38|광대노물 40|작약 42|꽃다지 44|촘꼿 46|씨앗덜 곱을락 48
식물 이야기 50
꽃 이야기 52
책 속으로
속(제주어)
툭 거껑 데껴신디
손바닥 고득 속 향기를 담앙 주민
어떵허코, 미안허영
베리지도 아녕 쓰윽 볼라 불어신디
신발 알러레부떠 코끗꼬장 향기로 감싸 주민
정말 어떵허코 미안허영
쑥(표준어)
툭 꺾어서 버렸는데
손바닥 가득 쑥 향기를 담아 주면
어떡하지, 미안해서
보지도 않고 쓰윽 밟았는데
신발 밑에서부터 코끝까지 향기로 감싸 주면
정말 어떡하지 미안해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머리말
어느 날 들길을 걷는데 들꽃들이 나를 부르는 거야. 걸음을 멈추고 쪼그려 앉아 자세히 보았지. 세상에 이렇게 예쁜 꽃이라니. 순간 그 주위를 둘러보았어. 돌무더기 옆 자주괴불주머니, 돌담 위의 찔레꽃, 길 모퉁이의 뽀리뱅이 그리고 으아리까지. 이 꽃들은 언제부터 여기서 웃고 있었을까? 미안해졌어.
제주 신화 속 서천꽃밭 이야기를 알게 된 때도 이런 기분이었어. 제주의 옛 사람들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칼이 아니라 꽃으로 기적을 만들어왔다는 게 놀랍고 신기했어. 웃음꽃 향기에 배꼽 잡고 웃다 싸움꽃 향기에 서로 헐뜯고 싸우다 죽는다니. 꽃향기만 뿌리면 된다니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상상력이니?
이번 동시집은 네 번째 제주어 동시집이면서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의 생태환경을 지키려는 작은 바람을 담은 꽃그림책이기도 해. 너를 들꽃들과 즐겁게 놀게 해 주려고 만든 제주어 동시 그림책이지. 들꽃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줘. 꽃들이 팔짝팔짝 뛰며 좋아할 거야.
제주어에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아. 리듬감이 있어서 마치 노래 부르는 것 같아.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어른들과 함께 읽는 것도 좋지. 여러 번 읽다 보면 제주어들이 콩알처럼 데구루루 굴러가기도 하고 제주휘파람새처럼 휘리리리릭 산속으로 데리고 갈지도 몰라.
더 재미있는 모험이 필요하니? 그러면 눈을 감고 바람 위에 올라타는 상상을 해. 그림책 속으로 같이 들어가서 놀자. 제주어랑 들꽃이랑 노는 너를 상상하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야.